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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느린 민주주의와 외부세력

by 달그락달그락 2016. 8. 7.

이화의 난에서의 농성의 주도권을 가진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있다. 대표성이 누구인지 자세히 살피면 내부 온라인망이나 SNS상의 자발적으로 모여진 학생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심지어 학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거부한다며 투표를 통해 농성단에 합류해 있던 총학생회 소속 학생은 빠지라고 결의했다고. 


"자신의 내부 구성원도 외부세력, 선거를 통해 학생회 대표를 선출했는데 외부세력,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외부에서 도움을 주려는 단체들도 외부세력, 같은 생각을 가진 우리가 선출한 정치인들도 외부세력" 으로 매도된다.  


'외부세력'이라는 말은 수구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인들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인데,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내내 정부에 저항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 씌워 버린 굴레다. 세월호참사나 밀양송전탑 문제, 제주 강정기지 문제와 최근 성주 사드문제 등 피해자들은 대부분 외부세력이 되어 갔다. 


논리는 단순하다. 선량한 국민들은 국가에 절대로 저항할리 없다. 그들이 저항하는 이유는 이념이 빨갛고 우리와는 전혀 다른 외부세력이 순진한 국민을 배후조종하는 것이다. 결국은 실제 피해자인 국민들이 저항하고 있는데 이들 중 콕 찝어 노조활동을 했다던지 하는 경력만 있으면 바로 배후가 되어 버린다.  


결국 정부에 저항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때 우리 모두는 외부세력이 되고 만다. 근래 '이화여대'의 '느린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선거로 선출한 학생회까지 참여하지 못하게 하면서 학생들의 자발적 운동의 결과로 승리했다며 자축하는데 나는 혼란스럽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가 무엇인가? 

누가 대표성을 띠어야 하는가?  

힘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서 허우적 거리는 것은 아닌가? 

사람의 머리와 가슴에 들어가 있는 정확하지도 않은 몇 가지 사상과 이념을 가지고 외부세력 운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최근 김제동이 성주에 갔다. 외부세력을 간단하게 정의했다. “사드는 주민등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성주에서 외부세력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드 하나밖에 없다.”  



[한겨레 동영상 켑쳐]


진짜 외부세력은 당신의 권리를 침해하고 강탈하며 외부세력의 프레임을 만든 자는 아닌가 말이다. 자칫하면 불이 난 내 집에 소방차가 불을 끄러 왔는데, 너흰 '외부세력'이니 들어오지 마라며 돌려 보내는 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