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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참여를 통한 청소년의 목소리 듣기

by 달그락달그락 2011. 7. 6.

아래 원고는 지난 7월1일 살레시오 수도회 연수회에서 발표한 청소년참여에 대한 글입니다.

원문: http://www.youthauto.net/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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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는 글: 강박증 있는 사람

 

배가 아프다. 눈을 뜨니 새벽 5시다. 어제 9시경 늦은 저녁식사 후 잠자리에 들었다. 계속해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까지 뱃속이 부담스럽고 양치질 하지 않은 입안이 텁텁하다. 꿈에서 빨리 나오고 싶었다.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에 다녀왔다. 골방 한 귀퉁이 있는 아이폰 열어 보았다. 가방에서 읽고 있던 책을 열었다. 두 어장 넘겼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쓰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

 

"글쓰기에 대한 강박증은 직접 글을 써서 풀어내야 한다. 쓸데없이 술에 취하는 엉뚱한 방식으로 풀려고 하지 말라."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는 폭력적이었다. 어린이들을 잡아 두고 책을 모두 암기시키려 했고, 순번대로 나와서 암기하지 못하면 무자비한 체벌이 가해졌다. 아이들이 잘 못한 행동을 하거나 지시한 것을 하지 않을 때 따귀를 때리는 것은 예사였으며, 목을 조르고 얼굴을 때리며 책상이 밀릴 정도의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나 또한 난로(당시 교실마다 석탄난로가 있었다)의 석탄을 고르고 집어넣는 쇠로 된 부지깽이로 엉덩이를 맞아 본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강박증이 극에 달했던 것 같다. 학교에 가는 게 너무나 힘겨웠다. 그래도 매일 등교했다. 학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는 곳이라고 배웠다. 등하교시 보도블록의 선을 밟지 않으려 했다. 보도블록의 선을 밟으면 운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일 년 동안 보도블록의 선을 전혀 밟지 않고 등하교하며 개근상 탔다. 어린 나이에 사로잡힌 내 안의 미신적인 생각이었다.

 

98년 늦은 가을 시작한 청소년운동은 강박적이었다. 청소년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장난치고, 그 아이들 가슴 안의 이야기를 듣고, 작은 사업들을 끊임없이 생산해 냈다. 하루라도 회관에서 청소년들을 만나지 않으면, 조직한 아이들이 모두 없어질 것만 같았다. 끊임없이 만나려 했고, 관계하려 노력했다. 어느 여름에 아이들에게 눈병이 옮아 모래알들이 한 움큼이나 눈에 들어가서 쓸리는 아픔으로 탱탱 부은 눈을 가지고도 회관에 나가서 아이들을 만났다.

 

매일 늦은 밤 사무실에 청소년들과 대화하기도 했고, 혼자서 기다리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모두 마칠 때 까지 기다리며 밀린 행정 작업도 하고, 사무실 찾아 온 아이들과 대화도 했다. 거의 강박증 수준이었다. 그렇게 10여년이 넘는 생활을 하다 보니 강박증이 강박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일상적 강박증은 끊임없이 일을 대면시킨다. 글쓰기도 비슷하였고 조금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대학원의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년행사를 하나 하더라도 준비과정에서는 유하게 접근하였으나 행상 당일에는 매우 예민해져 내가 나에 대한 실수를 용납하지도 않으려 했다. 처음에 유하게 직원 분들과 준비하다가도 행사 당일 던지는 말들로 상처 받는 직원 분들도 보았다. 내 안에서는 정당한 일이었다. 전쟁터로 곧잘 비유했는데 과정을 잘 준비했다면 본 프로그램 안에서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마저도 강박증적인 행위로 나타났다. 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신뢰와 사랑도 미움도 곧잘 이러한 극단적인 성향으로 번지기도 했다. 강박적인 내 안의 집착을 없애려고도 했다.

그런데 강박증이 꼭 나쁜 것일까?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강박증은 좋은 것이다. 그 강박증 때문에 끊임없이 창작하려 노력한다. 법인에서 끊임없이 주장하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에 대한 강박증이 존재한다면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내용을 긍정적인 강박증으로 표현한다. 강박증을 이기지 못하고 술이나 다른 약물로 해결하려고 할 때 회피가 된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을 힘겨워 할 때가 많았다. 회피는 게으름을 낳기도 하고, 그 게으름 때문에 조직의 전체 운동 속에서 불협화음을 낸다. 특히 조직관계에서 문제의 회피는 더욱 많은 어려움을 조장한다. 내 앞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5년, 또는 10년 이후의 조직 비전을 설정하고 추동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다.

 

아플 때가 많다. 몸이 아프기도 했고, 사람에 대한 상처로 인해 가슴이 아플 때도 있다. 사람의 관계는 일방적인 상대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 내 잘 못이 있기에 더 아프다. 인간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에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려고 하는 양상이 크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 아픔들에 의해 삶이 만들어져 가는 것을 보게 된다. 아프지 않았다면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없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조직 안에서의 아픔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너무나도 부족한 내가 엉성하나마 이 정도의 지도력으로 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직원들 간의 조직 역동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추동한다. 실무지도력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의 불협화음은 항상 존재한다. 일에 대한 분량, 개인적 성향, 기관을 보는 관점 등 각자의 생각이 모두 다르기에 당연한 일이다. 그 안에서 가끔씩 힘겨워 하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강박증은 나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힘이 되었다. 이 녀석을 피하려 술이나 다른 그 무엇으로 해결하려 하고 회피한다면 더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킨다. 그렇지 않고 맞서서 소통하려 한다면 긍정적 일들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긍정적 강박증은 이 세상 떠 날 때까지 함께 할 것 만 같다.

 

2. 변화, 변화, 변화

 

청소년을 변화시켜야 했다. 변화가 일이었다. 청소년의 변화는 '신'이 나에게 허락한 가장 귀한 소명이라 믿었다. 가슴 안에는 청소년들이 변화되어야 할 목표가 정해져 있었다. 존경하는 대상들의 틀을 가지고 원칙을 잡았다. 그 틀 안에 청소년들을 끼워 맞추려 했다. 그것이 변화라 믿었다. 예전의 모습이 아닌 내가 가슴 안에 기준으로 믿었던 분들의 성품, 관계, 활동 내용 등에 근접시키는 것이 변화라 믿었다. 수년간 청소년들의 변화과정을 내가 기준으로 설정한 그 모습에 맞추려 했다. 관계는 곧 나를 통한 변화의 욕구에서의 그들 성장의 시작이었다.

