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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사람을 만나는 의도

by 달그락달그락 2016. 1. 23.

#1.의도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새롭게 만나는 이들도 좋고, 오래된 지인들도 좋다. 서로 간 이상한 척(?)질 행위만 하지 않으면 오래토록 만나려고 노력한다. 옷이 삭아서 찢어질 때까지 입는다. 속옷은 특히 심하다.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이 가끔 옷을 사주는 이유기도 하다. 사람은 오직하랴. 어떻게든 관계를 끊지 않고 함께 하려고 한다. 연구소에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이다. 


근래 의도적으로 만나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연락드리고 찾아 가는 분들은 무언가 상의 드릴 것도 있고 도움 받을 일이 있다. 오늘도 점심식사하며 짧은 시간 동안 두 분을 뵙고 내부 일에 대해 잠시 상의 드렸다. 의도하는 게 있다. 운영하는 기관의 뜻과 가치, 이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자 하는 '의도'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어떠한 내용이 있다. 그 관계가 이상적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은 리더십 이론에서 매번 거창하게 이야기 하는 'win-win'을 넘어서 가치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 관계의 '가치'는 사람에 대한 '존귀함'과 '진정성' 등 변하지 않는 사람다움에 있다.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하는 내 안의 가치다. 


행하는 청소년운동의 중심에 있는 청소년, 청년들의 삶이 존귀하다. 이들의 삶을 고민하는 지역 분들 또한 존경 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어떻게든 붙잡아야 할 가치적 존재, 결국은 사람들이다.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그 가슴 안의 귀한 인간다움인 것이다. 



#2.갑을관계 


가끔씩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갑을관계로 만난 사람들. 별로 개의치 않는다. 좋게 풀어 가려고 하지만 생각이 많다. 


청소년자치연구소와 달그락은 월세다. 입주한지 거의 1년이 되어 간다. 입주 후 집주인과 우리의 관계만 ‘갑’과 ‘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미 세 들어 있는 업체와 우리의 사이는 '을'과 '병'(연구소)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을'도 아닌 '병'이나 '정'이었던 거다. 


작년 초 수도세가 나왔다. 5~7만원 오락가락했다. 계량기가 층마다 정리되어 나오는 게 아닌 세집 통으로 수도세가 부가됐다. 이미 세 들어 있던 업체는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일 년 넘게 매달 2만원만 냈다며 그 이상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수도세가 7만원이 나와도 우리가 5만원을 내는 식으로 했다. 싸우기 싫었다. 


주인집과 상의 했더니 계량기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 그 때부터 층마다 검침을 했다. 연구소 선생님이 매주 계량기 찾아서 층별로 계량기 숫자 사진 찍어 놨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사진 찍은 이후에 이번 달 수도세가 2만5천원 나왔다. 이미 세 들어 있던 업체에서 2만원 내면 우리는 5천원만 내면 된다. 




을도 아닌 병, 정도 되는 우리는 매주 입구, 계단 청소도 모두 한다. 이미 세 들어 있는 분들과 함께 쓰는 공유공간이다. 눈 오면 입구도 모두 청소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려고 한다. 나중에 돈 많이 모아서 혹시 건물을 사더라도 열심히 쓸고 닦고 그렇게 살거다. 



#3.음식관계 


선생님들과 또 야근했다. 저녁을 거르고 일들을 진행해서 밖에 나가 음식점을 찾았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고 한파가 갑자기 와서인지 음식점들이 의외로 빨리 문을 닫았다. 배가 고파서 음식점 한 참 찾다가 한군데 발견했다. 저녁 식사했다. 




음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니 난리(?) 났다. 음식이 맛있겠다고 표현 하시는 분들도 몇 분 계셨지만 대부분이 김치찌개 좀 그만 먹으라며, 직원들 다른 음식 좀 먹이라는 비판(?)글과 더불어 맛 집을 개발시켜 주겠다는 충고까지 다양했다. 특히 연구소에 참여하시는 위원 분들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다. 




아~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한 번 간 음식점만 계속해서 간다. 먹는 것에 크게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한번 간 곳 중 괜찮다고 여기는 곳은 계속해서 가게 된다. 요즘 점심 식사하러 김치찌개 집에 자주 가게 되는데 우리 선생님들은 질색하는 듯싶다. 


근래 연구소 일 돕는 위원 분들이 계시는데 선생님들 중에 타지에서 온 두 분이 계신다. 이 친구들 몸보신 시켜 주겠다며 따로 만나서 식사도 하는 일들이 있다. 나의 음식습관과 한번 가면 끝까지 식당을 찾는 버릇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눈 모양이다. 


