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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교사와 학생은 '긍정적 공명'의 관계가 아닐까?

by 달그락달그락 2011. 7. 24.

 

이집트의 민주화 혁명 과정을 언론으로 지켜보았다. 지난 1월에 시작된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18일간 이어지며 30년간 철권 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졌다. 민주화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 기재로 'facebook'이라는 소셜미디어가 있었다. 그 동안 독재로 인한 시민들의 두려움 때문에 잘 못되어진 일들을 서로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소셜네트워크는 민주화의 열망을 가진 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집단지성은 매우 자유롭게 융화 되었다. 두려움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트리는 가장 중요한 기재로서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MS가 작용을 한 것이다.

 

페이스북에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많은 이들이 시위의 방법을 제안했고, 투표를 통해 참여 방법을 설정했다. 근래 이집트 혁명에 관련된 구글 임원인 Wael Ghonim이 TED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참여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에 제안했던 많은 이들의 시위 참여 방법가운데 가장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가 침묵의 시위라고 했다. "검은 옷을 입고, 침묵하며 바다를 향해서 거리를 등지고 한 시간 동안 서있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제안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침묵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국가 권력이 탄압하기 시작했으나 평화적인 시위는 지속됐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사람들의 관계가 그대로 전이되었으며 동일한 꿈과, 동일한 실망감, 동일한 분노와 자유에 대한 동일한 바램을 그 안에서 나누었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에 참여하는 과정가운데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운동이 자연스레 일어난 것이다.

 

참여의 핵심은 동일한 관계였고, 그 안에서 많은 시민들이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시민성을 구축해 나갔다. 시민들 모두의 존재와 동일한 가치를 온라인과 연결되어지는 오프라인에서 표현하며 이루어 낸 것이다.

 

이집트 민주화운동 설명하다가 쌩뚱 맞을지 모르겠다. 현재의 우리 학교를 들여다보자. 근래 학생인권조례가 붐처럼 일었다. 작년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바로 통과되어 청소년들의 인권이 미진하나마 구속력을 가지고 지켜 질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지역은 경기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지부진한 양태로 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례의 내용을 보면 때리지 말고, 학교 운영에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등의 우리 헌법을 기준으로 하면 너무나 당연한 글들이 적혀있다. 그런데 이 조례를 이야기 할 때면 빨갱이 운운하는 분들까지 존재하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더군다나 학교 교사의 권리가 침해되어 학교 운영 자체가 안 된다고 강변하는 교사들도 여럿 만났다. 교사들뿐인가? 학생들조차도 상당수가 교사들의 말을 듣지 않고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친구는 체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일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지난 10여 년 전 두발자율화 운동이 한 창일 때였다. 서울의 모 토론회에서 두발자율화 운동을 하던 청소년을 만났다. 이 청소년이 하던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머리 기르는 것과 공부하는 것과의 차이가 없는데 왜 이렇게 강압적으로 머리에 가위질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온라인에서는 이미 누구나가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만 가면 학생들은 일방적인 대상이 되고, 관리의 대상이며 선생님과 학생들은 수직적관계입니다. 정말 힘겹습니다."

대략 이런 논지의 대화였다.

 

학교교사와 학생들 간의 관계가 수직적이다. 많은 이들이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당연히 학생은 관리의 대상이지 수평적 관계의 시민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될 수 없다. 학생권리를 주장 하며 그들이 자기 인권을 보장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저 교사, 학부모라고 칭하는 성인들이 지시하는 것을 잘하면 좋은 학생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입시를 잘 치를 수 있도록 훈련 받으면 좋은 관계라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긋난 관계가 성인들 입장에서 잘 못 되었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 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끊임없이 현재의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입시를 위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지구라는 별 안에 인간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 학교에서는 인간관계, 인간 본연을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류공영의 발전', '민주시민', '자주성' 등의 가치가 녹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러한 최고 가치는 이미 교육법의 이념에 녹아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입시만을 외치고 있으니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올바를 수 있을까?

 

인간에 대한 이해, 특히 청소년에 대한 이해, 청소년들이 왜 이러한 환경에서 이렇게 힘들어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시공부 잘해야 한다는 일방적 자세를 취하는 한 관계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교육의 근본은 결국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에 있지 않는가? 상호 소통하며 관계하고 그 근본의 물음을 끊임없이 행하게 하며, 교사는 스승으로서의 본을 보이며 그들과 함께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소통하고 개방해야 하며, 그들의 공간에 참여시켜야 한다. 학생들을 그들의 공간에 참여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배재한 채, 최고치는 성적 올리는 것이라며 강압할 때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현재의 수준을 벗어 날 수 없다.

 

학생들은 수학, 영어, 국어를 배운다. 경제도 배우고 사회도 배운다. 학과목으로서 문제를 잘 풀어대는 방법을 배울 뿐이지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잘 살 수 있는 관계에 대해서는 배움이 거의 없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 시민의식을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의 교사들은 이러한 시민의식이나 사람에 대한 예가 몸에 배어 있는가?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손 아랫사람이라도 예의가 바르고 누구에게나 배려하며 겸손히 배우려 노력한다. 자기의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기 보다는 배려하고 대화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상이다. 그 일상의 근본을 위한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긍정적 가치에 '공명(共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명(共鳴)은 특정 진동수(주파수)에서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든 물체는 자기만의 고유 진동수가 있는데 외부의 진동수와 일치할 때 엄청난 흔들림(에너지)을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40년 11월7일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Tacoma) 해협에 놓인 다리가 ‘어이없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만 해도 신공법이었던 현수교로 건설된 이 다리가 탄생했을 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격찬했었다. 미국의 현대 기술의 자존심을 건 건축물이었던 만큼, 타코마교는 원래 시속 190km 속도의 초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완공 석 달 만에 ‘산들바람’ 정도의 바람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공명현상 때문이었다.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이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여 민주화의 공명현상을 일으켰다고 보인다. 교사가 이러한 긍정적 가치를 추동하는 페이스북과 같은 관계의 역할을 하면 어떨까? 긍정적 가치의 소통과 관계, 꿈을 함께 꾸고, 자유와 평등에 대한 동일한 바램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이러한 가치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허브역할인 셈이다. 참여하는 과정가운데 교육은 자연스레 일어난다. 학생들이 가진 막연한 두려움도 연대하며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 선생님이 가르침에 대한 글은 청소년들 만나며 언제나 내안에 자리 잡아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 기계적으로 외우기, 그리고 그 외운 지식을 뱉어내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진정한 배움은 진리를 억지로 집어넣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스스로 찾아 낼 때 이루어진다."

 

이러한 내적 진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시민사회의 '긍정적인 공명현상'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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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모월간지에서 교사와 학생간의 긍정적 관계에 대한 원고 요청이 있어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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