변화의 정의가 다양하다. 사전적 의미로 변화(變化)는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이윤기는 변화의 정도를 세 가지의 다른 용어로 번역하고 있다. 형태만 변하는 것은 변형(變形, transformation), 성질이 바뀌는 것은 변성(變性, transmutation), 그리고 본질이 바뀌는 것을 변역(變易, transubstantiation)이라고 구별한다.

 

청소년들에게 요구했던 변화는 '변역'이었다. 과거에 목적으로 했던 변화는 내가 가슴 안에 가진 그 어떤 대상을 주입하여 그렇게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모양으로 완전히 변하지 않았다. 기준으로 잡았던 원칙적인 대상의 삶이 완전히 옳은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회의도 왔다. 전 세계 60억이 넘는 인구 가운데 똑 같은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고민했어야 했는데 다양함을 무시하고 일치만을 강요했던 오류를 범했다. 다양성은 인정해야 하며 차이는 존중해야 했다.

 

변역(變易, transubstantiation)을 아직까지 목적으로 한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개념정의를 내렸다. 내 의도 데로 본질이 바뀌게 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변역은 당사자인 청소년과 내가 본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배나무에서 배가 열린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열린다. 원래의 씨앗이 무엇이냐에 따라 자란 이후의 모습은 달라진다. 유전자 조작으로 음식물의 대량생산은 되었으나 결국 그 많은 조작식품과 동물들로 인해 독이 되어 돌아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초식동물에게 식물을 주어야 하며, 동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과나무의 씨앗은 사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듯이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로 이해하게 되었다.

 

조작하여 주관적 욕심대로 변형시키려고 하는 것은 변화가 아닌 강압적 통재로 형태만 변하는 변형에 불과하다. 진정한 변혁은 본래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었던 그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결국은 우리네 청소년활동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집중해야 할 부분은 여기에 있다. 청소년들이 어떠한 씨앗을 가졌는지 그들의 내밀한 가슴에서 그들에게 소곤거리는 소리는 무엇인지 듣게 해 주어야 한다. 어떠한 외부적인 간섭이나 통제, 지시를 통해 그들을 조작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변역은 곧 청소년들이 자기가 이 세상에 태어난 본질적인 이유를 알고 그에 따른 삶을 살기 위해 행하는 과정을 뜻한다. 어떠한 기준을 정하고 그 비율로 완전한 삶을 귀결하지 못한다. 다만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그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변역)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참여'를 권한다. 참여는 가치이기도 하며 방법이기도 하다. 강압적인 지시에 의한 참여는 이미 '참여'가 아니다. 참석과 참여는 다르다. 어느 공간인가에 속해 있더라도 실질적인 참여가 일어나기도 하나 어떤 이들은 몸만 존재할 뿐 그 곳에 존재하진 않는 경우가 있다. 참여는 자발적이며 능동적이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공간에 책임과 권한이 존재함을 인식한다. 관계하는 것이다. 가능한 책임감을 가지면서 관계한다. 사람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물건과의 관계, 더 낳아가 신과의 관계, 그러한 관계의 공간에서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신상 털려도 좋은 참여과정

 

청소년의 실질적인 '시민참여'의 공간은 그들이 관계하는 책임과 권한이 함께 하는 곳이다. 현실의 사회 환경적 공간에서의 시민참여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민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불완전한 목적을 지향하는 학생이라는 위치권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다르게 사이버 상에서는 네티즌으로서 권한이 크다. 인터넷은 청소년들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도구로도 사용된다. 90년대 인터넷보다는 PC통신이라는 용어가 주를 이룰 때였다.

"헌법의 고귀한 정신을 준엄하게 지키는 헌법 재판소에 학교장의 지나친, 전횡적인 학교 운영으로 말미암은 학생들의 기본권의 억압을 원상 회복시켜 주시기를 바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국민의 일원인 저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5개월간의 고등학교 생활은 제가 죄수들처럼, 개돼지처럼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규제되는 생활로 점철되었습니다.

저는 단지 상식에 따라 준수되어야 할 합리적인 학교 운영이 더 이상 학교 운영권자의 자의적이고 전제적인 독단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즉 방과 후의 시간을, 방학 동안의 시간을 당연히 학생들에게 돌려 달라는 것입니다"

1995년 7월 22일 하이텔 게시판에 올라온 이 한 편의 글은 청소년 인권운동의 획을 긋는 사건으로 발전했다. 춘천의 '최우주'군이 학교의 강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시행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내려다 절차상의 문제로 청와대, 교육부,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출했으나 무성의한 답변만을 듣게 됐다. 그러나 하이텔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뜨겁게 반응했고, 중고등학생복지회가 조직되어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게 되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이야기 할 때 최우주군의 문제제기는 자주 회자되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만약 PC통신이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이러한 논의의 과정과 사회적 이슈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90년대 후반 인터넷에서 시작된 두발자율화 운동은 교육부로부터 학교별 토론회를 열어 두발규정을 개정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내게 했다.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이 조직되었으며,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 커뮤니티, 18세 선거권 운동, 미국장갑차로 인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과 2008년 미국산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 등의 중심에 청소년이 있었다. 청소년의 중심적 참여의 수단은 언제나 인터넷이었다. 청소년 시민참여를 위한 도구로서 인터넷은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수평적 관계의 보편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청소년들은 나름의 노력으로 자신들의 힘겨움과 아픔을 오프라인에 표출했지만 제대로 된 반응이 오지 않았었

고, 이를 소통하는 공간으로 사이버를 선택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들의 아픔이 그대로 반응됐다.

이와 달리, 인터넷은 부정적 요인도 많았다. 카페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의 일방적인 논리와 통제가 가능하기도 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며 개설된 '타진요'와 같이 사실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을 매개로 하는 커뮤니티부터 연예인들의 안티 카페, 친구의 왕따를 조장하며, 담임교사를 험담하는 공간, 자살을 권장하는 사이트까지 많기도 하다. 운영자의 일방적 의견과 주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변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집단지성'의 기본 가치를 파괴하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이 대중화 되면서 반 폐쇄형 커뮤니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었다. 온라인 카페처럼 운영자가 회원의 의견을 삭제하거나 부각시키는 등, 조작하기 어려운 개방형 네트워크 체계다. 기존의 반폐쇄형 체계인 카페 형태의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는 개방과 공유 면에서 차이가 크다. 자의적 개방으로 인한 '관계 맺기'가 아닌, 순전히 타의적 개방으로 '신상 털기'가 유행하기도 한다. 신상 털기는 연예인, 일반인 등을 네티즌들이 무차별적으로 신상을 알아 온라인에 배포하며 비난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개방성'과 '신상 털기'는 자의와 타의로 인해 전혀 다르지만 '공개'한다는 것은 일치한다.

