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 및 관점/칼럼

과속스캔들과 조직폭력배

by 달그락달그락 2008. 12. 11.

 

[과속스캔들의 한 장면]

  

근래 차태현이 주연하는 ‘과속스캔들’이라는 영화가 흥행 중이란다. '과속스캔들'은 과거 아이돌 스타로 10대 팬들의 사랑을 받던 남현수(차태현)가 진행하는 라디오프로에 황정남(박보영)이라는 시청자가 사연을 보내오며 시작된다. 자신이 고교 때 아이를 낳아 어렵게 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아버지를 만나야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보내오며 라디오 방송으로 상담하는 중 직접 아버지를 만나라는 말에 남현수를 찾아와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려 낸 영화이다.

 

중3때 딸 낳고, 그 딸이 고1때 아들 낳아 30대에 할아버지가 된 기가 막힌 사연이다. 영화 유쾌하다. 보고 나면 즐겁다. 그런데 청소년에 대한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 부담스럽다. 자칫 청소년들이 중고교에 아이 낳는 것을 너무 밝게 비추어지는 것 같아 경계하게 된다.

 

[강철중: 공공의 적 의 한장면]

 

수년간 우리 영화계에 조직폭력배를 중심으로 수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라고 찍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청소년들이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근래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경우가 있다. 조직폭력배들이 중고교 때 싸움 좀 하는 청소년들에게 차와 집을 주고 멋지게 살 수 있다며 유인해 종처럼 부리는 경우가 언론에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을 보면 실감이 난다. 청소년들에게 경찰과 조직폭력배 중에 누가 좋으냐 질문하면 상당수 청소년들이 조폭이 ‘멋있다’고 한다. 실제 그렇다. 일하지 않고 약한 사람들에게 돈 뺏어 살아가는 범죄 집단인데도 청소년들이 멋있다며 부러운 존재로 인식한다. 학교폭력이 더욱 잔인해지는 이유가 영화, 미디어 산업의 극단적 상업성에 따라 폭력성과 선정성이 강해지는 것과도 연관 지을 수 있겠다.

 

영화광인 나로서는 소재가 확대되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나 돈이 많이 벌리는 것이 성장이며 무조건적 선이라며 강조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영화의 철학과 내용이 부재하고 상업성만이 강조되어지는 현실이 우리 정부의 ‘실용정책’과도 닮았다. 돈 되는 것은 성장이며 진보다. 돈 안 되는 것은 퇴보이며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우스운 것은 그렇게 강조하는 실용적 경제 정책을 펼치면서도 돈은 예전보다도 못 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부조리한 일들에 대한 거름장치 없이 무차별적인 선정성과 폭력성을 영화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고 유쾌하게 꾸며내는 일을 계속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근래 모자시설의 청소년프로그램 컨설팅 해주며 혼자 사는 어머니들의 힘겨움을 실감했다. 운영하는 기관에서 사각지대 청소년 지원 사업 대상의 청소년들의 어머니 나이를 보며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 같아 착잡하고 안타깝다. 16에 아이 낳고 학교 중퇴하고 집 나와 방황하며 인생 자체가 꼬인 분들이 있다. 30대 중반인데 아이가 네 명에 결혼 두 번이고 현재에는 혼자서 아이들 맡아 친정어머니와 힘겹게 생계를 유지한다. 이분들의 사연을 들어 보면 어찌할 수 없이 그러한 환경에 빠지기도 한다. ‘리틀맘(청소년미혼모)’의 환경은 고통이며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 부정적 힘겨움이 더 큰 게 현실이다.

 

그동안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나오며 ‘과속스캔들’처럼 리틀맘이 유쾌하한 삶을 영위하는 청소년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영화제작자, 영화감독, 방송국 PD, 방송작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청소년들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답답하기만 하다.

 

 

사진 출처

- 과속스캔들의 한 장면: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nhn?code=51143

- 공공의 적 강철중의 한 장면: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nhn?code=68217#ps

 

칼럼 출처: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culture&no=45

 

 

'연구 및 관점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땅한 삶의 집중  (0) 2009.02.09
용산의 다리 부러진 시민들  (0) 2009.01.25
십자가 살찌우자  (0) 2005.02.19
사랑의 주먹  (0) 2004.12.27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0) 200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