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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비보이 배틀과 평화로운 지역사회

by 달그락달그락 2008. 8. 27.

비보이 배틀과 평화로운 지역사회

 

 

정건희 (군산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지난 주 지역에서 처음으로 “전국 비보이 배틀 대회”를 열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전국“B-boy peace battle”대회입니다.

 

제가 아는 비보이의 역사는 평화를 상징(http://blog.daum.net/babogh/9466118)합니다. 저는 비보이의 역사와 비보잉(B-boying)을 행하는 청소년들의 몸짓에서 만들어지는 평화적 행위를 너무나 좋아 합니다. 비보잉을 하며 음악이 나오면 가슴이 콩닥거리며 뜁니다. 수많은 청소년축제와 문화행사들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만 비보이만을 위한 배틀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3개월 전 신우(http://www.cyworld.com/babogh2/427212)가 찾아 왔습니다. 신우는 중학교 때 부터 저희 단체에서 춤을 추었던 아이입니다. 3~4년 전 고교 졸업 후 아이와 상담하고 지인의 도움으로 대학에 입학시켰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만에 자퇴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춤을 추었습니다. 환경이 어려워 다른 진로를 생각해 권유했었는데 춤을 추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원하는 데로 두었습니다. 지금은 라스트포원 구성원이 되어 타 지역 뿐만 아니라 외국도 자주 나가 활동하는 비보이가 되었습니다.

 

군산에 오면 가끔씩 들러 안부도 묻는 친구라 반겼는데 지역에서 비보이 배틀 대회를 열어 보자며 제안 했습니다.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내용이라 잠시 고민했었는데 8월에 있을 행사를 변경해 하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신우가 비보이 섭외에 대한 내용을 맡았습니다. 저는 지역에서 홍보, 무대, 음향 조명 등 시스템과 관중 동원 등의 제반적인 내용을 담당 했습니다. 전국 대회를 열기에는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진행했습니다.

 

당일 접수 팀까지 해서 강원, 서울, 경기, 충청, 전라 등 전국적으로 30여 개 팀이 접수했습니다. 예상외의 호응이었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행사였고 장소 자체가 비보잉을 하기에는 바닥이 좋지 못했습니다. 무리해서 무대를 설치했습니다. 이틀여 동안 담당하시는 분의 많은 도움으로 바닥과 음향 조명을 설치하고 우여곡절 끝에 배틀 대회가 열렸습니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슴이 계속해서 뛰었습니다. 비보이 대회와 함께 동아리 연합회 임원들은 피스커피를 판매해 동티모르 제건 사업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미디어 동아리 청소년들은 전반적인 동영상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자원지도자 회원들도 참여해 지원하기로 하고 역할을 배정했습니다. 16강 8강 등 배틀 중간에는 저희 희망터(방과후아카데미)와 동아리연합회의 댄스 동아리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했습니다. 희망터 아이들이 중학교 1, 2학년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율성이 너무 강해 걱정을 했었는데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에 모든 걱정이 날아갔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의 주체성을 강조합니다. 그들이 자치하는 삶이되기를 원합니다. 이번 행사 또한 그런 방향으로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준비하고 진행하며 그들에 의한 행사이기를 바랬습니다.

 

비보이 배틀 대회 그것만은 어느 정도의 성과가 이루어졌습니다. 신우(b-boy SSin)의 주체적 활동이 전국 대회로 이르게 한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외에 청소년들의 참여의 주체성은 미진했습니다. 피스커피 판매를 위해 준비회의를 하고 진행을 했으나 행사 중 책임성이 너무 미약했습니다. 미디어 동아리의 참여에 따른 활동, 자원봉사동아리, 청년 자원지도자 활동 등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 가운데의 참여 지도력이 전에 비해 약해진 것을 느낍니다. 청소년의 활동을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 청소년지도력이 아쉽습니다.

 

저는 청소년지도자의 여러 역할 중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것과 지도자 또는 어떤 행사의 목적 사이의 괴리를 줄여주는 역할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이들이 판단하고 생각하는 내용들은 성인 청소년지도자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차이점을 상호 수평적 소통을 통해 줄여가는 역할을 청소년지도자가 행합니다. 따라서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만남과 관계를 통한 자연스러운 행사들이 만들어져야합니다.