 

개방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엉뚱한 질문일지 모르나, 자신의 힘겨움, 즐거움, 치부까지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세상이 된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청소년들의 힘겨움이 사이버 상에서의 공감으로 세상이 작은 변화를 보였듯이, 우리네 모든 즐거움과 힘겨움이 긍정적으로 공유되고 지지되는 세상이 된다면?

 

사이버 공간이 우리들 대부분의 삶을 공개하는 곳이 된다면?

 

예를 들면, 다양한 정보를 알았을 때 취업, 수능 등 불합격의 아픔, 연인관계의 헤어짐, 육체적인 고통 등이 알려져 그 아픔에 대해 많은 이들이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신상을 털면 털수록 상대와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바보 같은 상상일지 모르나 가능한 많은 이들이 신상을 모두 털려 자신의 가슴을 열어 보이는 세상이면 좋겠다. 아픔은 감싸 주어 감소시키고, 즐거움은 더 크게 나누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신상 모두 털려 즐거운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하여 자신을 개방하는 세상을 생각해 본다.

 

 

4. 기획된 청소년사회참여 과정

 

1) 청소년조직은 운동의 기본

 

5년여 간 청소년YMCA를 중심으로 동령회와 하령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제 개발이 이루어져 왔다. 의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어색할 정도의 투박함이 있었던 내용이나 이를 잘 다듬고 활용하여 지역의 활동과제를 선별하여 진행했다.

 

동령회나 하령회는 '회의(conference)'이나 청소년들 사이에는 임원과 회원들 간의 친교를 위한 캠프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지역의 청소년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댄스나 노래 등 자신들의 활동을 공유하고 늦은 밤까지 그들만의 대화와 활동이 일어난다. 따라서 자연권수련시설에서 진행하는 캠프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겨울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하령회를 기반으로 한 임원진들이 동령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추진위원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동령회 프로그램 자체를 기획하고 세부 준비 팀까지 만들어 낸다. 여기에서 청소년지도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목적을 설정할 때 청소년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작업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실제적인 참여활동까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지속적인 관계가 청소년들과 유기적으로 형성되어 있어야 하며 그러한 청소년조직이 살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계의 조직이 살아 있고, 청소년들과 사업의 목적을 함께 설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기타 부수적인 대부분의 일들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할 수 있다.

 

사례와 같은 참여활동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의 청소년자치조직이 구성되어 있었고 지속적인 논의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청소년들이 없다면 청소년동아리 등 자치조직을 먼저 조직해야 한다. 댄스, 노래, 또래상담, 봉사, 만화 등 다양한 동아리가 가능하며 이러한 동아리들의 활동들을 장려하며 청소년들의 참여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청소년기자단을 조직해 청소년신문을 발행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와 달리 지역의 신문사와 연계해 청소년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매주 신문에 발행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오 년여 간의 청소년의제가 지역사회에서 현실화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지방선거에 청소년들의 참여를 실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청소년들의 핵심정책 중 하나는 교육정책이며 이를 제안하고 추동할 수 있는 위치가 교육감이라는 자리라는 인식이 되었고 선거를 통해 치르기에 청소년들의 실제적인 참여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북지역 청소년들의 주도적 참여그룹이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조직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2) 참여의 진행과정

 

청소년YMCA에서 4~5년 여간 동령회와 하령회를 기반으로 제안했던 다양한 의제를 기반으로 전북지역 청소년관련 기관단체장 및 관계자 분들께 교육감 선거에 따른 정책제안 및 향후 전북지역 청소년관련 정책의 장기적 방향을 선별하자고 제안했다. 전북청소년수련시설협회가 주가 되었고, 전북청소년단체협의회, 지역아동센터협의회 등 전북지역의 31개 기관단체가 연대하여 "청소년희망의제 제안을 위한 전북연대회의"가 4월 경 구성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 청소년대표자들을 추천받아 청소년YMCA와 참여위원회, 특별회의, 수련시설 운영위원회, 학생회연합회 등 다양한 청소년대표자들이 모이게 됐다.

 

처음에 제안했던 청소년YMCA의 기본 의제를 초안으로 작성된 청소년희망의제를 청소년대표자들과 토론했다. 5월 토요일마다 전주에서 각 지역의 대표들이 지속적으로 모였으며 온라인에서도 지속적 관계망을 형성하였다. 이후 청소년들이 제안하여 논의된 내용들을 기반으로 전북지역 청소년희망의제를 만들어 교육감 후보 다섯 분에게 보내드리고 답신을 받았다.

답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참여·인권

고영호

김승환

박규선

신국종

오근량

18세 참정권 보장

청소년 인권 보장 (예. 두발자율화, 교복자유, 야간자율학습 자율화, 체벌금지, 종교강요금지)

학교운영위원회 의사결정과정에 학생참여 보장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참여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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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참여 위원회에 청소년 단체 대표의 참여권 보장

청소년 인권 전문상담원 배치

인권교육 과목 신설 및 교사 배치 (예. 민주시민교육, 정치교육, 학교폭력, 성폭력, 자살예방 등)

청소년인권 증진을 위한 신체자유권 법제화

학생인권조례 제정 실시

×

진로와 일

청소년 개인들의 개성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진로교육

청소년 일자리 제공 및 직장체험 확대

다양한 분야에서 청소년 진로 상담을 지원

공교육에서 진로계발 시간 정상화, 지역사회 청소년진로프로그램 활성화

교육환경 및 입시제도

청소년의 학습권 보장(예. 인권교육, 민주시민교육)

장애 청소년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

지역사회 청소년 단체 활동의 자율적 활동 보장 및 기록 인정

일제고사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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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체험을 통한 학습 강화

청소년 인문⦁사회교육 실시

수강신청을 통한 수강과목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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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평생학습시설 학습권 보장

과도한 수업일시 축소 (예. 10시 이후 심야학습 금지와 다양한 방과 후 활동 참여 보장)

교육의 상향평준화가 아닌 중하위 평준화되어진 공교육 제공

×

×

문화·복지

청소년의 복지⦁건강권 보장 (예. 학교급식개선 시급-학교급식조례 제정)

청소년 동아리지원의 활성화

(예. 청소년 단체 동아리 활동 저극지원)

청소년 문화공간 확대

(예.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 확충)

청소년 보호 및 안전할 권리 보장 (예. 청소년유해환경 개선)

학교 급식 의무화 (무상급식)

청소년희망의제에 대한 도교육감후보의 답신 내용

청소년희망의제는 4가지 영역으로 구성이 되었으며, 총 27개의 의제로 이루어졌다. 이 27개의 의제에 대해 5명의 전라북도 교육감 후보들은 자신들의 견해(의견)를 찬성 또는 △, 반대로 표시해주었다.

