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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청소년지도자와 생계를 위한 직업인의 차이

by 달그락달그락 2008. 8. 21.

두달여의 여름을 보냈습니다.

이틀여 동안 여름의 일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너무나도 따뜻했던 여름 가운데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감사를 전해 받습니다.

청소년자치운동을 행한다며 이런저런 일들을 진행합니다.

모든 활동 가운데 합당한 가치와 이론적 바탕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래 정리한 글은 이번 여름 기간동안 참여한 활동에 따른 반성과 함께

청소년지도자와 청소년을 활용한 생계의 직업에 대한 차이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초고이기 때문에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각주는 아래 글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세히 정독하고 싶으신 분들은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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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자와 생계를 위한 직업인의 차이1)

- 2008년 따뜻했던 여름을 보내며 -



글쓴이: 정 건 희 2)


청소년지도자와 생계인의 차이


지도자는 본질에 충실합니다.

청소년지도자는 ‘청소년의 본질’에 충실합니다.

본질을 추구하는 청소년지도자3)와 생계를 위해 일하는 직업인의 차이에 대해 구분지어 봅니다.


청소년지도자로서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에 의한(by youth) 근본적인 목적에 합당한 일을 행해야 합니다. 청소년관련 사회사업을 행하거나 청소년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남는 게 없는 사업을 행한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본질에 충실하지 않아서입니다. 표피적 허상4)을 따릅니다. 교육하는 사람에게 지도자로서의 체신과 준중, 배려, 온유, 화평 등 지도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전문가이니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개발해 만들어 행해 봅니다. 아이들을 모아와 서 자신이 만들어낸5) 프로그램에 맞추어 봅니다. 아이들과는 전혀 상의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실험해 봅니다.


청소년활동, 청소년복지 등을 이루기 위한 수많은 프로그램이 존재 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청소년이 존재하는지 먼저 보아야겠습니다. 청소년을 위한(for) 프로그램을 행한다며 청소년에 의해(by)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본질에 충실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불가능합니다. 결국 전문가라 이야기 하는 몇몇의 청소년지도자 들이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며 그들을 꿰어 맞추어 움직일 뿐입니다. 전문가라 이야기 하는 지도자들은 즐거워할 수 있어도 참여하는 청소년들도 즐거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는 자기 선택권과 주체성이 이미 상실되어 있습니다. 자기 선택권 없이 이끌려 간다는 것은 이미 재미를 상실했다고 보입니다. 즐거움, 재미는 자발성에 따른 자기 선택권이 존중되어질 때 가능해 집니다.


프로그램은 수단이나 조직6) 그 자체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개인과 참여조직과 관련조직은 수단이며 그들 자체가 목적입니다. 조직 안에서 역동성이 존재하도록 하며 관계하는 사람들 간의 다양한 긍정성이 발현되도록 함께 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중요하나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입니다.


지속 사업, 조직, 간단한 프로그램 등 그 모든 내용 안에 사랑의 관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간의 신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간의 긍정성이 발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관계가 본질이라 여깁니다.


2008년 무더웠던 두 달여의 여름이 지나갑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저희 동역자분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그램에 몇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어 적어 봅니다.



