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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자유학기제와 교사의 역할

by 달그락달그락 2016. 1. 4.

곧 자유학기제가 시작된다. 중학생 수업은 한 학기를 토론과 실습 등 학생참여형으로 개선해야 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교육부에서 제작한 자유학기제 홍보동영상]

 

최근 자유학기제와 진로 관련 토론회와 강의에 많이 불려 다녔다. 수년간 지역사회 중심의 청소년진로활동 지원체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나름 관련 연구도 하고 지역 활동을 실제 운영해 왔었다. 청소년진로활동이 단순히 홀렌드 등 관련 검사지 몇 가지 돌리는 것이 아니고, 청소년들의 삶에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기 삶의 성찰 과정은 단순한 몇 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기 쉽지 않고 학교라는 공간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존재하는 지역사회 전체가 그들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주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일들이 자유학기제와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자유학기제 운영체계. 출처. 교육부 자유학기제 홈페이지]

 

 

자유학기제라는 용어가 나오는 순간 진로체험처 연결하는 사업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지역사회에서 기업이나 커피숍, 빵집 등의 업체를 학교와 연결하고 학생들이 체험하는 활동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진로직업체험센터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행하는 일들은 지역의 체험처 발굴이다. 

 

청소년관련 기관시설들 또한 자유학기제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역의 관련 전문 업체와 협약 기관을 넓히고 있고, 심지어 청소년활동시설이 직업체험센터인 것처럼 홍보하는 기관까지 있다.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청소년활동 기관에서 과연 몇 학교나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을까? 진로를 위한 질적인 내용을 담보할 수 있을까? 자유학기제라는 정책을 위한 업체 숫자 세기에 바쁜 일들이 과연 옳은 일인가? 청소년들의 진로는 긍정적으로 바뀌는지 해석하고 확인하는 작업은 행하는가? 선진국의 사례에서 자유학기제의 가장 효과적인 나이가 고3, 2 정도인데 우리는 왜 중학교 저학년으로 맞추어야 하나? 

 

 

 

 

 

[자유학기제 교과 운영 및 활동 운영. 출처. 교육부 자유학기제 홈페이지]

 

 

대통령 공약이니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고 치자. 문제는 이 일의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직업체험이 주가 아니다. 목적 자체가 공교육정상화에 있으며 진로탐색활동 뿐만 아니라 주제선택활동으로 드라마와 사회, 3D프린터, 웹툰에서부터 예술체육활동으로 연극, 뮤지컬 등과 동아리활동 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 또한 시험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참여형 수업으로 전환하고 수행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개혁 과제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자유학기제 운영의 주체는 지역사회 청소년기관시설의 실무진도 아니고, 진로체험센터 담당자도 아니다. 결국 교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역이 준비가 안 되었다고 설레발인데 도대체 지역에 학생 진로 등 자유학기제의 체험활동을 위해 누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참여형 수업은 누가 준비 하는가? 

 

교육정책을 통한 학교에서 어떤 일들을 진행할 때 청소년활동시설, 복지기관 등 관련 기관에서 나서서 그 일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우선해서 나서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반대로 청소년활동정책이 바뀌어서 학교의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청소년의 참여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을 위해 청소년시설이나 복지기관에 함께 해야 한 일이 있는가? 나는 들은 적도 본적도 없다. 

 

그런데 왜? 교육정책이 바뀌어 학교에서 무언가 한다고 하면 지역이 모두 집중해야 하나? 주체인 그들은 과연 움직이고 있는가? 청소년활동시설이나 복지관, 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일에 학교가 나서서 먼저 함께 해 본 일이 있는가? 

 

 

[출처. 자유학기제 농어촌에 아직 강사도 없다. 한국일보. 2015. 10. 1 기사]

 

예산도 문제다. 지역의 회사나 기관들이 청소년들 진로체험장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며 '교육기부' 운운 하는데 국가가 세금 들여 해야 할 일들에 예산을 삭감시키거나 작게 배정한 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밀어 붙이면서도 민간에 '교육기부'라는 이름으로 '삥' 뜯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겠다. 

 

더 심각한 곳은 농어촌이다. 지역에 연결할 기관단체시설은 물론 커피숍 하나 없는 곳도 많고, 서울 경기와 광역시 등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시군 학교의 교사들이 출퇴근을 아주 멀리 하고 있다. 전북만 보더라도 전주, 익산 등을 거점으로 해서 출퇴근 하는 교사들이 상당수다.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진로를 위한 지원체계의 허브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직은 교사다. 지역에 살지 않고 학교에서 수업 시간 정도만 학생들 만나고 있는데 교사들에게 지역과 깊이 있게 관계하라고 하는 것은 코미디다. 

 

학교에 가면 상담교사가 있고 교육복지사도 있다. 스쿨폴리스도 있고 영양사도 있다. 보건교사도 있다. 상담은 상담교사가 한다. 상처가 있고 가정이 어려운 친구들은 교육복지사가 전담한다. 나쁜 놈 들어오지 못하도록 학교경찰도 있고, 밥은 영양교사가 하고, 아프면 보건교사가 책임진다. 학습부진아라는 표현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해서 방과 후나 다른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모 지자체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모아서 지자체 예산을 들여 학원 강사를 불러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자유학기제 관련 자료집

 

자유학기제의 성공을 위한 청소년 체험활동의 연계방안 세미나 자료집.pdf
2.1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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