 

답신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 청소년들과 논의하였다. 분석한 내용은 보도 자료를 내고 교육감 후보들을 모시고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협약할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명칭 정하는 데에도 여러 논의가 필요했다. 초창기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감 후보 토론회를 고민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았고, 언론사를 섭외해 공동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언론사마다의 독특한 특성과 자체 계획과 함께 민간기관단체의 주관으로 토론회가 어렵다는 선관위의 전갈을 받아서 메니페스토 행사를 기획하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전주, 익산, 군산의 청소년들이 모여서 진행 과정과 담당자등을 정하게 되었다. 과정 가운데 자의적이기는 하나 전북지역의 대표성 있는 청소년을 지역별로 선출해야 했다. 각 후보 분들과 의제에 대한 협약을 하기 위해서였다. 교황선출방식으로 참여하는 모든 청소년들이 후보가 되었다. 전주, 익산, 군산의 각 지역별 두 명씩 대표를 선출했고, 그 중 청소년 대표를 한명 선출했다. 행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 가운데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만나야했다. 온라인은 카페나 클럽보다는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페이스북에 커뮤니티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20여명의 임원 청소년들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사회부터, 각 정책별 의제 담당 청소년들은 그 내용에 맞는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나와 담당 간사는 계속해서 아이들과 대화(conversation)했다. 행사 진행 내용뿐만 아니라 안내와 캠페인, 영상촬영 등 미디어, 사진까지 청소년들이 모두 담당하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교육감 후보 분들 모두를 행사에 초청했으나 다섯 분 중에 세분만 참석한다는 전갈을 받았다.

5월15일 "청소년희망의제 제안을 위한 메니페스토 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개요는 다음과 같다.

 

프로그램 내용

식전행사

○ 청소년 댄스공연

행사 개회

○ 청소년회원대표 인사말씀

영상 보기

○ 전북지역 청소년들의 교육의 대한 희망 메시지 전달

메니페스토

교육감 후보에게 청소년 정책 제안 및 약정 체결식

○ 각 4개 영역 의제를 구분하여 청소년대표들이 발표

○ 제안된 정책공약과 의제를 확인하고 교육감 후보들이 직접 서명

교육감 후보 인사

○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 소개 ○ 청소년들의 질문 및 답변

사진촬영

○ 참여자 전체 사진촬영

행사 전에 행사장 입구와 로비에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캠페인이 열렸다. 청소년들의 재치발랄한 문구들이 가슴을 아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한다. 완규(군사대표)와 효정(익산대표)의 사회로 오프닝은 군산YMCA댄스 동아리인 on&OFF가 열었다. 이후 전북연대회의 청소년대표로 효정이가 인사말을 했다.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한 마지막 결정은 결국 성인 대표자 분들입니다. 하지만, 저희 청소년들은 교육환경과 입시 제도를 바꾸기 위해 조금씩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개선을 요구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지난 주 아이들이 함께 작업했던 동영상을 상영했다. 군산, 익산, 전주의 일부 청소년들이 교육감 후보들에게 원하는 내용들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과정을 짧게 담은 내용이었다.

 

마침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교육감 후보 세분 모두 교육자 출신이기도 하고 한분은 현직(대학)에 계셔서 세분에게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청소년들이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이후 각 후부 분들께 네 가지 영역별 정책 제안을 했다. 그 내용은 앞에서 정리했던 의제의 네 가지가 핵심 내용들이다. 의제에 대한 내용을 청소년들이 정리한 다양한 내용을 곁들여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의제를 발표한 이후 지난 청소년들이 후보 분들께 제안한 의제를 정리해 협약서를 만들어 청소년대표자들과 후보 분들이 서명으로 협약하는 순서를 가졌다. 후보 분들 모두 기쁘게 협약해 주셨다.

 

이후 후보 분들이 한분씩 자신의 소개와 오늘 청소년들에게 들은 의제와 자신의 공약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세분 모두 대부분의 의제를 약속했다. 모 후보께서는 아동권리협약을 이야기 하시면 현재 우리 청소년들이 제안한 모든 내용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모르는 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의제를 지역의 청소년들이 수년 동안 협의 가운데 만들어 냈으며 선거라는 자리를 빌려 청소년들이 정책화 시키려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의 중요성이다. 또 한 후보는 이미 자신의 공약에 모든 의제가 포함되어 있다며 강조한다. 학생회 법제화 문제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의 참여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더군다나 특별할 것 없는 학교인권조례 또한 경기도에서 추진하려다가 여러 문제가 발생했는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내심 감사한 대답이었으나 향후 당선자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참여한 청소년들과 질의응답시간이 있었다. 야간자율학습의 강압이나, 모두들 무상 급식한다고 하셨는데 자신이 다니는 학교는 무상 급식이었다가 갑자기 예산이 부족해 하지 못한 사례를 들며 예산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이냐 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 낸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내심 걱정했는데 참여한 많은 청소년들이 서로 손을 들며 질문하며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기념촬영하며 두 달여간 청소년들이 고생하며 준비한 메니페스토 행사를 마쳤다.

 

3) 청소년참여활동의 지속성 담보

 

민주주의 가치는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가치라 믿는다. 세계사 가운데 그나마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억압받는 피지배계층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만이 자유로워 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의 우리 청소년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노인, 장애인 분들 수많은 약자 분들이 계신다. 그 가운데 또 하나의 심각하리 만치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약자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다.