청소년지도력 배양의 책임


먼저 기억나는 것은 한 달여간 진행된 청소년복지를 행하겠다고 참여한 대학생 실습생들의 과정7)입니다. 지난 주 주일 오후 대학생 실습 평가를 마쳤습니다. 이미 2주전 평가회는 진행을 했으나 요청했던 몇 가지 과제의 수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제언했던 내용을 수정해 2차 평가회를 진행했습니다. 대학생들 실습을 전체적으로 매일 슈퍼비전 하지는 못하나 평가회와 청소년사회사업의 기본 가치에 대한 교육 등은 깊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여러 활동도 많으나 대학생 및 청년 지도력 형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청년들이 한두 해 지나면 곧바로 사회에서 청소년지도자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서 일을 했던 저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활동지도자 과정 등 그에 따른 몇 가지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해는 실습을 원하는 대학생 5명을 선발해 함께 했습니다. 2주전 1차 평가를 마친 후 오늘 2차 최종 평가가 진행되었습니다. 몇 가지 과제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동아리 조직을 청소년들과 함께 만들고 진행했던 내용과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동아리활동에 따른 프리젠테이션이 있었습니다. 행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내용은 너무나 많은데 일관성과 함께 아이들 간의 관계, 지도자와 아이들 간의 소통관계가 없었습니다. 여기에서의 관계란 ‘수평적 소통관계’를 의미합니다.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동아리조직도 수단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조직 활동 가운데 한가지입니다. 가족도 혈연으로 맺어진 조직이며 회사도 일로 맺어진 조직이지요. 교회도 성도들 간의 조직입니다. 그 조직체계마다 고유한 목적이 존재합니다. 그 본질적인 목적을 놓치는 순간 그 조직은 여러 문제를 야기하며 관계의 어려움으로 분해되곤 합니다.



청소년의 긍정적 관계의 핵심 방법은 수평적 소통


본질은 그 목적에 합당한 일을 행하는 거라 했습니다.


청소년조직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프로그램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본질은 공동체 안에서의 긍정적 관계라 여깁니다. 사람간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차이를 인정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지도자(교사)와 청소년 간에 긍정적 관계, 청소년과 청소년과의 긍정적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을 지도력(leadership)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력의 성격을 간단히 규정하자면 분열보다는 합하려 합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려 합니다. 타인을 비난하기보다는 감사하게 합니다.


프로그램의 기술적 부분이 조금 망가지면 어떻습니까? 그 안에 아이들의 사랑과 긍정성이 발현되어지며 실제 삶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저는 그에 대한 방법을 아이들8)과의 ‘수평적 소통’이라 강조합니다.

사회복지의 실천기술론에 대상자와의 관계형성을 이야기 합니다. 협력적 관계, 파트너십 등 다양한 관계 형성을 이야기 합니다. 수평적이고 협력적 관계라 강조하며 목적은 대상자의 문제해결을 협력해서 해결하는 데에 있습니다. 대상자의 문제에 집중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민감합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서의 다양한 어른들을 만납니다. 만나며 계속해서 깨닫는 것은 내 자신의 너무나 큰 문제들이였습니다.


그래서 수평적 소통을 제 나름대로 정의해 보았습니다. 당사자의 문제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당사자의 문제도 존재하나 나의 문제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 합니다. 크고 작고의 문제이지 어려움은 저도 항상 가지고 있기에 당사자와 함께 하며 서로간의 문제 해결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평적 소통’으로 규정지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가끔씩 위험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문제는 문제입니다. 힘겨움은 힘겨움이고 어려움은 어려움이죠. 문제를 덮어 놓고 무조건 기뻐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문제를 인지하고 서로 간 협력하여 함께 하는 게 저는 더욱 긍정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참여한 대학생들은 강점이 많았습니다.9) 그 강점들을 한 가지씩 설명해 주고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평가회를 마쳤습니다. 5명 모두 그 힘든 과정을 마쳤음에도 자발적으로 기관의 청소년자원지도자 회원이 되어 지속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지도자는 프로그램, 재원, 보이는 서류 등 수단만을 중요시 해 내용을 포장하고 더 큰 수단을 만들어 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우 큰 어려움을 발생시킵니다. 자신이 그러한 우를 범하며 프로그램 포장의 달인이 되어 자칭 전문가라 강조합니다. 프로그램의 표피적 진행자는 될 수 있어도 전문가는 될 수 없습니다.



청소년입장에서의 소통과정


여름방학동안 캠프와 함께 몇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매년 전국단위 YMCA 청소년회원들이 몇 달 동안 만나 논의하여 계획하고 진행하는 하령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의 청소년동아리활동 등 자치활동을 하는 임원들이 참여하는 리더십캠프에서 강의하고 저희 희망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청소년들이 지리산에서 진행한 ‘각양각색 무지개 만들기’ 캠프를 보고 왔습니다. 리더십 캠프 다음날 수련활동 인증을 받은 청소년인권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하령회는 3박4일간 진안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에 대한 실제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에 YMCA에서 진행하는 동령회를 시점으로 3월부터 거의 매달 1회 정도의 모임을 지역의 청소년 대표들이 만나 회의합니다. 처음에는 회의 수준이나 내용을 찾는데 약간의 어려움을 겪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점에 가까워집니다. 이번 하령회의 주제는 ‘우리들의 작은 외침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듭니다’ 였습니다.


