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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비교할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

by 달그락달그락 2010. 10. 10.

예전에 모지역의 고교생 아이가 자살했습니다. 유서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엄마 이제 됐어?" 
 어머니가 대입을 위해 많이도 강압한 모양입니다. 이 아이의 성적은 전교에서 최상위 권이었습니다. 몇 주 전 강의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들은 내용입니다. 조만간 우리 아이들 가운데 수능 이후 자살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제발 아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끊지 않았으면 합니다.

행복, 좋은 가족, 진로 등을 강의하는 전문 강사 분들의 강의 내용 중 주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아주 힘겹게 사시며 자수성가하신 분들 또는 죽음보다 힘겨운 고통을 이겨내시고 성공한 분들의 예를 드십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여러분들은 그래도 이 분들의 삶보다 낮지 않습니까?"라며 반문합니다. 결론은 "그렇게 어려운 이들도 살았으니 여러분들도 열심히 잘 사시오"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겪는 고통은 철저히 상대적입니다. 어떤 이는 백만 원 때문에 자살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수백억을 횡령하고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음에도 잘 살아 갑니다. 자살한 고교생 여학생은 최상위 성적이었고, 반에서조차 꼴등을 하는 아이도 있으며, 저 같이 중간이나 하면 잘하는 아이도 있으나, 그 모든 청소년들은 나름대로의 고민과 고통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곧 죽을 만큼의 고통은 아닐지라도 각자의 아픔은 모든 이들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픔을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윤희씨의 유서가 공개됐습니다. 행복전도사라느니, 자살예방을 위해 역설했다느니, 죽으려면 혼자 죽지 남편을 같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느니, 수많은 기사들과 댓글들이 인터넷과 언론에 난무합니다. 그분이 살아생전 저술했던 책과 강연에서의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반대되는 내용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대중들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들지만,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분의 아픔과 힘겨움을 그대로 인정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아픔과 고통, 힘겨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의 아픔과 나의 힘겨움을 비교하는 짓은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누가 누구의 힘겨움을 직접적으로 안고 이해할 수 있습니까?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를 이해한다"며 입으로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고통과 똑같이 공감하며 대응하기는 이미 인간이기에 불가능한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행해야 할 일은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겠지요. 힘겹지만, 정말 힘겹지만 존중하려 노력해야겠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마음만은 전해 주고 싶습니다. "자신을 존중"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를 이해 시켜 주어야겠습니다.

"세상이 힘겹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럼에도 살만한 곳이라고, 그럼에도 희망이 있고, 소명이 있는, 그 안에 가치에 맞는 시간을 영위하다 보면 삶의 참 기쁨과 감사를 알아 갈 수 있다고,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습니다."

언제일지 모르나 세상의 흙으로 잘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썩어 없어질 육체 치장하고 바르고 건강 지켜야 한다며 자신의 육신만 보존하는 삶이 아닌, 제 삶을 영위하는 그 자체만으로 저를 만나는 주변 분들에게 복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다 조용히 그 곳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합니다.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example&no=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