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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쩍벌춤과 10대의 정치권리, 그리고 약소국

by 달그락달그락 2016. 1. 18.


[마이리틀텔레비젼 동영상 캡처. 출처. 인터넷의 여기저기]


JYP의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MBC에서 방송되는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이라는 방송에서 모국인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마리텔의 본방송에서는 편집되어 나가지 않았는데 사전녹화 하면선 인터넷에 올라간 영상이 노출이 되었고, 최근에 작곡가 황안이 중국에서 문제제기를 다시 하면서 일이 크게 불거졌다. 


황안은 대만 연예인들 중에서 독립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있다는 일종의 고발을 한 것인데 거기에 쯔위가 들어 갔으며 당신이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증명을 하라고 주장 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쯔위의 국기 들고 있는 장면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중국과 대만 네티즌들이 서로 비난하고 나섯다. 



[국제사회에서 오른 쪽 청천백일만지홍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올림픽에서도 타이완 국기가 왼쪽의 모양이다.]


1992년 11월에 중국과 대만은 92공식1에 합의했다. 중국이 대만의 체제를 보장해 주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명칭을 쓰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국가칭호를 쓸 수 없다. 쯔위가 흔들었던 ‘청천백일기’ 또한 국제사회에서는 쓸 수가 없게 됐다. 그런데 마리텔에서 일본, 대만 등 자신들의 국기를 잠시 흔들었다는 것이 이러한 외교적 분쟁까지 가야할 사안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JYP의 대응방식과 내용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류문화 운운하며 돈되는 공연들 취소된 것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접근하는 여러 일들인데, 먼저는 16세 청소년이 생각이 없는 완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것 같은 발언들이 쏟아진다. 먼저 나온 해명 기사에서 JYP는 "쯔위도 16세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다"2라고 해명했다. 16살이기 때문에 정치적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고 한 것이다. 



[10대 걸그룹 라니아. 출처. 일요서울3]



어린 여자청소년들 초미니 입혀 놓고 문화라는 이름으로 쩍벌춤 등 성인들의 퍼포먼서는 가능한 존재들로 인식하지만 정치적 생각이나 인식은 없는 존재. 16세는 어떠한 정치성향도 가지면 안되는가? 




동영상 사건이 확산되어 중국과 대만, 더불어 우리나라의 외교문제로까지 벌어지자 JYP는 쯔위를 직접 내세워 사과를 하게 했다. 동영상에서 쯔위는 “중국은 오로지 한 국가이다. 중국과 대만은 단일한 국가”라며 “저는 늘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생각해 왔고, 이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중국인으로서 해외 활동시 실언을 한 것에 대하여 회사와 중국, 대만 간의 교류 및 감정에 큰 해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소속사 대표인 박진영은 홈페이지에 “상처 받는 중국 팬 분들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해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강조했다.그러자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우리는 한 중국 소녀의 아름다운 미래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점입가경이다. 대만이 좋아하겠나? 대만의 패션잡지인 저스키에서 36억원에 쯔위의 계약권을 인수하겠다고 제안을 했고, 대만 헤커들은 JYP홈페이지를 공격했으며, 페이스북에는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약소국의 힘겨움과 아픔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리나라의 모습도 겹쳐 보이는 것은 나만 그럴까? 우리나라 역사에서 주변 강대국에 의해 그 동안 겪어야 했던 수 많은 아픔들이 고스란히 겹쳐진다. 조선왕조의 중국에 대한 굴종, 일제 때의 비참함, 해방 이후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의해 지금도 기득권 정치인들이 외교라는 이름으로 벌이고 있는 모습들. 단적으로 미국에 전시작전권까지 제발 가져 달라며 사정하며 세계에서 미국의 무기를 가장 많이 구입해 오는 나라. 일본의 위안부 문제 등 씻을 수 없는 아픔들을 당사자 관계 없이 합의 하라며 주장하는 나라. 


‘한류’라는 이름으로 돈 되는 것은 모두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이외에 역사성과 한 청소년의 모국에 대한 자기 정체성까지 흔들어도 괜찮은 사람들. 16세 소녀가 자신의 나라 국기 잠시 흔든 것을 정치적 프레임을 덧 씌워 서로간 이기심을 채우려는 비열한 싸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류 걱정하며 문화 운운하는 자들. 그래도 대만이 우리보다 조금은 낫다는 것이 총통선거에 대만의 자주 독립을 지지하는 ‘차이잉원’이 여성 최초의 총통으로 선출되었다는 것일까? 


16세 청소년이 자신의 모국의 국기를 같은 멤버들과 똑같이 흔든 이후에 벌어진 나라간의 문제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와 병적으로 집착하는 돈의 모습들까지 모두 적나라해 진 것 같아서 자괴감마저 든다. 




유관순 열사는 16세에 우리나라에서 태극기 흔들었고 이로 인해 일본의 고문으로 인해 돌아가셨다. JYP 말을 빌리면 이 분도 정치적인 생각을 갖고 태극기를 흔든 게 아닐지 모르겠다. 청소년들을 대하는 이 땅의 기성세대들의 사회적 통념이 너무 싫고, 약소국에 대한 예의 없음과 정의 없음과 돈에 얽매여 모든 것이 포기 되는 이 땅의 지랄 같은 사회적 관점이 싫다. 아주...


  1. 92공식. 1992년 11월 홍콩에서 반민간 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회담한 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이 각자의 해석에 따라 명칭을 사용(一中各表) 하기로 한 합의로, 이후 양안 관계의 핵심원칙이 되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에, 대만은 각자 해석에 방점을 두고 해석하고 있다. [본문으로]
  2. '대만 국기' 흔들어서? 대만 출신 걸그룹 멤버 쯔위, 中서 논란에 결국 활동 중단(조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14/2016011402696.html [본문으로]
  3. 10대 소녀들의 ‘쩍벌춤’누구를 위한 몸짓인가. http://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23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