4일여 동안 청소년인권 및 개도국의 인권문제의 주제 강의를 포함해 조별활동, 지역 활동 계획수립 및 발표, 평화축제, 담력훈련, 체육 및 친교활동, Y역사와 인권 공교육문제와 양극화를 주제로 한 포스트게임 등 대략 세부적인 프로그램까지 하면 20여 가지가 넘는 내용들을 100여명의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며 진행했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날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활동이 거의 마무리 되어지고 방 배치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련관측에서 청소년들의 명단을 임의적으로 배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진행하는 청소년회장이 방 배치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여러 대답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방을 쓰는 문제로 토론이 이루어져 한 시간여 끝에 전체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지역별 청소년들이 방을 쓰도록 했습니다. 흡사 근래 일어난 촛불 집회에서 길거리 즉석 토론이 연상되었습니다. 청소년들 안에서 자연스러운 민주적 의사수렴 방법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4일간의 하령회 동안 마지막 날 아침 지역에서의 실제적인 실천과제를 토론회 정리10)했습니다. 각 지역에서 계획했던 활동들이 청소년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주도성 갖기


하령회 셋째 날 저녁 청소년평화축제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저희 지역에서 참여한 아이들 몇 명이 갑자기 락 공연을 해야 한다며 악기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군산에 돌아가 악기를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말하기 전에 이미 대학생 자원지도자에게 부탁을 하고 허락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는 악기를 가지러 같이 다녀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탐탁지 않았습니다. 하령회의 목적은 문화공연에 있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질 때에 참여하지 않고 악기를 가지고 오겠다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자원지도자가 다녀온다고 해서 어떤 악기를 가져오면 되는지를 설명해 주고 청소년회원은 가지 말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기름 값도 최소 4만 원 정도는 되니 너희들이 3만 원 정도의 주유는 하고 운전하고 다녀오는 자원지도자 선생님께 정중히 감사를 표하라 했습니다. 주유비는 돌려주려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행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알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때부터 지역 동아리연합회 회장인 아이와 갈등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 아이는 자칭 다혈질입니다. 제가 기름 값과 친구와 같이 가지 못하게 했다는 말에 화가 난 모양입니다. 갑자기 달려와 흥분하며 따집니다. 저도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참기로 하고 잠시 후 화를 낸 아이를 불러 왜 화를 냈는지를 물었습니다. 청소년은 “기름 값도 그렇고 악기를 잘 못 가져오면 연주를 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친구를 보내지 않았느냐?”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단은 아이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아이와 대화 중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먼저는 아이가 화를 낸 과정에 사과하지 않으려 한 부분도 있었으나 더 어려웠던 점은 저와 자신이 대화를 할 때면 모든 일에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한 어떤 일이건 저와 대화하다 보면 제가 원하는 데로 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묻고 답하고 토론하며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잘 반영하는 게 제 일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으로 몰고 간적이 많았나 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묻는다는 것과 당사자 입장에서 대화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대화를 행하며 당사자의 잘 못을 그 사람 입장에서 직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답을 가지고 그 사람 입장이라 여기며 답11)을 꺼내고 이끄는 행위를 하곤 합니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항상 묻고 이야기 하나 당사자의 주도성을 살려 그 사람이 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겸손해져야겠습니다. 수평적 소통의 핵심가치는 겸손입니다. 겸손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으면 아무런 관계도 형성할 수 없습니다. 상대를 정확히 볼 수도 없습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을 배움의 존재로 바라보아야겠습니다. 청소년을 배움의 존재로 바라보아야겠습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당사자 분들을 배움의 스승으로 바라보아야겠습니다.



