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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청소년 욕 문화와 비속어의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11. 12. 11.

며칠 전 교육청의 학교폭력 관련 위원회가 있어서 참여했습니다. 논의 후 식사하면서 몇 분과 청소년들의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 참여하신 분들이 청소년들 대부분의 언어가 '욕'이라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아이들 입에서 '졸라', '존나', '씨팔', '씨바' 등 듣기에 거북한 언어들이 계속해서 튀어 나옵니다. 현실입니다. 제 대학원 후배 분은 청소년의 '비속어'와 관련한 연구를 할 정도가 되었지요.


청소년 절반 이상은 하루 중 여러 차례 습관적으로 욕을 하고, 10명 가운데 7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욕설을 시작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KBS한국어진흥원과 국립국어원이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에 욕설을 얼마나 자주 하는가’라는 물음에 ‘10번 이상’이 22.1%, ‘3∼9번’이라는 답이 30.4%였습니다. 욕설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73%가 ‘초등학교 때’라고 답했지요. 욕설을 하는 이유는 ‘멋있어 보이고 재미있다’ ‘친구끼리 친근감 표시다’ ‘습관이다’ ‘화나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편 법무부가 산하 소년원 등 17개 기관에서 교육받는 학생 11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언어사용 실태 분석에서도 98.5%가 비속어를 쓴 경험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속어 사용 시 감정 상태에 대해서는 ‘별 느낌 없다(81.1%)’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지요.


이 욕의 의미를 알고 보면 너무나 심각한 내용들이 많이 있지요. 일상적으로 쓰이는 욕 가운데 씨팔, 씨발에 대한 어원을 살펴보면 우리가 입에 담을 수 없는 너무나 힘겨운 언어입니다. 씹은 성교의 속된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씨팔놈'이란 말 자체로는 '성교하다'라는 뜻으로 나쁜 뜻은 아니지요. 그런데 이 '씨팔놈'이라는 말 앞에 '니기미'라는 단어가 붙게 되지요. '너의 엄마'라는 뜻이지요. "니기미 씨팔놈"이라는 말은 '너의 어머니와 성관계를 가질 놈'이라는 뜻으로 '패륜적이고 짐승만도 못한 놈'이란 뜻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Mother Fuck!을 간단히 줄여서 Fuck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식사 가운데 청소년들 대화의 대부분이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데 여러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른들 입장에서 아이들의 욕은 몰상식하고 문제 있는 예의 없는 행위로 비추어 집니다. 당연하지요. 욕의 의미를 살펴보면 추악하기 그지없는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욕'은 일상입니다.


앞에서 통계도 살펴보았지만 욕을 하는 이유가 ‘멋있어 보이고 재미있다’ ‘친구끼리 친근감 표시다’ ‘습관이다’ ‘화나면 자연스럽게 나온다’가 대부분이지요. 문제는 그 욕이 의미하는 바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일상적 언어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청소년과 성인들의 욕에 대한 입장의 큰 차이 같습니다.

성인들이 들을 때 너무 추악하고 상대를 모욕하는 의미의 언어지만 아이들은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은 일상적 언어인 셈이죠. 괴리가 크다고 보입니다.


근래 나꼼수의 '쫄지 마 씨바'라는 유행어도 마찬가지이죠. 이들이 쓰는 용어 자체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죠. '씨발'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를 그대로 사용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일상적 언어 가운데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다고 보이죠. 쓸데없는 가식을 깨는 도구로서의 다양한 표현이죠.


어찌할까요?

아이들에게 욕의 어원, 문제, 상대의 배려 없음 등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해 주어야 할까요?


청소년들이 욕한다는 표피적 상태만을 인식하는 것에서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본질적으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 자체의 폭력적이고 억압적 환경에서의 일상적 의미로서 내 뱉는 욕이지요. 욕이 그들 안에서 생산되지는 않았다고 보여 집니다. 초등학교부터 욕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너무나 억압적이고 폭력적이고 관리, 통제적인 입시 환경을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한 그들의 입에서는 끝 간 데 모르는 일상적 탈출의 언어가 계속해서 남발 될 것입니다. 그들이 내 뱉는 욕의 의미는 어원을 이해하고 내 뱉기 보다는 환경의 불만을 표출한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욕을 계속해야 하는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욕하면 '나쁘다'라고 가르치기 이전에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폭력적 환경을 거두어 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계속해서 비속어는 증가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지요.



# 첨부파일에 욕에 대한 몇가지 어원과 출처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다운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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