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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함께 하는 우리네 일들

by 달그락달그락 2016. 8. 16.

지금도 젊다. 근데 예전 더 젊은(또는 어린?) 나이에 작은 청소년시설의 기관장이 되었다. 내 사무실이 생겼고 그 곳을 '관장실'이라고 했다. 지나가던 중딩 청소년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여기 똥꼬 뚫는 곳인가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만들어 졌는데, 나의 생활 페턴은 유사했다.


이전까지 단체의 청소년부장이라는 직함으로 일을 했다. 지역의 작은 비영리민간 단체의 부장은 대형 재단이나 기업과는 전혀 다른 양태를 띠었다. 단체의 한 부서를 책임지는 담당자이지만 수년 째 부원이 한명도 없었다. 몇 년 만에 부서에 정원 한명 간신히 얻어 부장과 부원 두명이서 일하는 부서가 청소년부였다. 활동 기획부터 청소년조직, 위원회, 후원회원, 자문조직 등의 조직활동, 지역 및 전국 연대활동, 예산계획과 집행, 후원조직까지 한 부서의 일에 대해서 거의 혼자서 도맡아 진행해야 했다.1 특히 청소년 조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바, 평일 저녁은 말할 것 없이 주말에도 교회 예배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단체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수년 간 일을 하다가 작은 시설이지만 관장이 되니 직원들이 늘었다. 그런데 내 안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내가 설레발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 현장의 청소년활동가로서 한부서의 밑바닥부터 다양한 일들을 혼자서 수년째 해 오면서, 그렇게 길들여져 있다보니 관장질(?)을 넘어서서 실무 담당자에게 맡겨도 될 일을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며 움직였던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동아리 등 청소년자치 조직까지 들어가서 선생님들이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몇몇 관계까지 직접 챙기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어떠한 행사나 일이 끝나면 내가 일을 모두 한 것인냥 주변의 많은 이들이 칭송(?)이 자자(?)했다. 일은 함께 했는데 나는 엄청 고생했고, 나 잘났다는 것이었고, 자부심도 있었던 때다. 고민도 많았고, 일도 엄청 많이 한 것 같았으며 치열하게 일했던것 같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시절. 지금도 큰 차이는 없다고 하지만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 때 생각하면 얼마나 내가 못나 보이고 챙피하고, 쪽팔리는지 모른다. 일은 혼자 하는게 아니다. 함께 해야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집중해야 할 일이 있고, 연대하고 관계하며 진행해야 할 일이 있으며, 조직이라는 관계적 공간에서는 위치가 있기 마련이고, 수평적 위치에서 각자의 직무가 존재한다. 그리고 활동수준이나 사회적 관계력이 좋아 진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도 없으며 그렇게 되는 일도 없다. 일의 성취는 함께 하는 이들과 나누어야 했고 가급적 조직의 수장은 앞에 나서지 않는게 좋아 보인다. 설레발 적당히 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달여 일이 많았다. 청소년행복마을을 위한 정책포럼, 달봉이자원봉사학교, 달그락 청소년리더십 캠프, 참여예산아카데미, 영상사진아카데미, 역사문화 체험, 일주일여 진행된 실내외 프리마켓, 강원도 횡성에서 진행된 법인이사회, 후원TF, 청소년자치권확대 조례TF, 지자체 관련 회의들과 타지역 관련 일 까지 정말 '다사다난'했다. 


어떤 이들은 연구소와 달그락에서 이런저런 많은 일이 진행되고 좋은 평이 나오면 내 얼굴(?)이 메인인 줄 안다. 그렇지 않다. 기관을 운영하고 대표라고 하니 자꾸만 부각되는 모양인데 연구소와 달그락의 중심은 우리 청소년들이다. 그리그 그들고 함께 하는 우리 위원회와 꿈청지기 자원활동가 분들, 후원자분들과 지역 시민들의 힘이 컷고 그들이 일의 중심과 주변의 모두다. 


우리 선생님들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다. 실무진, 즉 청소년활동가들은 청소년들 만나고, 지역 시민들 만난다. 소통하고 관계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나름의 가치들을 토론하며 함께 하고자 노력한다. 청소년과 실무진, 지역의 다양한 시민분들의 담당하는 일의 내용과 역할이 다를 뿐이다. 일의 위 아래는 있을 수 없다. 다만 조직을 꾸리다 보니 실무진 안에서 약간의 위계가 보이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이러한 위계적 부분도 어떻게든 타파해 보려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실무 활동가(연구원)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기관의 선생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그 안에 감사함이 크다. 청소년은 그 존재 자체로서의 역할, 위원회, 자원활동가의 역할, 후원자와 지역시민들의 역할들이 조금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복잡한 가운데 체계화 하고 그들의 일들이 잘 되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오늘은 휴일이다. 월요일은 정기휴일인데, 출근하니 광복절이라는 것을 알았다. 두 분 선생님은 휴가를 떠났고, 두분은 점심 쯤 되니 연구소에 얼굴 빼곰히 내밀며 나타난다. 오후에는 청소년들 몇몇이 활동 한다며 찾아왔고, 모시의원님과 함께 청소년들은 청소년자치권 확대 조례를 위한 TF 회의도 진행 중이다. 위원이신 이대표님과 메거진군산 국장님 등이 함께 오셨다. 그렇게 또 다른 휴일이 지나가고 있다. 


혼자서 행하는 일이 아닌 운동(movement)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우리네 일은 결국 자기 자리에서 '연대'하며 맡은바 함께 하는 그 어떤 관계적 일들임에 분명하다. 누구 하나 튀고 누가 잘 나서가 하는 일이 아니다. 이것만큼은 확신한다. 어찌됐건 날이 참으로 따뜻하다. 


그리고 저 만나면 고생한다고 얼굴색 이상하다고 좀 하시 마시라. 고생은 우리들만 하는게 아닌 우리네 삶에서 누구나 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맡은 바 자리에서 먹고사는 문제와 사회문제 등에 집중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고생과 감동과 감사와 힘겨움의 짬뽕이다. 뭐 이런 일만 고생인가? 


#아래 사진은 3~4주간 진행된 일정들과 관련된 사진들입니다. 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몇장 옮겨 봅니다.


[완도에서 진행된 청소년리더십 캠프에서 ]


[청소년행복마을정책 수립을 위한 포럼]


[청소년참여예산학교]


[6일간 진행된 실내외 달그락 청소년프리마켓]



[청소년자치권 확대를 위한 조례 TF]


[청소년영상사진 아카데미]


[청소년지역역사탐방]



[달봉이 청소년자원봉사학교]


[대학 실습생 실습 중]




  1. 지역의 작은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이런 일은 꽤 많은 듯...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