준비 과정 자체가 목적


하령회 도중 저희 희망터 청소년들이 준비한 지리산 캠프에 다녀왔습니다. 두 달 전부터 제주도와 지리산 등 다양한 캠프 지역 선택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까지 담당 지도자 분들과 참여 청소년들의 수차례 토론이 있었습니다. 지도자 분들이 청소년들과 토론하여 설정한 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주는 정도가 제가 하는 일의 전부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지역과 연합해 진행하는 제주도 캠프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아이들이 지리산으로 결정 했습니다. 일단 장소를 지리산으로 설정한 후 저는 지도자분들에게 지리산의 역사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6.25를 거치며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산이라며 갈등의 치유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습니다. 빨치산의 역사도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이념의 갈등이 얼마나 큰 아픔을 몰고 오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했습니다. 인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작은 시간이나마 역사를 보며 실제 지리산 안에서 찾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아이들이 토론하며 논의한 결과 지리산에서 등반과 함께 몇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이 동티모르 커피를 판매12)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동티모르는 몇 년 전부터 한국YMCA 차원에서 제건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세계 최 빈민국 중 한 나라입니다.


저희 기관의 청소년동아리 회원들이나 희망터 청소년들이 Y연맹에서 수입 가공한 동티모르 커피를 구입해 커피를 만들어 팔고 그 수익금은 다시 동티모르로 보내는 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청소년회원들이 지리산에서도 피서객들에게 동티모르 커피를 판매하면서 갈등해결과 함께 공정무역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자 한 것입니다.


둘째 날 오후에 지리산에 도착에 아이들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 지요. ‘각양각색 무지개 만들기’라는 주제로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너무나도 밝게 참여하는 희망터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아이스크림과 수박 몇 덩어리를 사 주고 아이들이 동티모르 커피 판매와 홍보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준비했던 계획에 차질이 있었습니다. 고성방가의 문제로 아이들이 준비한 캠페인을 위한 공연은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동티모르를 돕기 위해 동티모르 산 냉커피를 팔아 그 나라를 지원하자고 했던 프로그램도 캠프장 내부에서는 물건을 판매하는 게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가져간 커피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피서객들에게 동티모르를 알리는 홍보판을 만들어 캠페인 하고 인근 지역을 청소하는 것으로 마쳐야 했습니다.


‘하령회’와 ‘각양각새 무지개 만들기’의 두 가지 프로그램에서 기억해야할 부분은 과정입니다. “과정이 가치 있는 목적으로 정합성을 가지고 일관성을 지킨다”면 마지막으로 발산되어지는 내용은 너무나도 값진 결과가 만들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그램 준비 과정은 결과이기도 하며 목적이기도 합니다. 과정의 충실도가 그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결정짓습니다. 충실도의 핵심은 청소년13)의 지속적인 참여에 있습니다.



폭력을 훈련하는 청소년캠프


하령회와 희망터 캠프를 마친 후 무주에서 진행 된 청소년리더십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첫째 날 저녁시간에 리더십의 기본 이해에 대한 강의도 있었고 하루 밤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 오전 일정 후 바로 무주로 향했습니다.