 

이번 비보이 배틀 대회를 진행하며 제가 사는 군산지역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군산지역은 과거 일제 침략시기에 쌀 수탈지역의 대명사와 같은 항구도시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오대항에 들 정도로 어부지리(漁父之利)적으로 발전한 항구 도시였으나 광복 후 침체를 거듭했습니다. 정치적으로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했습니다. 근래 새만금이 개발되어지며 여러 기업이 입주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성장의 동력이 매우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지역사회의 약자들에게는 그리 반갑지만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집값이 오르고 물가도 오릅니다. 땅이 있고 집이 여러 채 있는 사람들은 좋다고 할지 모르나 대다수 서민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 합니다. 거기에 교육문제를 거론하며 경쟁적 입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부분의 정책들이 선회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발전도 좋으나 문화와 복지의 성장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합니다. 화려함은 있으나 그에 따르는 본질은 놓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본질은 지역 시민들의 삶입니다. 그들의 삶이 문화, 복지적으로 올바를 때 발전된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군산은 미군부대 주둔에 따른 몇 가지 사안에 따른 갈등과 함께 새만금의 발전 방향에 대한 여러 논란도 존재합니다. 경제 발전은 대다수 시민이 찬성하나 그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합니다.

 

기업은 많아지고 경제의 발전에 의해 지자체에 세금은 많이 걷히나 원래 살던 지역민들이 힘겨운 환경이 된다면 과연 옳은 지역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경제발전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제적 발전의 과정이 서민들과 어떠한 관계가 성립되어지며 실제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역의 시민들은 한 채 갖기도 어려운 아파트와 땅을 서울 경기의 외지인들이 사들이며 땅값 집값을 올린다면 정작 지역의 주인으로 살아왔던 서민들은 어떤 상황이 만들어질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청소년행사는 화려함과 관중 동원에 있지 않습니다. 과정 가운데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성장에 있습니다. 행사 내용은 일반 연예인들의 행사와 비교해 보이는 모습은 부족해도 그들이 주체적으로 과정 가운데 참여하고 기획하며 진행했다면 그 행사는 성공한 행사입니다.

 

지역의 발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가 아무리 성장한들 그에 대해 지역 서민들과 전혀 관계가 없고 더욱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 진다면 과연 성장한 지역이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 지자체의 실제 예화입니다. 이 지역은 전국에서 지방소도시로 유일하다시피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곳입니다. 저희와 같은 방과후 아카데미라는 사업을 하는데 지원되는 예산으로 급식비를 댈 수 없습니다. 물가가 타 지역에 비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살기 좋은 도시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소비, 향락 문화가 들끓고 문화적 생산과 복지적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와 향락만을 위한 환경은 이루어졌으나 문화적으로 복지적으로 실제 서민들의 삶과는 관계없기 때문입니다.

 

비보이의 배틀 대회는 이름 그대로 표현하면 비보이 들의 전투 또는 전쟁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경쟁과 갈등을 해결 하는 도구를 과거에는 총과 칼로 했다면 비보이들은 그들의 춤으로 표현합니다. 경쟁을 하지만 상호 존중하며 평화적입니다. 전투(battle)할 때에는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나 배틀이 끝나면 상대를 존중하며 인사하고 포옹합니다. 평화의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비보이는 개인 한명이 주체입니다. 한명 대 한명의 배틀이 이루어지면 주변의 모든 이들은 이 한명에게 집중합니다.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주체가 됩니다. 또한 팀별 퍼포먼스를 함께 합니다. 개별 주체가 공동체가 이루어 집니다. 어려운 동작이 나오면 서로 호응해 줍니다.

 

비보이의 정신이 사회에서도 통용되었으면 합니다. 약한 자, 강한 자, 부자인자, 가난한 자 등 모든 이들이 존중되어지고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입니다. 한사람을 존중하고 그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룹니다. 그 공동체와 공동체가 상호 존중합니다.

 

경제적으로 발전한다고 하나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민들과 전혀 관계없는 환경이 두렵습니다.

 

 

 

 

                   [DJ Niddle의 멋진 음악,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참여하는 모든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역시 Last for one, 가슴을 뛰게 합니다.] 

 

                 [행사 후 신우와 한장...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