 

블랙 코미디와 같은 입시체계에 둘러싸여 자신이 어떠한 삶의 환경을 영위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강압 받고 통제 당한다. 청소년기에는 그러한 강압과 통제와 조종이 '좋은 삶'이라고 주변의 대부분의 환경이 강조하고 있다. 학교, 가정, 사회의 모든 환경이 좋은 대학 가야 한다는 하나의 당위성에 매몰되어 있다. 결국 상위 3~5%정도의 청소년들이 그러한 소위 좋은 곳에 움직이게 되고 개인적 이기심을 발동시키는 방어기재로서 대학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나머지 90%가 넘은 일반 청소년들은 어떻게 되나?

20살이 되는 순간 복잡해진다. 근 10여 년간의 청소년기를 오로지 입시문제만을 위해 시험지 위해서 살다가 갑자기 20살이 되었으니 성인이라고 책임지라고 한다.

 

"배운 게 뭐 있나?"

 

더 힘겨운 세상의 환경에 내 몰아 버린다. 88만원 세대부터 희한한 신조어들이 계속해서 만들어 지고 있다. 결국 10대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삶의 변화가 너무 크게 바뀌어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 정치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비참한 그들의 환경은 결코 변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10대의 정치, 사회 참여의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과 그러한 경험 없이 맹목적 이기심의 발현을 통해 좋은 대학과 끝까지 자신의 스팩, 자신의 지위, 자신의 명예, 자신의 돈만을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삶이 같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청소년들의 참여활동인 희망의제를 준비하면서 참여했던 청소년들의 대부분 연령대가 17~18세이다. 학령기로 치면 고2~3이 중심인 셈이다. 중간고사까지 있었음에도 자신의 발표 원고와 사회멘트, 시나리오, 캠페인 준비 등을 모두 행했다. 거기에 회의한다고 익산, 군산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전주까지 매번 이동해야 했다. 몇몇의 아이들은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인터넷에서 행사에 대해 질문하고 논의하는 시간까지 갖게 되었다. 처음 아이들 만나면서 전한 말이 있다.

 

"청소년들이 교육의 주체인데 배제되어 있다는 것과 수년 동안 청소년들에 의해 만들어 진 청소년희망의제를 여러분들을 통해 현실화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렵지만, 정말 힘겨운 시간이지만 작은 시간 할애하여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일을 추진하며 지역 방송국 기자분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이 기자 분은 고생하신다며 몇 가지 당부를 했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선거전에는 제안한 의제들을 정책화시키겠다고 모두 공약하고 선심성으로 이야기 하는데 당선된 이후에는 만나 주지도 않고, 언제 하겠다고 했느냐며 검토해 보겠다는 논조로 대부분 피해간다며 반드시 지킬 것을 약속 받아야 한다고 몇 차례나 부탁했다. 모르는 바 아니다. 수년전부터 선거만 있으면 시장후보 토론회부터 다양한 관계의 의제에 대한 내용을 공약화 하도록 했으며 지역시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 노력했다.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여 알리고 설명하여 조금이라도 낳은 후보를 선택하도록 도움을 주는 활동과 함께, 희망의제와 같이 직접 당사자인 분들이 자기 이야기를 취합해 제안하는 정책화 시키도록 도왔다. 이번 행사도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협약서의 내용은 이 분들이 하신다고 약속한 내용만 포함해 전북지역 대표 청소년들과 서명으로 마쳤다. 앞으로 잘 지켜 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6월2일 지방선거를 마쳤다. 두 후보가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이다가 결국 전북 교육감은 진보후보인 김승환 교수께서 당선되었다. 청소년들과 협약한 청소년희망의제의 구체적인 정책들을 정리해 참여한 청소년들과 함께 찾아뵙고 설명 드리며 향후의 과정을 논의하고자 계획했다. 협약한 정책 의제를 지속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타임스케줄을 작성 제안하고 청소년들이 그 의제를 현실화 시키는 내용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강구하려고 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YMCA, 참여위, 특별위원회, 기관시설의 운영위원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청소년관련 기관의 대표성 있는 청소년들의 연대 체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의제21의 청소년분과를 추진하면서도 제안했던 내용이었는데, 이번 과정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모임을 해체하지 말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자고 제안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에 연대한 청소년들의 구심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원조직이 필요했다. 작년도부터 전북 의제21 청소년분과 조직하며 전북지역의 대표성 있는 청소년들의 지원조직을 구축하기로 논의했었다. 이에 자연스레 의제 21에서 연대한 청소년그룹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연대한 전북지역의 31개의 다양한 청소년관련 기관단체 지속적 활동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4) 기관운영 측면에서의 청소년참여 기획의 과제와 제안

 

지방선거를 마치고 몇 달이 흘렀다. 교육감이 협약한 의제의 타임스케줄 작업과 정책 반영에 대한 과정상의 토론을 행하고자 노력했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전북의제21 중심으로 도 단위의 의제 제안을 위한 청소년들을 조직하려 했으나 답보상태다.

 

12월 도교육감과 청소년희망의제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지역의 동아리 연합회와 학생회장단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도교육감과 2시간 가까운 시간 토론을 가졌다. 청소년들이 며칠 동안 주제와 질문 등을 준비하였고, 그 내용을 중심으로 질의와 응답을 통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졌다.

 

청소년희망의제에서 교육감에게 제안 했던 4개 영역(참여·인권, 진로와 일, 교육환경 및 입시제도, 문화·복지)를 중심으로 진로교육, 동아리활동, 방과 후 학교, 일제고사 폐지 문제, 무상급식 등의 주제로 현재 교육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30여명의 청소년들의 원형으로 앉고 그 가운데 교육감님이 편하게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현정이(희망의제 회장)가 사회를 볼 수 있도록 하였고, 필자는 옆에서 자유롭게 토론이 일어나도록 거들기만 했다. 청소년들이 질의할 때 교육감께서 토론 초기 교육한다는 느낌이 들어 말씀을 드렸다.

 

"이 자리는 누가 누구를 교육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수평적으로 상호 토론과 제안, 논의가 있는 자리입니다. 청소년들을 가르치려 하지 마시고 질문에 응답하고 토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후 다양한 의견이 쏟아 졌고 두 시간의 시간이 짧게 지나갔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

 

현재 지역의 청소년수련관에서 일한다. 청소년희망의제의 조직적 구성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직접 아이들과 소통도 하나 관리자 직위에 있다 보니 담당 선생님들이 할 수 있도록 거드는 역할이 주 업무다. 다른 여러 일정 가운데 의제 중심의 도 단위의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였고, 담당자도 진행하려 고민하였으나 급하게 진행해야 할 다른 업무로 인해 늦어지게 되었다. 청소년들의 관계는 유지되나 실제 도내의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의제 조직 구성은 답보 상태이다.

