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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청소년활동 현장의 선후배 관계의 지향점

by 달그락달그락 2013. 8. 2.

전에 단체 내 선배들은 조직의 긍정적인 내용으로 사기업과 다르게 자신이 좋아 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분들이 많았다. 10여년이 흘렀는데도 후배들 만나면 그러한 유의 이야기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단체에서 청소년들 만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실제 지역 이슈와 청소년들의 요구에 의해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책임 또한 자신이 대부분 갖게 되더라.


모든 일이 그렇지는 않았다. 조직에는 엄연히 상관이 존재했다. 선배라고 칭하는 상관이 조직 가치, 철학, 이념을 이해하는 수준에 따라 조직의 실행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개인적으로 단체의 이념적 지향 가치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다. 단체 내 구성원에 따라 전국의 지역별 이름은 같은 조직이나 내용은 전혀 다르게 접근되기도 했다.


직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킨다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회사일수록 직원은 제 각각의 방향을 향하고 있기 십상이다."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있다. 고야마 노부루의 사람은 믿어도, 일은 믿지 말아라라는 글이다. 조직의 운영이 잘 되기 위해서는 실무자가 원하는 데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조직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CEO가 목적에 따른 "무슨 일이든 우선은 형태를 만들면 마음은 나중에 따라오게 마련이다."라고 강조한다.


조직 관점에서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다만 상관의 오더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어떤 일을 진행하더라도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다. 특히나 기업적 관점과 시민사회단체의 본질적 지향가치는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긍정적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때에는 후배가 싫어하는 일을 명령할 지라도 일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선후배(상사와 직원)간의 미묘한 관계에 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도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고 하기 싫은데 상사가 시켜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상사가 하기 싫은데 후배가 자꾸만 주장하며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선후배와의 신뢰관계의 형성이다.


선배들의 말처럼 조직에서 자신이 좋아 하는 일만을 행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렇다고 상부의 지시사항만 정리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가능한 자신이 청소년들을 만나며 행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어 내고 상관이 납득할만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사는 오더를 내리면서 일의 진척이 안 되는 일에 대해 직원 탓하며 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후임들과의 신뢰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돌아 볼 일이다.


단체에서 처음 일했을 때다. 청소년부서에 좋아했던 선배(부서 상관) 두 분이 이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바뀌면서 떠나셨다. 혼자 남았다. 부서에 간사라는 이름으로 혼자서 일했다. 몇 년이 지나면서 부장이 되었고 부원이 한명 생겼다. 부장으로 또 몇 년을 근무 후 청소년시설을 수탁 받고 관장이 되었다. 3명으로 시작한 시설의 실무진들이 2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10여명이 되었다. 3년이 지난 후 또 다른 청소년시설을 위탁 받고 실무를 총괄하게 되었다.


꽤 긴 시간 혼자서 한 부서를 책임지다 보니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 중 같은 운동을 행하는 후배들에 대한 애틋함이 컸다. 언제인가부터 애틋함을 넘어서 어떻게든 강하게 키워 주어야 한다는 집착도 생긴 모양이다. 예전의 내가 힘들었던 환경과 시간을 넘어설 수 있도록 선배로서 해 주어야 할 최선의 일이라고 믿었다. 청소년시설을 운영하면서 교육, 훈련, 슈퍼비전이라고 칭하는 거의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적용시키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외부의 좋은 교육이나 세미나가 있으면 가능한 보내려고 했으며 학술제 등에도 초대 받으면 직원들과 함께 하려 했다. 여름 휴가철 집에 초대해 식사하고 새벽녘까지 미리 나누어준 청소년관련 원서와 관련 논문도 발표하며 토론하기까지 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너무 강하게 관계 했는지 힘겨워 하는 친구도 있었다. 교육과 슈퍼비전, 훈련 등 이 모든 것은 상대만을 위해 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결국은 함께 성장하였다.


상대가 선배의 가슴에 있는 그 어떤 생각들을 공감하고 이해할 때 성장도 증폭 된다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후배의 생각을 공감하며 함께 할 때 더욱 긍정적인 일들도 만들어진다. 인간관계와 함께 성장의 과정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 또한 철저히 깨닫게 되었다.