캠프장에 들어서자 해병대 군가가 울려 퍼지고 다른 곳에서 온 50여명의 청소년들이 수영장에서 군대식 기압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는 해병대 캠프와 저희 아이들의 일정이 겹쳐 있었습니다. 진행하는 곳과 숙소는 분리되어 있어서 프로그램 진행에 문제는 없었으나 아이들에게 고압적으로 행하는 수련관측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녁식사 시간도 캠프장 측에서 약속했던 시간에 맞추지 않아 식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에 있던 해병대 복장을 한 분이 밖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욕지거리를 하며 소리를 치고 조용히 떨어져 있으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흥분하고 있어서 그들의 화를 가라앉히고 식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캠프는 초기 시작될 때부터 매우 잘못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행하는 일반적인 캠프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교사들이 대단위로 학생들을 수련원의 교사에게 인계합니다. 그 다음 곧바로 군대에서 행하는 얼차려가 시작됩니다. 앉았다 일어났다가 반복되며 선착순이 이루어집니다. 식사 할 때는 반드시 ‘앞으로 나란히’를 행하게 강압하며 앞줄부터 몇 번이고 앉아서 줄이 맞추어지면 그때에 식당에 들어가 식사하게 합니다. 줄 맞추고 조용해야 하는 것이 캠프의 내용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청소년 캠프 현장에서 철저히 군대식 문화에 접목이 되어 도무지 상식이 없는 억압적 폭력이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아예 군대의 유격훈련을 그대로 모방해 가지고 와서 해병대 캠프 등을 할 정도입니다. 저희 지역의 모 고등학교는 학생회와 전혀 상의하지 않고 군대식 캠프에 집어넣어 고생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 순종적이고 순응적인 사람이 만들어 질 거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답답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 안 해도 우리 사회에 철저하게 찌들어 있는 군대 문화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까! 대학부터 회사 직장 동료사이의 관계까지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없는 철저한 수동적 관계로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활동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키워주어야 할 대다수 집단 캠프의 조직 관계가 수직적입니다. 일방적입니다. 지시하며 통제합니다. 대상자는 그에 따라 수동적이고 굴종하게 됩니다. 청소년들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철저히 무시되고 맙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폭력을 훈련하는 강압적 활동일 뿐입니다.


청소년 당사자에게 강압적이고 굴욕적인 군대식 캠프를 어떤 목적으로 행하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굴종 시키고 순종시키며 철저히 대상화 시키는 작업입니다.


아이들이 얼차려 받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주변에서 흐뭇해하는 교사들의 얼굴을 볼 때면 정말 저 사람들이 스승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자신의 사랑하는 제자들이 군대에서 정말 하기 싫다는 유격훈련 비슷한 것을 받고 힘겨워 하는데 어떤 가치관으로 흐뭇해하는 미소를 띠는지 전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자식이 고생을 모른다며 이런 곳에 일부러 보내 고생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 또한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강압적인 군대식 캠프가 아이들의 성장에 어떠한 도움이 된다는 구체적 근거를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와 함께 캠프장의 대량화 집단식 활동을 경계 합니다. 작게는 3백 명 많게는 몇 천 명까지 함께 하는 캠프를 경계합니다. 작은 조직이 뭉쳐진 네트워크식 주체적 활동이 아닌 이상 대량의 집단식 교육은 청소년들의 주체성과 창조성을 무너트리는 가장 큰 무기일 수 있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되기 어렵습니다.


폭력과 강압성은 또 다른 폭력을 낳습니다. 청소년폭력의 악순환은 학교(청소년)폭력 문제를  연구한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가정의 폭력이 학교폭력을 낳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폭력은 순환합니다. 이러한 폭력적 행동을 청소년캠프에서 끊임없이 행하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강압적 캠프나 철저한 경쟁구조 체제의 수직적 구조를 통해 폭력적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청소년들은 다시 자신이 속해 있는 가정 학교에서 후배, 친구들에게 비슷한 폭력적 행위를 할 개연성이 매우 큽니다.



