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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사치스러움

by 달그락달그락 2009. 10. 18.

 

 

 남부 수단에서 제일 큰 문제는 식수다.

톤즈 지역 가운데로 강이 흐르는데 사람들은 거기서 빨래하고,

목욕하고, 물을 마신다.

소 떼들은 강물에 대소변을 보고 목동은 그 옆에서 그 물을 마신다.

그들도 강물이 더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다른 물이 없는데.

그래서 이곳에는 그 끔찍한 기생충인 기니아충이 흔하다.

 

물벼룩에 기생하는 기니아충은 강물을 마신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부화하고,

자라서 성충이 되면 머리건 다리건 얼굴이건 살을 뚫고 나온다.

마빗이라는 열 살 난 남자아이도 기니아충에 감염된 수많은 아이 중 한 명이다.

보건요원과 집에 갔을 때 마당에 누워 있던 아이의 다리와 엉덩이

여섯 군데에서 하얀 실 같은 기생충이 살을 뚫고 나오고 있었다.

 

 

 

보건요원이 집게로 잡아 빼려니까 살 속으로 숨어들었다.

아이는 몸을 뒤틀며 아파서 어쩔 줄을 모른다.

기생충의 길이가 1미터도 넘는지라 무조건 잡아 빼다 끊어지면

낭패라 몸 밖으로 나온 만큼 실로 묶어 살 속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하면서 서서히 빼야 한단다.

보건요원은 기니아충이 뱃속이나 뇌를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는데

아이의 몸속에 성충이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다며 걱정했다.

기가 막혔다.

 

 

 

이게 다 물 때문 아닌가.

구호요원은 알고 있다. 아무리 더러운 강물이라도

얇은 천에 한 번 거르고 정수약 한 알만 넣으면

깨끗한 물이 된다는 것을.

정수약 한 알이 10리터의 물을 정수하니까 한 가족에게

한 달 간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데 드는 정수약값은 3000원도 안된다.

이 돈이 없어 아이들의 살을 뚫고 기생충이 나오고,

설사에만 걸려도 목숨을 잃고 마는 거다.

 

 

 

 

 

 

글.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중에서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ryuen/90037392771

 

 

 

청소년운동(Youth movement)을 한다.

아이들의 주체성 운운하며 시민참여에 대한 부분을 학습하고

열광하고, 교육하고, 무언가 바꾸어 낸다며 진행한다.

 

유럽의 청소년정책에 대한 시민권의 목적을 공부하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실제적인 정책 목적이 이루어지는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한국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런저런 일들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이러한 글을 볼 때면

운동 자체가 너무나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운동의 사치스러움....

 

주체성... 공동체...

너무나 사치한 가치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 가치이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된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전세계의 수많은 아이들이 굶고 있고, 

초당 굶어 죽는 아이들도 수만에 이르는 현실인데...

 

가끔씩 내 운동의 사치함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더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지역의 환경의 변화와 청소년지도력을 성장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사치하지 않도록...

그마나 사치하지 않도록....

더욱 더...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culture&no=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