그 동안의 민간단체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공공시설 수탁 운영, 지역사회 네트워크 활동, 시민사회 운동, 사회복지기관단체의 협의체 및 협의회 활동 등의 과정 가운데 청소년운동가 즉 활동가일반 실무자의 차이를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운동하는 활동가라고 믿었다. 후배들이 청소년지도사,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 자격가진 자로서의 역할이 아닌 활동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활동가는 공공시설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역할처럼 정책이나 상위에서 내려오는 어떠한 프로그램적 접근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사회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청소년들 중심으로 사회에 문제에 집중하여 그 문제에 균열을 내는 사람이다. 그 균열에 청소년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그들이 참여하도록 집중하는 이들을 뜻한다. 실무자는 다르다. 조직의 프로그램에 집중한다. 정책과 사업적 접근이 강하다. 공공시설은 후자에 집중하는 공간의 한계가 있다. 시설을 수탁 받은 이유는 청소년활동을 잘 해보자는 데에 있었다. 공공적 시설의 목적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고 청소년참여를 통해 지역사회의 청소년정책과 운동을 집중하고자 했다. 타 기관에서 보이는 청소년시설 사업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청소년활동가로서 활동은 역동적이고 기획이 부여된다. 실무자는 말 그대로 실제 업무를 담당한다. 기획이란 단순히 실무자와 같이 기관에 의해 진행해야 하는 문화행사 등의 프로그램을 받아서 사업계획서 쓰는 정도를 뜻하지 않는다. 현장의 일들을 가슴으로 만난 후 청소년들과 함께 변화를 위해 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을 뜻한다. 활동가로서 기획력이 크기 위해서는 당연히 운동성이 강해져야 한다. 활동을 하는 그 본질적 이유와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근거와 가치들을 자기 가슴으로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슴의 만남은 결국 움직임을 준다. 운동이다. 실무자의 역할은 차이가 있다. 기관에 존재하는 사업들의 추진에 집중한다. 프로그램적 접근이 강하다.


민간 시민사회단체에서 중간 지도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수년째 들어 왔다. 그러한 조직에도 수년 간 단체를 지나간 청년들이 있었을 것이다. 남아 있지 않고 계속해서 떠나며 최상위 선배 지도력 소수가 오랜 시간 거점을 잡고 있으나 중간지도력부터 그 아래는 일이년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직하는 경우가 많다. 근래 들어 오래된 민간단체일수록 그러한 경향은 짙은 것으로 읽힌다. 급료 문제 등의 요인도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획의 권한과 비전이 없다는 것, 운동조직인데 운동은 없고 사업만 존재하는 것 등의 문제가 있다. 비전은 사람이 만들어 낸다. 결국은 선배 지도력의 문제로 실제 입으로 던지는 이야기를 삶으로서 살아내며 그 삶에 후배들이 들어와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여긴다.


밖에서는 진보적인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내부에서는 조선시대의 자기 권위에 휩싸인 사대부 양반처럼 구는 이들도 있다. 민주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비민주적인 내부구조와 문화에서 열정이 노동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의 전망은 고사하고 운동의 비전 또한 존재하지 않고 노동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일도 운동 가치에 맞지 않는 사업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당연히 감동은 있을 수 없고 자기 가치에도 맞지 않으며 존경은 고사하고 직업인으로서 남은 선배를 보면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자기 사업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활동가의 운동은 사업이 아니다. 운동이다. 운동은 뜻과 가치 철학이 존재한다. 청소년참여가 살아 있고 그들을 돕고 함께 하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사회의 전체적인 상황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간파하고 이를 활동으로 만들 사람이다. 이러한 활동가의 성장은 운동조직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기 삶으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이들이다. 청소년참여를 이루고자 공간을 기획 설계하는 능력이다. 활동가로서의 선배라면 지적인 권위가 아니라 치열한 소통과 따뜻한 공감으로 조직의 운동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도와야 한다. 자신의 지평을 평생의 삶으로서 사회에서 열어갈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전 한국YMCA전국연맹의 강문규 사무총장께서는 "운동(movement)이란 건 신학적, 사회적으로 각성된 지도자가 구심을 명확히 형성하고 끌고 가는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활동가는 각성된 시민임을 믿는다. 이를 끌고 갈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사회의 문제에 균열을 내고 그 균열의 틈에 공간적 역할을 만들어 당사자들을 참여시킬 수 있도록 구심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나에게 신학적, 사회적으로 각성된 힘이 있는가?”

부족한 내 모습을 계속해서 들여다보며 자문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