당사자의 가슴에서 시작하는 교육


캠프 중 첫날 저녁 청소년리더십에 대한 두시간여동안 강의를 했습니다. 참여한 청소년들의 선후배의 관계를 통해 리더십에 대해 소통했습니다. 좋은 선후배의 조건과 개별 동아리 회원 간의 관계 형성에 대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서도 리더의 원칙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내, 배려, 차이의 인정 등 기본적인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좋은 리더에 대한 원칙의 내용을 통해 요리를 만들어 발표하고 부연설명을 하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오후와 달리 저녁 시간 청소년들의 역동이 살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 지역에 청소년지도자, 교사,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러 다니며 제가 경험한 것 중 한 가지는 수강생들의 환경과 자기 삶의 밀접한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역동이 잘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강의 전 반드시 대상자의 환경과 강의 목적 등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그 당사자를 위한 맞춤식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를 위한 교육인지 당사자를 위한 교육인지 강사는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의 기술적 부분으로 많은 부분 교육이 가능하나 간혹 기술에 매몰되어 본질적으로 소통하고 전달해야할 중요한 내용을 잃어버리고 재미에 취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매우 경계합니다. 본질을 잃지 않으며 당사자 가슴에 이미 존재 하고 있는 해결점이나 고민지점을 건드려 주면 되었습니다. 교육방법에서 마중물14)에 대한 예시는 매우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캠프장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다음날 기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청소년인권교육프로그램 진행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인권교육은 방법론적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청소년 교육 가운데 인권교육에 기술적 과정15)에 머물러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의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이야기를 줄여가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슴에 있는 그 무엇을 일깨워 주는 행위가 교육적 방법입니다. 교육을 통해 주입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것을 알 수 있도록 마중물의 역할을 해 줄 뿐입니다. 그리고 강사는 그 내용을 해석해 주면 됩니다. 그 해석은 원칙(principle)이 존재해야 겠습니다. 여기에서 원칙이란 변하지 않는 인간사에서의 가치를 뜻합니다. 원칙이란 사랑, 평화, 배려, 정의, 인권존중, 온유, 자비, 근면, 겸손, 인내 등의 매우 기본적 가치를 말합니다. 변하지 않는 원칙하에 혼돈에서의 과정과 내용이 만들어 집니다. 교육방법론 중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2008 따뜻한 여름 이후


사람사이에 생명과 평화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현재 저희 단체에 생명과 평화는 핵심 가치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명을 강처럼 흐르게 한다는 것은 사랑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평화의 도구이자 목적이자 근본입니다. 사랑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랑이 흐르게 하는 것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정의가 있습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랑은 필요합니다. 정의만을 가지고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정의만 존재하는 세상은 삭막하고 건조하기에 부담스럽습니다. 저와 같은 성품을 가진 사람은 매우 어려운 삶이 될 것입니다. 사랑이 흐르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 지역사회의 모든 이들의 관계 형성이 핵심입니다. 그 핵심을 지키고 이루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청소년지도자는 청소년들의 생명이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이 가진 고유한 생명을 임의적으로 교정하려 하지 말며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같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진행합니다. 청소년지도자의 활동과 일반 입시학원이나 음악학원과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저희가 행하는 일이 학원입니까? 학교입니까? 규정지어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어떤 동호회의 친교적 성격만 띠고 있지도 않습니다. 저는 청소년지도자들이 자치하는 생명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직이 이루어지면 그 안에 목적을 설정하되 모든 구성원들이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관계에서 자치하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긍정적 관계를 놓치지 말고 그 흐름에서 전해 오는 가치를 서로 공유합니다. 조직 자체의 최상의 본질적 목적은 사랑의 흐름이라 믿습니다. 그 흐름을 잘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문화동아리나 자치 조직을 만들어 냅니다. 그 안에서 춤도 춥니다. 노래도 합니다. 자원봉사도 합니다. 만화를 그립니다. 예배를 드립니다. 영화를 만들어 봅니다. 토론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의 핵심은 생명과 평화를 이루며 사랑의 관계를 형성하고 발산합니다.


다양한 일들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일들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프로그램은 있으나 내용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용이 없다는 것은 참여자들의 관계형성이 잘 못되었으며 본질적 목적을 추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원봉사활동 등 이번 여름동안 글로 표현하지 못한 또 다른 다양한 일들이 존재합니다. 그 일들과 함께 이번 여름의 모든 일정 안에서 생명과 함께 했던 다양한 경험이 또 다른 성장의 토대가 됐습니다. 감사만이 넘칩니다.


항상 함께 하고 있는 저희 동역자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참여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청년 자원지도자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그들을 도왔던 지역 시민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제가 알지 못하나 아이들을 위해 함께 하셨던 그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해 주시는 당신께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08년 8월21일 이틀간의 휴가를 도서관에서 만끽하며…….

 

 

 

8월-청소년지도자와 생계를 위한 직업인의 차이(여름을 보내며-최종).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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