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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십자가 살찌우자

by 달그락달그락 2005. 2. 19.

 

 

나는 청소년운동을 한다는 실무자다.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그 분이 주신 십자가를 지고 붙들고 산다고도 이야기 한다.

3.1절 행사를 준비한다.
프로젝트 사업을 한다면 이런저런 일들에 쫓겨서 마구 무언가 써대고 제출하며 중얼거린다.

 

나는 뭘 하는 놈인가?
간사는?
운동가는?

 

움직여야 하며 활동해야 한다.
그리고 만나고 변화해야 한다.
내가 변화하고 주변이 변화하고 삶에 활력과 실제적인 변화에서의
순수한 행복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2~3일간 예산 맞춘다며 숫자놀음 하고 있다.

예전의 선배 간사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만 할 수는 없다신다.
‘맞다!’

그런데 요즘은 하고 싶은 일들이 가장 버겁고 힘겨운 일들로 다가온다.

아이들을 만나야 하고, 그 아이들을 일차적으로 변화시켜야 하고,
힘겨울때 힘이 되 줘야 하며, 참아줘야 하고, 웃어줘야 하고, 안아줘야 하며,
부모와의 관계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며,
꿈을 주어야 하고, 삶의 목적도 주어야 하고, 그 일 자체가 눈 높이 교육이라는 엉성한
논리가 아닌 그 문화 그자체로 즐거움이 가득찬 행복이어야 한다.

 

만남으로, 프로그램으로, 그리고 그 아이들의 실제적인 자발성을 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변화시켜야 한다는 내재화된 강박관념이 있다.

 

그런데 나 자신은 무언가?
내가 그렇게 충분히 변화했나?

나 자신은 내가 변화시킬 대상을 위해 변화되었나?

단언하건데 그렇지 않다.
나는 아직도 혼란스러워 한다.

 

운동은 움직임이며 변화라고 끊임없이 내 안의 나를 다스린다고 하지만
정작 내가 힘겨워 하는 일들 안에 그만한 성찰이 있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아이들이 던지는 몇 마디 말에 힘들어 하고,
그들이 보이는 엉뚱한 행동에 상처 받고, 가끔씩 미움까지도 갖게 된다.
그리고 혼자서 삭히고 누르고 웃어 보이려고 미움에 대해 멀리해 보이려고 노력한다.

조직안의 내부 실무자간은 어떤가?
도저히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YMCA는 기독교사회운동단체라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나에게는 도저히
그 안의 구성원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생각과 말을 한다는 이유로 나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나는 문을 닫아 버리지 않았는가?

나를 만들어 놓은 그 분의 뜻에 순종하고 움직이는 거라며 믿고 활동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기도한덴다.

나는 바보다.

 

성인들의 모임들 정책변화에 대한 작은 시도들 내 안의 나를 다스리며 주섬주섬
보며 읽고 있는 책들 그리고...
내가 더욱 변화하기 위해 하는 일들은 무언가?

 

88년 서울대 조성만씨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글을 떠올린다.
“골고다언덕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입장을 이해 한다” 남긴 그 가슴 아픈 가슴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그의 모습....

 

내가 그처럼 치열한가?
입으로는 예수님의 심정을 닮고 싶다하는데 내가 그처럼 진정한 주님의 가슴을 알기나 한건가?

 

감사함은 살아 있는가?
감사한다.
정말 감사한다.
너무 감사한다.
내 안의 내가 이 정도나 세상에 작은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게 두렵다.
그 감사함에 묻혀 안락함만을 찾지는 않는지 두려울 뿐이다.

 

누가 뭐라하지 않고,
누가 시키지도 않으며,
누가 비판하지도 않는다.

 

내 안의 내가 나태해지기에 두려움이 앞선다.

더 치열해지고 더 앞서나가야 하는데...

주변의 작은 소모임들 내 안에서 활성화 시키며 더 훈련하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의 삶을 재충전시켜 보자.

계속 주자.
가슴이 터질 때까지 가득채워서 더욱 나누자.
삶은 그런거라며 십자가를 더욱 살찌우자.

나누자.
나누자.
나누자.

가슴안의 모든 것을 꺼내 나누자.

 

내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