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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청소년진로 소주 마시듯 털어 넣지 말자

by 달그락달그락 2014. 3. 30.

자기 '(work)'에 대해서 상담을 요청하는 10, 20대가 꽤 많다. 그런데 상담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본질적인 자신의 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대부분 돈을 버는 수단을 로 착각하고 있다. 일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동을 조금 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에 대해서 고민한다. 부모들은 한발 더 나간다. 돈벌이에 안정성까지 얹어서 문의하곤 한다. 학교나 기관시설에서 한창 유행인 진로 강의를 마치고 나면 부모나 교사 등 관계자들은 자기 자녀나 학생을 예로 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묻는다. 가끔 사례 들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내가 당신 아이 진로를 어찌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경우도 있다. 준비한 사례 등 강의 내용도 아니고 보지도 못한 어떤 사람의 삶을 단지 1~2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설명 듣고 그 사람의 진로를 모두 아는 것인 냥 답하기 어렵다. 상대의 삶을 조금도 알지 못하고 깊이 있는 소통 한 번 하지 못한 채 돗자리 깔고 복채 두둑이 받은 무속인 흉내 내며 그 자리에서 답을 내리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다. 수많은 자기계발 강사들 하듯이 잠 줄여가며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질색이다. 아이들 피곤해서 학교에서도 거의 잠자고 있는데 이따위 어설픈 제안으로 부모나 교사들 듣기 좋은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


직업은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이기에 진로와 일은 직업과는 또 다른 차원을 의미한다. 진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자기만의 길이다. 그 길 가운데 행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다. 직업은 진로의 일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은 생산적인 목적을 위하여 몸이나 정신을 쓰는 모든 활동을 뜻한다. 진정어린 자신의 일은 돈을 얻는 직업과는 차이가 있다. 돈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진짜 일''직업적 일'을 분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 돈을 들여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 어떤 이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행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한 일을 하면서 가슴이 뛰고 과정 가운데 잠을 못잘 정도로 집중하기에 힘겨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내내 감동하며 어찌 할 수 없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것은 진로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고 진짜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 매번 그럴 수야 없겠지만 진정 어린 자신의 일은 그런 것 이라고 믿는다. 그 일 안에 감동은 당연하다.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진로 운운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그러한 본질 가치에 따른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는 피상적인 직업의 영역을 구분하여 적성 정도를 가리는 일차원적 일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진로 멘토가 유행인데 아이들이 직업 선정하니 관련 직종의 어른을 모셔다가 그 사람의 기술을 가르치려 한다. 진로교육인지 직업훈련인지 분간을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 사람의 삶의 역사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야 하는데 몇 가지 기술에 매몰되고 만다. 멘토의 삶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10, 20대 젊은이들이 자기 삶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깊이 고민하며 성찰해 보려는 것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내가 이러한 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자기 물음과 자기 해석에 따른 지속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홀렌드 돌리고 영역 나누어 단순한 몇 가지 척도 들이밀며 좋은 멘토 라고 긍정적인 메시지 전해준 후 비전선언문 따위 쓰고 끝내 버리는 진로프로그램은 무모하다. 자기 비전을 고작 몇 시간 또는 하루 이틀 하는 캠프에서 설정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당신은 하루 이틀 만에 인생의 비전선언을 할 수 있느냐고 그러한 프로그램 진행하는 선생에게 되묻고 싶을 정도다. 가난하고 상처 있는 아이들일수록 10대 초반부터 학교, 아동센터, 청소년기관시설 등 수많은 곳에서 이러한 형태의 진로 프로그램 대상으로 여러 번 반복해 왔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식상을 넘어 그러한 프로그램이 돌아 갈 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미리 알아서 선생님이 원하는 이야기를 전하기까지 한다.


진정성 있는 마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아이의 삶을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우리가 행하는 진로프로그램은 단지 진로라는 단어가 들어간 또 하나의 청소년 대상화의 수단이 되고 만다. 진로교육, 진로활동, 진로상담 등으로 표현되는 진로관련 프로그램들은 제발이지 진로 소주처럼 한 잔 입에 털어 넣듯이 안 했으면 좋겠다.


# 청소년신문사인 바이러스에서 칼럼을 쓰게 됐습니다. 청소년진로, 인권과 참여 등 관련한 주제로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급하게 작성된 진로관련 글입니다. -> 바이러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