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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사관의 균형과 청소년관

by 달그락달그락 2015. 11. 8.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확정 고시했다. 언론에 보도된 국정화 찬성측 주요 인사들의 기사 글을 눈에 보이는 것만 축약해 보았다. 


“현행 역사교과서를 반대한 사람들은 친북한이다. 국사학계 90% 이상을 종북좌파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현행 역사교과서는 독극물과 다름없다, 뇌에다 독극물을 심어준 것이다.” 

“한국 좌파적 민중사관은 25, 30년 준비해 퍼진 것이기에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는다.”1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립군을 도왔다는 증언도 있다.”2

"북에서 지령을 내려 일부 종북 세력을 선동했다"3 

“이 부분(국정교과서)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4


찬성하는 측의 주장의 요지는 명확하다. 역사학자들은 90% 이상이 좌파다. 이들이 서술한 국사교과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비밀독립군일 수도 있고, 북한이 남한에 국정화 반대 투쟁을 지시했으며(을 수도 있으며),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종북일 수도 있다. 근래 국정교과서 논란을 바라보면서 많이 아픈 사회라는 인식이 굳어진다. 


반대하면 종북이고 찬성하면 애국자라는 명확한 논리다. 다른 이들의 주장을 듣지 않으려는 근거 없는 무서운 이야기들. 자유민주주의는 다양한 토론과 논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배웠는데 찬반을 떠나서 힘 있는 사람들이 반대 되는 의견을 대하는 모습이 두려울 지경이다. 민주사회의 논의 과정이기 보다는 전쟁터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보게 된다. 


본질적인 그 어떤 가치와 기준, 원칙과 사실을 중심으로 소통하기 보다는 적과 아군을 갈라 반대 측을 적으로 두고 공격하기 바쁘다. 대화는 있을 수 없다. 자신들이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이, 자신들이 힘을 부여한다고 믿는 이의 의도가 가장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유행가 가사마냥 ‘무조건, 무조건’이다. 아수라장 된 언론은 말해서 무엇 하랴? 역사교과서를 분석한 언론을 찾기 어렵다. 


나와 같은 촌부가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식견이 있겠냐만 한 가지는 알겠다. ‘균형’이라는 용어와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은 잘 못 되도 한참 잘 못 되었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이들로부터 ‘올바른’이라는 용어와 ‘균형 잡힌’ 교과서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역사관에서 '균형'이라는 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준하 선생님의 사관이 같을 수 있을까? 백선엽과 김구선생님의 사관이 같냐는 말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과 매국노 이완용의 역사관은 또 어떤가? 사관에서 과연 균형이라는 뜻은 무엇일까? 자칫 균형 잡힌 역사가 가장 편파적이고 왜곡된 역사는 아닐까? 


웃기는 것은 균형을 두면서 국정사관을 집어넣으려는 대상이 모두 학생이라는 위치를 가진 청소년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머리는 어떠한 사관을 넣으면 무조건 입력시키는 하드 디스크인가?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은 철저히 가르치고 지시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통념을 확인하게 된다. 현재 90%가 좌파라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청소년기에 공부한 교과서도 국정교과서였는데 말이다. 1년에 5만 명도 넘는 학교밖 청소년들의 사관은 또 어떻게 하나? 


역사학자 전우용 씨가 트윗에 한마디 했더라. “네가 그 시절을 살아봤어? 살아본 내가 더 잘 알지. 나이 먹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수긍하는 사람 많습니다. 고문살인자와 한패였던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절대로 수긍해선 안 됩니다. 그의 ‘앎’을 긍정하면, 그와 똑같은 괴물이 됩니다.” 


국정사관과 청소년관의 관계 너무 웃기지 않나? 또 노래가 생각나네. “위아래, 위, 위 아래”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위(힘, 나이 등)에서 아래로만 향하는구나. 뭐, 그렇다는 거다.



# 2015. 11. 10 새전북신문 칼럼입니다.

# 글 읽으셨으면 하단에 하트뿅뿅 한번 날려 주는 센스~

  1. http://www.vop.co.kr/A00000949610.html (국정교과서 강행 위한 막말이야말로 독극물) [본문으로]
  2. http://facttv.kr/facttvnews/detail.php?number=12320 (새누리 “박정희는 ‘비밀 독립군’이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5291 ("국정화 반대는 북의 지령" 새누리당 '종북' 카드 꺼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02801030130123001 ([단독]北,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궐기투쟁” 지령문) [본문으로]
  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282257575 (‘박 대통령 복심’ 이정현의 새빨간 막말 “검정교과서 옹호는 북한의 적화통일 대비해 좌편향 교육시키려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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