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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용산의 다리 부러진 시민들

by 달그락달그락 2009. 1. 25.

목발 공장 사장이 어떤 사람의 다리를 부러트렸다. 부주의였다고 강변하며 걷지 못하는 이를 위해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며 돈을 후원했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이동하게 해 주어야 한다며 목발도 주었다. 피해를 당해 걷지 못하는 이가 수술하여 자신이 걷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들어주지 않는다. 걷지 못하는 이가 화가나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장에게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졌다. 이러한 모습을 본 사장은 자신에게 폭력을 저지른다며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대를 고발조치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다리 부러진 이가 격하게 저항하여 충돌하고 말았다. 언론에서는 연일 다리 부러진 이의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선량한 시민(사장)에게 폭력과 테러를 가하는 못된 사람으로 매도한다. 필자가 지어 낸 이야기다.

 

용산에 참사가 났다. 점거 농성하던 세입자와 철거민연합회 회원들과 경찰, 경찰특공대, 용역 직원들 사이의 충돌 중에 벌어진 화재에서 6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만약 내가 이삼십년을 한자리에서 장사하며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는데 재개발한다며 보증금도 안 되는 돈을 주고 나가라고 한다면 순순히 나갈 수 있을까? 영세 상인들이 세 들어 많은 돈 투자하여 십 수 년을 장사하고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 온 공간을 제집이 아니니 불과 몇 천만 원 전해 주며 다른 데로 이전하라고 하면 순순히 나갈만한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법치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법에 의거하여 바로 내쫓아야 하겠지만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만 같다. 결국 용산참사와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정책적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채 법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재개발지역의 영세상인 등 민초들에게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생계를 유지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 게 우리헌법 정신에 맞다. 관련 법률은 도시개발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토지보상법 등으로 복잡한 법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복잡한 법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개발 추진당사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리저리 들이대며 공공연한 불법도 저질러지는 형국이란다. 건설업자 등 재개발하는 당사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목적으로 덤벼들기에 토착민들과 경제적 이익에 대한 문제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재개발 지역에 토착민들이 다시 정착하는 건 10%도 안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알만한 분들은 아시겠다.

 

차가워진 날씨에 대통령께서 청와대 지하벙커라는 곳에서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서 가끔 씩 한 말씀 하신다. 근래 라디오 연설에서는 용산 참사와 관련해서 안타까움을 표시하시고 한편 설을 맞아 국민 통합을 강조하셨단다. 입으로는 다하신다. 새벽에 시장 가셔서 장사하시는 할머니 목에 목도리 전해 주시는 감동적 모습도 연출하셨다. 최근 어려울 때일수록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힘겨운 빈민층의 삶을 돌보라 지시하셨단다.

부유층을 위해 감세하시고 종부세 날리고, 서울을 개발지역으로 완벽하게 바꾸신 분이 하신 말씀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4년 동안 지정된 뉴타운 지구는 26곳 2405만㎡에 이르러, 1973년부터 2008년까지 36년 동안 지정된 재개발 구역 면적 1939만㎡를 훌쩍 뛰어넘었다. 즉, 36년 동안 지정된 재개발 구역보다 현 이대통령께서 서울시장으로 재임하시던 4년 동안 재개발한 지역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용산과 같이 재개발로 불거지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도 있겠다. 정책 추진하는 분들께서는 적하효과(滴下効果, trickle-down effect)라는 유식한 말씀 써 가시며 대기업과 고소득 계층의 성장이 곧 서민의 성장으로 이어질 거라며 강조하신다.

 

거지는 일하지 않는다. 그저 앉아서 빌어먹으면 그만이다. 시민은 거지가 아니다. 가만히 앉아 얻어먹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밥벌이 하며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가진 자들의 돈 잔치를 위해 서민들 삶의 터전을 없애가며 그들이 안쓰러우니 죽지 않을 만큼 가진 자들의 구호물자를 하사하라 하신다. 국가정책의 기본 바탕은 서민들의 힘겨움을 지속하게 하는 난개발 정책으로 강한사람들이 더 강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약한 시민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 하신다. 강한사람들이 더 강해지면 약한 이들이 살 수 있다고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러면 죽지 않을 만큼 먹을 것을 강한 분들께서 하사하신단다. 복지와 시혜에 대한 구분이 없는 논리가 난무한다. 왕께서 베푸시는 시혜를 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 같아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목발공장 사장이 우리 정부가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랄뿐이다.

 

출처: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culture&no=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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