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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행복

by 달그락달그락 2010. 3. 27.

 

 

 

아이가 코감기에 걸렸습니다. 가끔 있는 감기여서인지 그리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 잘 때 기침을 하는 소리를 듣자니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저녁식사 후 어머니와 아내가 약을 먹이려 하는데, 이 녀석이 입을 벌리지도 않습니다. 가끔 아파서 약을 먹였는데, 먹지 않는 방법을 터득한 모양입니다. 물약을 입에 넣으려고 하면, 일단 입을 닫습니다. 입을 벌려 약을 넣으면 부르르 소리를 내며 입 밖으로 뱉어 냅니다. 그 모습에 어머니와 아내는 안절부절 입니다. 보다 못한 제가 아이의 볼을 눌러 강제로 입을 벌려 물약을 넣었습니다. 아가가 울면서도 다행히 약을 모두 삼켰습니다. '엉엉' 울지만, 그 모습도 저에게는 너무나 귀엽고 예쁘기만 합니다.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다음 주 학교에서 발표할 과제 준비도 하고, 신문사에서 요청한 칼럼도 써야 합니다.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갑니다. 내일은 저희 기관 선생님들과 늦은 저녁에 연수를 가기로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근래 너무 고생해서 하루라도 '쉼'을 위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내일 저녁시간과 모래 오전시간을 비우기 위해서는 오늘 밤에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선뜻 해야 할 일이 손이 가지 않습니다. 오후에 저희 기관에서 활동을 시작한 아이와 대화한 일이 떠오릅니다. 학생회연합회인 이클립스(지역 학교 학생회 임원들로만 구성된 연합회) 회장인 '예찬'이를 만났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아이와 회장단 연합회에 대한 회칙에의 목적에 따라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일, 개인적인 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찬 이와 대화하면서 오전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과 논했던 행복이라는 주제가 떠오릅니다.

'행복?'

정확하고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려 하는 그 무엇입니다. 예찬 이는 나중에 목회가 꿈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학과를 지망할거냐 묻자 선 듯 '영문학과'에 간다고 합니다. 영문학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다시 물었습니다. 영어가 좋다는 '간단한 답'이 돌아옵니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 소명과 네가 좋아하는 일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꼭 해야 할 책임감 있는 그 어떤 일"이 존재한다고 말하자 아이가 반색을 하며 자신은 청소년목회가 꿈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어떤 방향으로 진로를 가야하는지 막연하다고 말합니다. 중학교 때까지 운동을 했었는데 그 운동 때문에 좌절한 이야기도 하며, 나중 자신과 같이 좌절하거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일을 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현재 이러한 활동(학생회연합회 활동)을 열심히 해보려는 이유도 대학과 연계하고 싶다는 속내를 비춥니다.

 

현재 함께 하려는 여러 사회참여와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대해 다시 설명했습니다. 그것은 수단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작년에 너희 선배들처럼 이러한 활동이 대학 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그들이 단순하게 대학가는 수단으로 한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그 활동 자체가 즐거웠고, 그 안에서 배운 것이 너무나 소중했었다는 말과 그러한 활동 가운데 자연스레 대학진학까지도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자신의 '행복'에 대해 많은 고민이 묻어 있습니다.

'행복' 누구나 갖고 싶지만 그 어떤 것인지 고민이 많은 단어입니다. 안정적이고, 부를 축적하고, 육체적으로 편안하고, 육신이 원하는 수많은 소욕을 채워 주는 그 어떤 것이 행복일까요? 저는 이것이 행복이라면 인간은 지속적인 행복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분들 가운데 행복 그 자체를 원하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의미는 앞에서 제가 열거했던 그러한 의미라 여깁니다. 저 또한 이 부분에 동의하는 바 큽니다. 다만 '행복'의 정의를 저는 다르게 내리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행복은 감사하고 평화로운 그 어떤 것입니다. 바로 십자가입니다. 너무나 힘겨운 일니다. 십자가를 지는 순간 너무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적 많지만, 그 일로 인해 감동과 감사와 기쁨이 넘쳤던 소중한 경험도 더불어 많습니다. 저에게 행복이란 십자가입니다. 꼭 져야할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가장 값지고 감사하고 기쁘게 받아 그 나라 갈 때가지 져야 할 아픔이지만, 그것 때문에 제 가슴의 소중한 평화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십자가의 대상의 핵심이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바로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지금도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뛰고, 한마디라도 이야기 하고 싶고, 장난치고 싶은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이 저에게는 가슴 시리게 고마운 저의 행복입니다.

 

우리 아가가 먹기 싫어 뱉으려 했던 그 약이 쓰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아가에게 병을 치유하게 해 주듯이, 저에게 행복은 너무나 아프고 힘겨운 어떠한 과정이 존재하나 그 안에 수많은 치유의 경험을 해주는 감사한 십자가입니다.

우리 아이들입니다.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example&no=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