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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청소년활동가의 조건

by 달그락달그락 2013. 7. 31.

고객을 규정할 때 직무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직무기술서라는 것은 이제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다시 말하면 내일과 다른 직원의 일을 명확하게 구별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사회로부터 복합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를 요구받는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호한 직무의 경계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경계에서 하나의 팀이 되어 움직일 수 있을 때 조직은 활력을 가진다. 직무보다는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한다. 프로세스는 고정적인 직무보다는 일의 흐름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유연한 역할 위주로 인력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구본형(2007),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을유문화사. pp 172~173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비영리 청소년 기관에서 우리의 고객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만나는 모든 이들일 수 있다. 10대와 20대를 넘어서 관공서 공무원, 자원봉사자 심지어 나와 함께 조직 내에서 근무하는 실무자까지도 고객의 대상이다.


민간 조직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회원, 대상자, 클라이언트 등 여러 수식어가 존재하나 기업에서 고객으로 통칭한다. 우리가 목적하는 대상(고객)과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요구하는 데로 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가져오면 된다. 이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표현을 할 만큼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많다. 생산성에 따른 이윤이 그들의 밥줄이기 때문이다.


NGONPO의 고객은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에서는 가치와 이념이 존재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 시민들과 관계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어떠한 욕구를 해결 한다. 더불어 조직의 이념과 철학을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서 관계하기도 한다. 시민들 가운데에 단체의 목적을 찬동하고 참여하여 함께 조직화하여 운동을 펼쳐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가 상품으로 꺼낼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이들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 된다. 심지어 목숨과도 같은 귀한 가치일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것을 넘어서서 오히려 불온한 대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원시간 제한 운동을 펼치는 단체에 많은 시민들이 동조하나 사교육 업체 입장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기업은 상품을 팔기 위해 온갖 광고와 마케팅에 최선을 다한다. 비영리 민간단체 가운데 타성에 젖은 조직은 기업과 같이 홍보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안이 발생하면 한두 명의 머리에서 나온 주장 글이 성명서가 되어 발송된다. 언론에 내 보이며 인터뷰한다. 조직의 수장이 한 두 마디 거들고 조용해지면 넘어간다. 이 정도의 일만해도 조직이 돌아간다. 모 단체는 시민운동조직이라는 정체성은 가지고 있지만 그 안의 수익사업에만 매몰되어 있고 지역 운동이슈는 그저 액세서리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일들이 올바른 일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올바른 이념과 가치 철학은 어디에 존재하지? 결국은 사람들이 관계하는 공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좋은 일 한다며 운동을 수단히 하며 밥 먹고 사는데 집중하지는 않는가?


본질적인 가치나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치열하게 움직일 때의 내 모습을 기억하니 부끄럽다. 치열하게 일을 해 왔으며 나름의 자부심까지 가졌다. 하지만 그 일의 본질적인 가치와 이유, 조직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니 운동의 수준 낮음이 적 나라 해진다.


우리가 행해야 할 가장 귀한 일은 기업에서는 고객이라 일컫는 시민이지 않을까? 기업의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윤의 가치가 크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시민들의 가치는 이상적 가치로서 기업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믿는다. 대상은 수단이 아닌 사람으로서 목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과 차이 없이 온전히 내가 가진 이념이나 가치에 대해 시민들을 수단시 하는 대상으로서 관계해 온 경험이 있다. 말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운동을 한 경험도 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이기적 발상에서 탈피해 공존하는 공동체에서 자기 위치의 책임을 적극 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비영리 민간조직의 일들 대부분이 사회적 가치가 부여 되지만 운동의 과정이 아닌 사업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적인 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픈 경험이지만 이벤트에 머문 경우가 많다.


책임에 따른 권한이 부여된다. 우리는 이것을 인정하고 내가 가진 위치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집중할 운동에 집중해야 하고 형식적인 이벤트는 걷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민하고 학습하고 훈련하며 사람과 관계한다. 관계는 사람살이에서 자연스럽다. 관계는 자연스럽기도 하고 목적적이기도 하다. 운동은 그 본질이 사람들의 이상적인 뜻에 의해 만들어진다.


청소년운동의 중심은 당연히 청소년이어야 한다. 당사자라고 일컫는 청소년들이 핵심이나 이들을 위해서도 관계하는 모든 이들을 고객으로 인정하고 배려하며 함께 나누어야 한다.