청소년참여운동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청소년참여활동의 기반은 '조직과 연대'다. 자치조직의 육성과 지역의 다양한 활동과 청소년들의 연대를 통해 청소년발달의 긍정적 역할이 가능하다. 청소년참여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지도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청소년자치조직들이 있어야 한다. 자치조직을 육성하는 과정도 참여활동의 일환이 될 수 있으며, 동아리 등 조직이 만들어진 후 활동 가운데 다양한 의사개진을 통한 지역, 학교 등의 다양한 참여가 가능하다. 반드시 토론동아리나 인문학 동아리 등의 논의하고 학습하여 캠페인 하는 활동 동아리를 육성하라는 뜻은 아니다. 댄스, 노래, 그룹사운드 등의 문화동아리도 사회참여활동이 가능하다. 청소년들의 참여 운동하는 실무지도력 가운데 문화 동아리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적인 고민과 논의, 학습이 없이 문화 활동 하는 장으로서의 역할만이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다르게 인식한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미국산쇠고기 반대를 위한 촛불 집회에서 지역의 시민단체연대에 잠시 참여하며 청소년들의 문화공연을 주도했었다. 그 당시 문화공연을 진행했던 청소년들은 어렴풋이 잘 못된 부분에 대한 이해는 있었으나, 미국과의 국제 문제와 우리 정부의 교육문제 등 촛불을 들어야 하는 당위적인 부분에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고 참여하는 과정 가운데 청소년들의 인식 변화가 있었다. 사회참여를 통한 과정가운데 시민성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둘째로,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planning)은 철저히 청소년 참여의 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제시한 청소년YMCA의 의제는 기초 자료이며 기준이지 이 내용 모두가 반드시 관철되어져야 하는 도구는 아니다. 청소년사회참여를 기획하며 청소년지도자들이 일방적인 지시를 통한 프로그램은 이미 참여프로그램이 아니다. 또한 참여의 도구가 의제나 캠페인 등 다양하나 어떠한 이슈나 목적을 완전히 관철시키려는 목적 보다는 그 과정 가운데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공생적 의식 등 여러 긍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참여 과정 가운데 시민성을 성장 시키는 데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셋째, 성인 실무자들의 의견을 투영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수평적 관계에서 나누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청소년지도자들이 자신이 제시한 의견이나 의제가 청소년들 간의 논의에서 배제되거나 문제시 될 때 자신의 논리로 관철시키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칫 청소년들의 의견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 지도자나 교사, 복지사 등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말고 공론의 장 안에서 논의의 과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들 간의 회의에 성인 지도자가 진행(사회)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참여활동에서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가능하면 회의 진행은 청소년대표나 임원이 진행하게 해야 한다. 이때에 회의 안건과 회의진행방법, 핵심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항 등의 내용들은 담당 청소년지도자가 청소년대표에게 제안하고 상의하여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여기에서도 청소년참여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지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청소년임원이나 대표에게 지시하거나 통제하여 그 내용만을 관철하는 경우도 있다. 좋지 못한 행위다. 미리 임원과 상의하여 제안사항을 잡아 가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함께 하는 것이지 청소년지도자의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이나 수단으로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자신은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없이 그저 청소년들이 행하는 데로 내버려 두는 것 또한 잘 못된 행위이다.

넷째, 청소년지도자들이 청소년들을 임파워할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청소년참여활동의 과정가운데 이루어지는 이벤트의 크기는 청소년지도자의 노력 하에 변화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일예로 교육감 후보의 메니페스토 행사도 후보들을 초청하지도 않고, 단순한 토론회 형식이나 게임형식을 빌어 참여한 청소년들의 논의 가운데 기관의 청소년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치를 수도 있다. 하지만 메니페스토 행사는 실제 교육감 후보들이 참여했고 지역 언론에도 관심을 가졌으며 이후 청소년들이 제안했던 의제에 당선자인 교육감도 서명을 했다. 명분이 만들어져 이후 지역 교육 정책의 실제적인 변화를 위해 당선 교육감을 만나고 타임스케줄 등 변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참여활동의 과정의 크기와 이벤트의 중요성이다. 이러한 역할은 청소년들이 행하기 어렵다. 교육감 후보를 모시고, 장소를 섭외하며, 언론홍보와 보도자료, 방송국 참여 유도, 재정마련 등은 청소년지도자와 기관의 능력 하에 결정된다. 특히 이번 참여활동은 한 개 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지역의 청소년관련 대부분의 기관을 연대한 행사임을 주목해야 한다. 각 기관 안의 청소년들의 참여활동이 다른 기관과 학교 등과 연대했을 때의 폭발성은 크다. 이러한 연대와 실제적인 역할은 온전히 청소년지도자의 책임임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청소년 참여프로그램의 기획(planning)의 가장 중요한 일은 청소년들의 지속적인 참여과정에 있다. 과정이 핵심이며 그 이후의 사업결과는 과정상의 결과일 뿐이지 마지막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어 이벤트성 행사를 진행하려는 관행은 이미 청소년참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5. 자치활동의 개념 및 참여 사례

 

청소년자치활동은 청소년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 없이, 구성원 자신의 합의와 의사결정에 의해 활동이 이루어지며, 학교내외의 다양한 환경에서 행하는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조직 활동을 포괄하는 용어로서 정의 되기도 한다. 자발적 참여가 요체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조직 활동이 있다. 학교와 학교 밖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학교 내에서는 학생회, 학급회의 등의 조직과 클럽활동 등이 이루어진다. 학교 밖에서는 청소년단체와 청소년시설, 공적참여조직으로 국가에서 직접 조직하여 운영하는 조직과 청소년들의 자생적인 조직들이 존재한다.

 

청소년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동아리활동에서 참여위원회, 학생회, 시설의 운영위원회 청소년YMCA와 같은 청소년단체 소속의 조직 등 다양하다. 청소년자치활동을 명목적이며 이론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조작적 정의일 뿐이다. 위에서 정리 해 보았지만 자발성에 기반을 두니 당연히 간섭이나 압력이 없을 것이고, 참여를 중요시 하니 그 안에 실질적인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자발적 참여조직이라는 이야긴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자발적이며 지속적인 참여 조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매번 고민이다.

