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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새는 좌우 날개가 똑같을 때 날 수 있습니다.

by 달그락달그락 2008. 6. 9.

새는 좌우 날개가 똑같을 때 날 수 있습니다.

 

정건희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사람의 문제를 개인으로 보지 않고 환경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해결을 시도하는 이념은 좌파 쪽에 가깝습니다. 환경의 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관점이 강한 이념은 우파 쪽에 가깝습니다. 좌우의 이념이 모두가 인정되어지고 소통할 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양쪽 날개 모두가 튼튼해야 합니다. 좌우 날개 어느 쪽이라도 부실해서는 날 수 없습니다. 과거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이념의 극단적 대립으로 수많은 이들이 상처 입었던 것을 현실에서 경험했습니다.

 

지역의 전교조와 교총이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먼저 환영할 일입니다. 상호 소통은 문제 해결의 매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군산시와 군산교육청도 화해하며 군산교육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반기며 환영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빠진 것 같아 고민이 앞섭니다. 아직도 지자체나 교육청의 사고는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서 서울의 일류대학에 많이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목적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지역교육이 살아나는 효과가 일반적으로 성적과 일류대학에 있다는 시각입니다. 이러한 때 상호 협력과 소통의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입니다. 그러한 정책을 지지하기 위한 협력이 아니기만을 바랄뿐입니다.

 

가능성 있는 학생의 지원책, 사각지대 청소년을 위한 교육복지 정책, 실업계청소년의 성장을 위한 지원책, 예체능계 청소년의 합리적인 지원 등 통합적 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 정책이 협력 관계 안에서 담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만큼 중하위권 성적은 나타나더라도 가능성 있는 청소년과 환경 자체의 어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 예체능계 청소년, 외국인 자녀 등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지역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형식적인 몇 가지 지원이 아닌 상위권 지원과 동등한 정책적 내용이 필요합니다.

 

전교조는 참교육을 내세우며 과거 많은 학생과 시민의 힘을 받았던 조직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참교육은 학생도 사람(?)답게 인정받을 수 있는 주체로서의 교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게 하는 민주교육, 사회생활에서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려는 인간화교육이 핵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공동체에 입각한 교육이어야 합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일반적 정책과 지역사회에서의 경제성장 정책에서 그러한 공동체성 함양에 대한 부분보다는 더 철저한 경쟁의식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정책이 실행되어지고 있어 전교조 내에서도 여러 고민이 있을 거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좌우의 이념적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현재 지자체와 교육청, 시민단체 등이 상호 소통해야할 부분은 지역사회 전체시민과 전체 청소년이 다같이 살기 좋다고 인식하는 사회를 위해 소통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만 지역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선이다”라는 명제는 위험합니다. 철저한 물질숭배론입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경제가 망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11위에서 13위 정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제 강국입니다. 문제는 양극화였습니다. 부가 극단적으로 상위 1~3%의 부유층에게 편중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공히 혜택을 보고 성장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근래 많은 기업이 들어오며 새만금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지역사회 전체의 땅값이 오르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지역사회가 들썩입니다. 형식적으로 잘살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저와 같은 밑바닥 서민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 때문에 그나마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에서도 좌불안석(坐不安席)입니다. 지역에 팔기 위해 나오는 땅은 지역민들이 살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하는 부동산업자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현재 시행되는 지자체의 인재육성정책에도 많은 고민이 앞섭니다. 인재를 지원해서 서울 경기권으로 보내는 정책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합니다. 지역이 살기 좋기 때문에 인재가 현실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합니다. 지역의 중고교 대학의 교사들이 근처 도시나 서울권에서의 생활을 하며 직장으로서 지역을 찾는 게 아닌 지역 자체에서 가족과 살을 부비고 지역민과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근본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문화와 복지의 성장은 경제와 함께 공통적으로 필수적으로 성장해야 할 항목입니다. 문화와 복지가 경제 성장을 위한 수단정도에 머물러서는 근본적인 지역 환경의 변화는 어렵습니다.

