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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지도와 지시

by 달그락달그락 2011. 8. 1.

지난 한 달여 간 지역의 청소년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과정 가운데 워크숍을 숙박하며 이틀 간 진행했다.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YMCA회원, 특별회의, 고교학생회 연합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13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인권복지, 교육, 문화, 진로 등 네 분과를 나누어 관련 전문가 분들을 초청해 설명을 듣고 이틀 여 동안 나름의 정책을 만들어 냈다.

 

이 주일 후 지역의 시의원분들을 모시고 청소년들이 개발한 정책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토론회를 이어 갔다.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분과별로 기관 실무자들이 지원했다. 청소년들은 워크숍과 토론회에 참여하며 에세이를 작성해 자신의 관점을 정리했다.

 

중간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제안한 의제에 따라 참여한 실무자들에게도 관련 정책에 대한 관점을 쓰도록 제안했고, 솔직하게 자기 고민을 작성하도록 강조 했다. 혹자는 청소년들 지도하기에도 바쁘고 힘겨운데 성인 실무자들에게 아이들과 똑같이 숙제 내 주듯이 관련 정책에 대해 쓰게 하느냐며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청소년들의 참여와 주체성 운운하며 일을 진행한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관련 활동들을 진행할 때면 담당 실무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일을 던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뒷짐 지고 아이들이 행하기를 기다린다. 무책임한 행동이다.

 

학교 또한 학급 회의부터 학생회,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자치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자치적이어야 한다. 학교 밖의 청소년활동, 복지 등의 실무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활동 내용의 근본적 가치를 고민하고 실행 능력이 있을 때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그 만큼 성장한다. 활동에 대한 경험은 고사하고 행하는 자기 일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고민하지도 않은 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근래 전국적으로 도 단위, 광역단위에 청소년참여기구의 연합 워크숍 또는 보고대회 등에 강사로 참여했다. 권역별로 몇 군데 관여하며 청소년들과 관련 실무자분들을 만나본다. 나름대로 고민하며 청소년들의 의제 개발을 위한 치열한 토론이 있는 곳이 있다. 실무진들의 고민과 많은 고생이 뒤따른 곳임을 직감하게 된다.

 

이와 달리 참여기구 워크숍인지, 캠프파이어 하며 공동체 놀이하는 캠프인지 분간이 안가는 활동도 존재한다. 한두 부분을 형식적으로 회의 정도 넣어 놓은 후 진행은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 담당 실무자도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기구의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행해야 하는 일이기에 청소년들에게 지시할 뿐이지 그 안에 '지도력'이라 표현할 만한 내용이 없어 보인다.

 

직장 안에서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에서의 지시를 고려해도 비슷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지시는 직급에 따라 경험이나 학습이 없어도 누구나 가능하다. 상관이 시킨 내용을 그대로 하급 직원에게 다시 지시하고 체크한다. 지시한 사람이 어떤 가치와 목적이 존재하는지 그 일 안에 어떠한 내용이 중요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지시'만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부하직원이 그것을 모를까?

 

하급직원들에게 상관이 행해야 하는 것은 일방적인 '지시'만일까? 특히 청소년들을 만나고 교육, 복지, 운동성 운운하는 우리네 삶에서 청소년을 지도하는 내용은 어떠한가? '지시'와 달리 '지도'는 결국 참여하는 청소년들과 실무지도력 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본이 되는 삶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그러한 내용의 가치와 과정을 이해하고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교육적 과정과 가치를 묻어 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일' 안에서 지시하고 자신도 잘 모르는 내용이 좋아 보인다며 부하직원을 칭찬하거나 불신하는 어설픈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글을 쓰는 내 자신 조차도 조심스럽다. 오더를 받기 보다는 내리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나를 더욱 돌아보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교육, 복지, 활동, 상담을 행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나부터도 지시보다는 내 삶의 변화가운데 지도력이 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알지 못한 채 무조건 지시하며 권위를 내세우는 것은 문제를 야기한다. 일은 당사자가 행할 수 있도록 거들어 주는 것이지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행할 수 있도록 거들어 준다.

 

지도와 지시 우리는 어떤 일을 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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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3일 새전북신문에 실릴 칼럼입니다.

 

(110801) 지도와 지시-새전북 칼럼-정건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