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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비판과 전문성

by 달그락달그락 2008. 6. 15.

비판과 전문성

 

비판에 의해 세상은 진보해 왔습니다.

비판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워 줍니다.

비판받고 싶지 않지만 어떠한 일 이후 평가하며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비판을 당한 이후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전보다 한층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잘 못된 부분은 철저히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비판을 할 때에는 사랑 없이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대에 해를 입히고자 비판합니다.

감정의 골이 있어 더욱 매섭게 비판합니다.

이는 비판의 정의를 넘어서서 비난에 가깝습니다.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하지 않는 만 못합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평가는 정확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잘못에 대해 계속해서 비판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낳아질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게 시급하며 중요합니다.

 

어제 일을 떠올려 봅니다.

어제 저희 희망터(방과후아카데미) 청소년들에게

“본(本)을 보이는 어른 되기 프로젝트”로 아이 한명과

좋은 지역성인 한분씩 연계하여 지원 소통하는 멘토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첫 매칭행사에 몇 가지 착오가 있었습니다.

시간공지가 어긋나 여러 문제가 도출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거의 없었는데 사회를 보다가 당황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아이 한명이 토라져 행사 중에 뭐라고 합니다.

별일이 아님에 참았어야 했는데 바로 잘못을 나무라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직원 분들의 현재 상황을 생각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평가 준비에 아이들 행사에 근 두 달을 거의 야근했나 봅니다.

저 또한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근래 몸이 조금 부실(?)해진 것 같아 마음이 약간 급해진 것 같습니다.

나아져야겠지요. 효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은 전문성과도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전문가가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전문적 문제를 해결합니다.

 

어제 6시 넘어서까지 저희 이사님 한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보고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가 어렵거나 주변의 청소년을 위한 일이 만들어 진다고

정관장님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현재 이런저런 일들을

너무 많이 만들어 지치고 힘겨운 환경 같아요. “

 

일에 지쳐 있는 저녁시간 때 제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하신 말씀임을 알게 됩니다.

 

저는 대뜸

“이사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고 저희 직원 분들 월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저희들 복지 문제가 낳아지는 것은 아니죠. “

“그런데 아이들 일이라는 생각과 저희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증 비슷한 신념에 일이 보이면 닥치는 대로 만들어 내려 하죠.”

 

이사님께서는

“할 수 없는 일도 많답니다.”

 

제 기억이 짧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논조로 대화를 나눈 것 같습니다.

 

이후 일정을 정리하고 지역 청소년관련 기관과 연대하여

진행하는 문화행사에 참여했습니다.

9시 넘어서까지 진행된 청소년국악행사였습니다.

 

저희 직원 한분과 행사 내용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몸이 피곤해 작은 자괴감이 전해져 옵니다.

그래도 이번 해 초기에 이 행사를 기획하지 않았다면

여기 모인 몇 백 명의 아이들이 자신들 문화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은

없었을 거라며 자위합니다.

그 작은 수고가 모여 “이런 모습이 만들어 진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중과 선택이라는 화두는 수년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운동(movement)의 양의 중요한 게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많이 하면 외연적으로 넓어 보일지 몰라도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행하는 가치와 함께 과정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청소년자치를 꿈꿉니다.

현재 행하고 있고 새롭게 만들어낸 그 모든 행위에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자치가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이 지점이 저의 핵심입니다.

자치하지 않고 통제하고 지시하는 활동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그 모든 모습 안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야겠지요.

 

다만 집중해야 합니다.

방만함과 함께 일의 욕심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내용들은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끔 타협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배제해야겠지요.

 

바탕을 바꾸기 위한 청소년활동…….

더 고민하고 기도하며 실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존경하는 선배 간사님이신 황주석 님의 글입니다.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크게 가슴을 흔들어 놓았던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형식의 철저한 분리 속에서 전체 운동이 요구하는

자기 영역의 내용을 담아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것을 잘 하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페셔널입니다.

 

운동의 프로페셔널에 대한 나의 정의는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능력도 있지만,

운동전체를 위해서 자기 한계를 정하는 사람' 입니다.

 

때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과

'조직 이기주의'라는 식의 뜻하지 않은 오해와

운동 전체를 조망할 줄 모르는 '사병'들의 빈정거림까지도

자기 일에 대한 절대적 확신 속에서 웃어넘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제일 높은 단계의 운동을 하고 싶어 합니다.

화려해서 잘 보이고 열매에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뿌리운동만 하면 본인도 힘이 안 나고 남들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

 

“마을이 보인다. 사람이 보인다” 황주석, 195쪽

 

 

“형식의 철저한 분리 속에서 전체 운동이 요구하는 자기 영역의 내용”

삶의 희망입니다.

 

6월 중순의 주일 오후에 정건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