 

근래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전이라 떠받드는 일반 서민들이 추구하는 살기 좋은 지역은 인재와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사회아 아닌 모든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지역일 것입니다. 특히 약자가 공동체로서 인정받고 대다수의 서민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합니다.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며 함께 하는 공생할 수 있는 사회를 뜻합니다.

 

이러한 근본 담론과 실제 변화해야할 목표는 그대로 놓아 둔 채 돈을 지불하는 주체가 지자체인제 교육청인지에 대한 다툼에서의 소통이나 상위권 학생 지원의 폭을 중학교로 조금 넓혀보자는 정도의 소통이라면 하지 않는 만 못해 보입니다. 지역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전교조의 성향으로는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일들은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하겠지요. 과거 불법으로 이루어졌던 모의고사나 불법 보충학습도 전교조 선생님이 나서서 막았다면 어찌 됐을지 시민의 한사람으로 생각해 봅니다.

 

좌우의 대립을 매우 부정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극단적 대립은 경계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좌우 한쪽만 인정받는 세상입니다. 새의 날개 한쪽만이 존재하는 새를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날 수 없습니다. 한 쪽 날개로 날 수 없다는 것은 좌우 날개가 균등하게 건강(자기 정체성)해야 하며 상호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협력과 소통은 필요하나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 가치에 반하면서까지 좌우가 하나 되는 것은 결국 당사자의 본질적 원칙(principle)과 성장은 잃어버린 채 자신의 이기성을 채우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교육 조직이든지 학생들이 사람으로서 대접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호소합니다. 교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이 입시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서 하나의 생명으로서 인정받고 주체성을 확립하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공동체를 인식할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구체적인 지역 교육정책과 함께 환경변화에 대한 추동을 학생들 입장에서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교육단체의 교사 입장에서 펴는 정책은 지양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과 경제는 오른쪽으로 많이도 기울어져 가고 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새로운 정부에 와서는 더욱 개인적 문제 중심으로 경쟁을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시되어가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이후 100여일 만에 학교자율화 정책 등 일방적 경쟁에 학생과 교사를 내 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대로 가다보면 학원 강사와 교사의 차이도 불분명해 질 것 같습니다. 협력과 소통은 자기 정체성이 정확할 때 가능합니다.

 

박쥐의 우화를 기억합니다. 낮에는 낮의 모습으로 밤에는 밤의 모습으로 자신을 교묘히 숨겨가며 정체성을 부정하고 이기성을 채웁니다. 자기 기득권에 점철되어 활동하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근래 우리 정부를 보면 잘 알지 않습니까?

실용주의 보수라고 우기지만 그 실용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그들이 말하는 것이 아님을 이제는 시민 누구나가 알고 있습니다. 일반 서민을 위한 정부라고 강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제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저희 기관 청소년회원들은 문화공연을 하며 나름대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과거 이러한 사회문제 관련한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긴 논의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근래 촛불문화제는 청소년회원들이 먼저 나서서 함께 하자고 요구합니다. 청소년들도 학교자율화 문제부터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주로 펴는 여러 문제점을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데 정부는 계속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고 강변합니다. 차라리 상위 1~3%의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이야기 하면 되는데 자기 정체성을 교묘히 숨긴 채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강조하고 국민의 머슴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주인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주인에게 지시하고 강제하며 탄압하는 머슴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발 솔직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실만이 당당하기 때문입니다.

 

국민과 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체계, 전교조와 교총의 협력관계,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력관계 이 모든 관계에서의 주요한 주체는 일반 국민입니다. 또한 학생이라 이름 지어져 있는 청소년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의 주체인 일반시민들을 꼭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양쪽 날개가 모두 똑같이 건강해야 합니다.

이때만이 상호 소통과 협력은 가능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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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3일자 군산뉴스의 정건희의 청소년 칼럼에 실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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