사람들도 한번 만나면 끝까지 가고, 옷도 입으면 삭아서 뚫릴 때까지 끝까지 입고, 구두도 밑창이 모두 닳아 없어질 때까지 신고, 음식점도 끝까지 간다. 결론, 하지만 음식점은 개발해야하며 다양성을 존중해야겠다는 것...ㅠㅜ 



#4.신기한 사람관계 


좋아하는 지인에게 갑자기 전화가 와서 저녁식사 같이 하자고 했다. 일정이 있었는데 취소되어 시간이 있었다. 좋다고 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근래 가까워진 또 다른 분이 계셨다. 잠시 나갔다가 오니 또 다른 그 분의 친구 분들이 합석했다. 그 친구 분들의 클라이언트와 지인도 함께 했다. 


곧 연구소 일 함께 하는 병원장님이 합류했고 최근 몇 년 동안 SNS로만 연락했던 복지관 부관장님도 합류했다. 그리고 그 친구 분들이 아신다는 교회 전도사님도 오셨고, 오프에서 처음 뵌 페이스북 친구인 중장비 관련 회사를 운영하시는 이사님도 만났다. 


처음은 어색했다. 곧 가장 가깝게 지내는 병원장님이 나가시고 내가 원래 아는 분들은 세분이 남았다. 시간 지나니 내 지인(예전 중국선교사)이 이전에 사역했던 서울의 교회에 친구 분의 클라이언트가 현재 다니고 있었다. 복지관 부관장님은 이전에 지역 내 복지관련 기관단체의 네트워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기업대표와 이들의 클라이언트, 잡지사대표, 학원장, 복지관장, 전도사에 병원장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자기만의 전문성과 열심을 내어 사는데 친구관계와 지역의 여러 관계로 얽히면서 삶을 나누는 일들. 가장 핵심은 지역을 너무나 사랑하는 분들이라는 것이다. 


코어(cork)는 지역에 대한 삶의 애착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래된 지인처럼 화기애애해지며 진솔한 지역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더불어 외모 이야기까지 튀어나오면서 나에게 문성근 닮았다고 했고, 클라이언트 분은 송채완, 이병헌, 잡지사 대표님은 살인의 추억의 모 배우까지 연예인 집합소가 되었다. 


사람들의 관계란 신기하고 재밌다. 요즘 들어 이해하게 되는 건 직종을 떠나 '유유상종'이라는 뜻이다. 지역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 만나면서 내 삶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문성근씨 닮았다고 해도 웃을 수 있는 것처럼. 근데 난 이분 좋아한다. 이 분 아버님은 내 사상의 은사시다. 뭐 그렇다는 거다. 



저녁식사(?) 자리 파하니 11시가 넘어간다. 나오면서 오랜만에 뵌 복지관장님이 백화점상품권을 주시면서 달그락 아이들 간식하라고 하신다. 받을까 말까 그 짧은 시간 생각하다가 고맙게 받았다. 작은 거라면서 아이들 간식 이야기 하는데 안 받을 수 없었다. 달톡 콘서트 할 때 간식사야겠다. 늦은 밤 몸은 피곤하고 알딸딸(?) 했는데 기분은 너무 좋구나. 



#5.대학생들의 방학과 약속 


드디어 약속 지켰다. 정훈이, 소희, 혜진, 혜미와 함께 이 친구들 조별과제 도와 준 연구소에 미나 선생님과 함께 저녁 식사했다. 지난학기 출강한 몇 개 대학 중 모 대학 학생들에게 조별과제 일등 한 조에게 고기 쏜다고 약속했었다. 방학하고 한 달여가 지난 후 다시 만났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와 개인 일들이 바빠서 일정이 조금 늦어졌다. 이제야 약속 지키니 기분 좋다. 




한 학기 고생한 친구들이다. 조별로 나뉘어 지역에 활동 열심히 하는 청소년기관, 복지시설, 교육복지학교의 담당자들 연결해서 프로젝트 진행했었다. 식사 내내 진로와 삶의 이야기 즐겁다. 그 가운데 곧 4학년 되는 청년들의 고민이 살짝 보인다. 이 친구들이 고민하는 자신들의 꿈들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될 거다. 사람의 인연이란 언제나 기적이다. 이렇게 금요일이 휘리릭~~



#지난 주 금요일까지 저녁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페이스북에 모두 올렸더군요. 연결해 보니 말이 된다 싶어서 수정해서 블로깅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