우리가 행하는 운동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내가 존재하는 그 곳에서 어떠한 행위가 만들어지는지 그 행위로서 그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선배가 운동(movement)발로 한다고 했다. 이 말을 신뢰한다.


일생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머리 좋은 사람과 마음 좋은 사람의 차이, 머리 아픈 사람과 마음 아픈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그것입니다. 발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삶의 현장입니다. 수많은 나무들이 공존하는 숲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 마음 좋은 사람만 못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다.


머리와 가슴, 발의 관계를 알게 해 준다. 운동을 발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발로 당사자를 만나야만 가슴이 움직인다. 가슴이 뛰어야만 학습하고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다. 가슴 뛰는 그 존재의 가치는 지역사회에서 만나는 당사자인 청소년에게서 나온다.


조직의 사명과 가치는 평화라고 일컬으면서 조직 내부에서 조차 실무지도력들과도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지 않는다면 지역에서 어떠한 평화를 꿈꿀 수 있을까?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 보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주장하나 단 한명의 청소년의 아픔조차 나누지 않고 자기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치부하면서 지역에 청소년이 보이기를 바라는가?


시민운동을 행한다며 프랑스 혁명부터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있는 상식 없는 상식 모두 꺼내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 가슴 깊이 만나는 회원이 없다면 어찌 된 것인가? 자신의 실제 당사자와 지역의 관계는 망각한 채 과거의 역사적 지식 몇 마디로 자신의 위치를 가름 하려 한다. 지역사회에 자신과 관계하는 시민들이 누구이며 그들과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행하고 있는지는 생각지 않는다. 이러한 자가 시민운동 운운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 수 없다.


비영리 운동조직에서 삶의 가치와 운동성 운운하며 정작 조직의 목적보다는 자신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조직의 근본적 운동성을 추동하며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무능한 공무원보다도 못한 전문성과 헌신성을 갖는다. 그마저도 발휘하지 않는다. 퇴근 시간 기다리며 자신의 개인적 복지만을 끝 간 데 모르고 주장 한다. 조직에서 잘리는 일 없으니 끝까지 버티고 버텨서 고위직에 오른다. 이 후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며 한마디 한다. 아니다. 틀렸다. 굽은 나무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묘목들의 영양분이 모두 빨려서 죽어 나갔다


경력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위치와 권한만을 주장한다. 자리 유지하기 위해 조직의 일과 전혀 관계없는 외부의 정치 조직들을 법인 안에 끌어 들이고 자리보전하기 위해 그들과의 관계에만 집중한다. 이들을 통해 유입된 정치조직들은 사회에서의 자기 자리를 만들어 가기 위해 민간단체를 수단으로까지 활용하려 든다. 이러한 자들의 행위를 방조하며 함께 활용하여 알량한 자리를 보존한다. 이러한 조직은 무능한 관변조직으로 남아 있을 수는 있어도 운동조직으로 영속하지 못한다.


직무에 대한 업무분장 운운하며 내 일이 아니니 할 수 없다는 이가 있다. 반대로 자신의 직무이니 다른 이들이 손 데면 안 된다는 이들도 있다. 이미 기업에서 조차 직무표까지 상실된 모양새다. 자신의 직무만을 잘 하고 상관이 오더내린 일만을 잘 하면 그 사람이 유능할까? 운동의 흐름과 지역사회의 관계는 모른 채 프로그램 몇 개에 집중한다 해서 일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요구한 일은 당연히 진행 해야 한다. 그 일을 잘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미션과 정합성이 있어야 한다. 민간 조직의 목적을 추동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업무 자체를 자신의 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조직의 미션에 대한 창조적 발상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업무에 대한 일조차 상관이 지시하는 일 이외에는 고민도 하지 않고 제안도 하지 않는 것이다.


비영리 민간 조직의 활동가들은 조직과 자신의 일대일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조직이 필요한 사람일수도 있으나 이 보다는 조직을 필요로 해서 자신이 운동하는 일인 지도력으로 결합하는 관계다. 기업으로 치면 일인기업과 대기업이 업무 협약을 맺은 것이다. 목적과 비전이 같아서 함께 한다. 그 조직의 이상 즉 목적성(mission statement)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청소년을 만나며 지역 주민을 만나고 가슴 뛰어 머리가 돌아간다. 움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참여하는 사회를 꿈꾸는 청소년활동가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