 

일예로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와, 미국산쇠고기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청소년들, 근래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즉흥적인 개인적 참여도 있으나 대부분 그들 나름 데로의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조직들이 운영되기도 했다. 학교에서의 자치조직들도 존재하나 자발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학교 밖의 기관단체에서의 청소년조직도 있다. 청소년단체에서 운영하는 이념조직이 존재한다. YMCA, 흥사단 등이 이 조직에 속한다. 청소년단체 자체 조직이라기보다는 학교를 연계하여 단체 활동하는 조직도 있다. RCY, 청소년연맹, 스카우트, 해양소년단 등이다. 자발성, 참여도의 측정도 어렵고 분석도 쉽지 않다. 그저 개인적 경험에서 만들어진 관점으로 이해할 뿐이다.

 

필자의 관점이 완전하지 않다. 학교 내의 학생회 활동이나 단체, 그 외 기관시설의 활동 들을 비판할 수 없다. 다만, 경험상 청소년들의 참여활동을 위한 조직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뿐이다.

청소년관련 기관․단체․시설에서의 다양한 일들이 있다. 그 가운데 청소년기관시설에서의 정체성,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평생교육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학원식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인가?

방학기간 동안 자연권시설에서의 호연지기를 위한 캠프인가?

국제교류를 위한 여행인가?

근래 유행하는 창의적체험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연계된 교육적 활동인가?

모두 행해야 할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아니면 행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일들은 무엇일까?"

캠프 전문기관이 많다. 학교에서의 평생교육은 넘쳐난다. 지자체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넘쳐난다. 관광회사의 수많은 여행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천편일률적인 관광 상품을 벗어난 공정여행이 등장하여 여행과 캠프의 전문적 영역들이 많아진다.

창의적체험활동의 동아리, 봉사, 진로, 자율 활동의 영역이 있고 지역의 관련시설단체가 연계하여 활동을 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이름만 걸고 강사 양성해서 형식교육(formal education)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일까?

오해하지 말자. 기존의 다양한 청소년관련 기관단체에서의 활동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나름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며, 청소년들의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 전문기관, 학원, 평생교육시설에서 행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역할, 우리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일은 '청소년조직을 통한 참여활동'이다. 긍정적 가치를 가진 다양한 활동을 통한 지속적인 관계망이 조직으로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민주적 의사수렴방법과 다양한 활동을 통한 '시민성'의 성장이다. 이러한 조직을 동아리라는 표현도 하고, 클럽활동이라는 표현도 한다. 자치활동이라고도 한다. 자치활동은 이론적인 여러 관점의 개념이 있다.

다만 필자가 주장하는 청소년자치(활동)의 의미는 그간에 나왔던 기본 이론서의 자치활동의 의미와는 다르다.

'자치'는 사전적 의미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사회(공동체)에서의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치해야 한다. 자주적이어야 한다. 주체로서 공동체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개인이 주체적이지 않으면 자유하기 어렵다. 자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존한다. 의존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으나 주체성 없는 의존은 경계한다. 개인이 공동체에서 자주하며 관계할 때,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된다. 사람과의 의존이 자유하게 된다.

 

‘청소년자치’를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해 보면 “청소년이 자주성을 가지고 그들에 의해(by youth) 사회와 수평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그들과 함께(with youth) 하는 활동“이다. 자치는 사회에서의 자유를 뜻한다 했다. 자치하는 사회가 나에게는 하나님 나라이다. ‘인간의 본질적 자치’란 신이 자신을 이 세상에 무엇 때문에 존재하게 했는지를 알아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를 계획하여 만드신 신께서 나의 삶을 존재케 한다.

 

세계 60억 인구 중 똑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을 만들며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적 부분은 ‘다양성의 인정과 차이의 존중’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자치하는 세상은 원칙(principle)을 가지고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며 모든 이들을 존중한다. 청소년도 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학생’이라는 입시기계의 신분만이 아닌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자치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자치활동을 행하는데 기존에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현재 시설에서 일하기 전에 지역의 구. 검찰청사 건물에서 청소년동아리를 양성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 했다. 나름의 청소년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있었다. 30여개의 동아리, 350여명의 청소년회원들이 함께 했다. 개별 동아리를 연합한 청소년동아리 연합회를 조직해서 매달 달 모임을 통해 단체의 모든 청소년관련 일들을 논의 했다. 기존 단체에서 진행해야 하는 일들은 청소년들과 상의해 가능하면 그들이 중심이 되도록 설명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지역의 그룹사운드 동아리들을 연합해서 락연합회가 조직이 되었다. 개별 동아리마다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졌고, 연합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일하는 청소년지원사업과 각종 축제, 인권정책의 제안과 교육, 자체 인권센터를 개소하여 운영했다. 진로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일과 연계해 진행했다. 좋은 직업군을 선별해 아르바이트 알선까지 했었고, YMCA에서 전국단위 연대가 되어 정책적 제안으로 각 지역의 청소년자원봉사센터에 청소년 아르바이트 전담 직원을 배치하며 직원들과 사무국장들의 청소년단기고용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었다. 청소년들의 Small Business라는 이름으로 또래강사 사업도 했었다. 청소년동아리 회원 중 댄스, 노래, 힙합 동아리들은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알려져 그들의 문화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이들과 논의하여 만들어진 또래강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소년 만화동아리 하늘 회원들은 차이가 있는 다른 목적을 설정하고 캐릭터 사업(일)을 진행했다. 하늘 회원들은 자신들의 회지발간과 전시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동아리방에 있는 의자와 책상을 직접 들고 시내의 중심가로 나가 자리를 잡고 매주 토·일 이틀 동안 시민들 대상으로 캐릭터를 그려서 수익금을 가지고 단체 내 회관에서 작은 만화 전시회를 열고 회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디시 주니어(DC. Jr)라는 비보이(B-boy) 동아리는 지속적으로 지역의 공연이나 행사에 참여하며 사례비를 자신들의 활동비로 사용했다. 공연이 없는 경우에는 장판을 매고 지역의 상가(영동)근처를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독거노인들을 위해 모금함을 앞에 둔 채 2~3시간씩 춤을 추었다. 보통 한번 나갈 때면 5만원에서 7만 원 정도의 모금을 해 왔다. 이 돈은 그 당시 청소년 봉사동아리인 ‘빛’ 회원들에게 제공하여 봉사활동 하는 청소년들은 격주로 독거노인 분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며,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과일 등을 구입해서 드리고 말벗이 되어 드렸다.

