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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벼랑에 서면

by 달그락달그락 2009. 8. 13.

고교 졸업 후 군에 입대했습니다.
육군에 입대했는데 훈련 마치고
일반 보병부대로 배치 받지 않고
차출되어 조금 이상한 곳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훈련이 고됐습니다.


자대에 배치 받고 한두 달이 안 되어
천리행군이 시작됐습니다.
무지 걸었습니다.
걸었다기 보다 반절을 뛰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 저희 소대가 12명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소대장 한명, 선임하사 두 명과 병사가 8~9명 정도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선임하사가 되어 있어서 본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천리행군도중 발등이 너무 아팠는데
아픈 내색 하지 않고 훈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훈련 이후에 통증이 너무 심해 대대 의무대에 갔었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 해서
속초에 있는 군인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진단해보니 발등의 뼈가 부러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몇 달 후 레펠 시범 보이다가
선임의 실수로 추락하는 사고도 당했습니다.

이 후 92년 10월경에 제대했습니다.

 

저에게 군대는 무척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성격상 어떻게든 견디려 했습니다.


현재의 삶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힘들다고 합니다.


삶은 어차피 힘듦의 연속입니다.

군에서의 힘겨움과 현 사회에서의 힘겨움을
나누고 결부시켜 '왜 못 참느냐?'는
그런류의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근래 매 순간 저의 삶을 돌이켜 보니
벼랑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높은 벼랑, 낮은 벼랑의 차이일 뿐이지
매 순간이 벼랑 앞이었습니다.

 

벼랑 앞에 서게 되면 어떤 이들이든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도 자신의 몫인 듯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선의 환경을 두려워합니다.
벼랑 앞이기 때문입니다.
벼랑 앞에 서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십니다.
두렵고, 떨립니다.

 

 

 

그래도...
저는 벼랑 앞에 서는 환경을
일부러라도 만들어내려 합니다.
그 앞에 서게 되면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든 나의 벼랑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군에서의 벼랑은 육체적 힘겨움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크게 신경 쓸 수 없는 곳이기에
더욱 육체적 본능의 힘겨움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사회에서의 벼랑을 군대와 가끔씩 비교해 보곤 합니다.
전혀 다른 환경과 목적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환경의 힘겨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철저히 자기 성찰이 필요한 듯 합니다.

 

신문지상에 떠도는 힘겨움,
일자리 없음의 힘겨움,
자기 직업의 불안정한 힘겨움,
재정의 힘겨움,
관계의 힘겨움 등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힘겨움이 존재합니다.

 

이 힘겨움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러한 힘겨움 때문에 자신을
언제까지 철저히 나약한 존재로 인식해
삶을 비참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삶은 개개인의 욕망에 완전히 맞추어 질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힘겨움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람다운 삶을 사는지 본능적이며 동물적 삶을 사는지가
결정되어집니다.

 

결국 육체적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 될 것인지,
사람다운 가치와 목적에 따른 삶을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뿐입니다.

누구나가 힘겨워 하는 이세상의 삶 가운데에서
자신만을 불쌍히 여기고,
가엽게 여기는 것 자체가
저는 더욱 힘겹습니다.

 

어차피 힘겨운 세상,
세상의 더 큰 힘겨움을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만큼의 더 큰 책임을 지고,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사는 건 어차피 힘겨움이기에 그 삶을 받아들이고
더욱 치열하게
하루를 이기며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실현하며
그렇게 미친 듯이 살아가야겠습니다.

 

낭떠러지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더 높이…….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story&n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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