 

과거에 청소년사업을 확대하고 싶은 마음에 작게나마 간판이라도 걸고 내렸던 사업들을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청소년동아리지원센터, 일하는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인권센터, 지금까지 임의대로 만들어 간판 걸었던 기관이다. 커다란 건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 지도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들하고 논의하다가 형식적이나마 이러한 전문적인 이름을 걸면 집중할 수 있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시간이 지나보니 얼마나 단순한 생각으로 운동했는지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 가운데 청소년인권센터는 단체내 지속적으로 조직했던 청소년위원회를 중심으로 실무자를 한명 채용하기에 이르렀고 지역의 다양한 전문 인력들을 네트워킹해 청소년인권조례와 상담, 교육, 인권축제 등의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데 기초가 되었다. 지금도 기초 조직이 남아서 향후 사업을 제안할 정도의 운영은 지속되고 있다.

 

 

6. 나가는 글: 가톨릭에서의 청소년참여는 무엇일까?

 

지인이신 이준석 신부님이 몇 달 전에 찾아 오셨다. 살레시오 수도회 신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부탁하셨다. 전화상이라면 망설이며 거절할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찾아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다. 단 몇 시간의 강의를 몇 달 전에 부탁받으니 일정도 비워 있고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교인들 대상의 강의는 부담도 크고,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자칫 부족한 활동과 사례에 따른 개인적 주관에 대해 괜한 오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준비도 부족하고 고민만 크다.

 

가톨릭 쪽의 직접적인 당사자 분들을 위한 강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인천 교구내의 관련 실무자들의 대상으로 하는 강의였다. 신부님들도 계셨으나 실무자 분들 대상이어서 편하게 접근했는데, 이번에는 신학생들 대상이라고 한다. 자료나 문헌을 찾아보려고도 했으나 여전히 이런저런 일에 치여 원고 마감 이틀 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 신부님께서 전해 준 살레시오회 사목 활동 일람표를 열어 보았다.

살레시오회(The Society of Salesians of Don Bosco)는 19세기 말 성 요한 보스코 신부에 의해 설립된 교육 수도회이다. 보스코 신부는 이탈리라 토리노 지역에서 활동 중, 당시 유럽의 산업화에 따른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인권을 억압받고 일탈, 범죄 행위로 빠져드는 청소년들을 보고 그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건강한 성장을 도와 소년들을 그리스도교적 인격형성을 의미하는 "성화(聖化)"의 길로 이끌고자 그 결심의 결실로 1859년 12월에 설립한 수도회이다.

 

살레시오회의 교육은 "이성, 종교,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예방교육(preventive system)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범죄에 물들지 않게 하고, 이미 일탈 및 범죄를 경험한 청소년들에게도 정직한 시민, 선량한 그리스도인으로 양성하는 것이 교육 방침이다. 여기에서의 예방 교육은 강압적 구속을 지양하고 젊은이들과의 우정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청소년들 마음 안에 선한 본성을 신뢰하고 꾸준히 그들을 동반하여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예방교육을 추구한다.

눈에 들어오는 용어를 가려 보았다.

교육, 인권, 성화(聖化), 이성, 종교, 사랑, 예방, (정직한)시민, (선량한) 그리스도인 등이다.

'청소년참여와 인권'이 살레시오회의 기본이념과 맞닿아 있기는 하나 일상적인 참여관계보다는 '신'과 관계로 이해를 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청소년자치, 참여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결국 최종 참여의 본질적 이유는 '신'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매듭지어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그 어떤 이유를 깨닫고 그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참여는 그 방법이며 가치라 믿는다. 자신과 신과의 일대일 만남에서 자신이 이 세상에 어떠한 존재로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의 수단과 가치는 '참여'이다. 자기 자신이 자신의 공간 안에 직접적인 참여가 없이 주변자로 남아 있는데 어찌 그 안에서 신과 관계할 수 있는가?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 상대가 다가오기도 하지만, 당사자인 자기 자신이 개방하고 관계하려는 자주적인 노력이 없이는 관계할 수 없다. 밥을 입에 넣어 준다 하더라도 의지적으로 입을 열어야 하고 음식물을 씹어야 한다. '참여'의 의미가 영문으로 participation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나, 이를 engagement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참여는 개입하는 관계하는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

 

성서의 핵심이요, 이유라 배웠다.

 

사랑은 인내하며 알아가는 것이다. 신을 사랑하기에 알아가려 노력하고, 이웃을 사랑하기에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내가 가진 어떤 것을 베풀고 나누는 개념이 아니다. 내가 원래 가진 게 없으며 지금 있는 모든 것도 누군가에 의해 존재한 것뿐이다. 잠시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를 내 임의대로 나눈다는 의미도 웃기는 일이다. 그저 상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그들의 삶에 참여하도록 함께 할 뿐이다.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어야 합니다. 나는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젊은이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돈 보스코 신부님의 글이다.

 

돈 보스코 신부님의 말씀이 귀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사랑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누구나 자식을 사랑하고 제자를 사랑한다고 입으로는 말을 하나, 상대를 모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진실 된 사랑은 상대를 알아가며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내가 전하는 것이 내 입장에서 사랑일지 모르나 상대에게는 고통일수도 있다. 사랑은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들을 알기 위해 그들의 내밀한 목소리를 듣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내밀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참여'이다. 참여는 그들이 그들에 의해서 그들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해 주는 것이다. 결국 참여는 청소년을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가톨릭의 관점으로 "청소년의 참여는 그들이 그들에 의해 그들의 공간에서 신이 부여한 그 어떤 이유를 찾아 가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청소년들과 평생 함께 하기로 한 살레시도회 수도회 신부님들의 이유 또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구본영, 그대스스로를 고용하라. 김영사. p.115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한문화. p.81

정건희(2008).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와 목적,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토론회 자료집

정건희(2010). 청소년과 참여. 청소년지도사 연수 교재, 여성가족부

정건희(2009). 청소년시민참여지도론. 전북청소년수련시설협회 청소년지도자 교육워크숍

정건희, 김윤나, 최윤진(2010). 청소년자치활동의 실태 및 현황분석, 한국청소년학, 17(1), pp.53-82

정건희(2011). YMCA운동의 얼굴과 마음, 그리고 그림자. 호남지역YMCA 실무자연수 자료집, 한국YMCA전국연맹

정건희 2011. 6. 8. 신상 털려 즐거운 세상, 새전북신문 칼럼

 

(110619) 최종본- 참여를 통한 청소년 목소리 듣기-정건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