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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화초의 뿌리

by 달그락달그락 2008. 7. 16.

화초를 좋아합니다.

화사한 꽃들도 좋지만 저는 파란 모습으로 언제나 한결같은 화초가 더 좋습니다.

사무실에 지인들이 선물해 준 작은 화초들이 있습니다.

 

몇 안 되지만 길게는 6~7년이 된 작은 화초부터 근래 모기관장님이 전해 준

난 비슷한 작은 화초(?)까지 다양합니다.

 

생명이 있어서 좋습니다.

색은 변하지 않으나 꾸준히 성장해서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간혹 열매와 꽃이 피기도 합니다.

열매나 꽃은 어쩌다 피는 것이지 제가 생각하는 본질은 아닌 듯합니다.

살아가는 것 자체, 변하지 않는 푸르름, 힘겹지만 끝까지 버티는 뿌리의 생명력…….

뿌리가 본질입니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뿌리가 얕은데도 물만 부어 주면 계속해서 자라나는 화초가 있습니다.

어떤 화초는 물을 어찌 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주면 줄기가 모두 쳐지고 조금 주면 말라 버립니다.

그런데도 이 녀석과 함께 한지가 벌써 5년여의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기분이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은 사랑을 주었는데도 쑴벙쑴벙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미 성장해서 한 기관을 운영하고 실무자를 책임지며 열매를 맺도록 지원해야할

사람임에도 받기만 하려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잘 모르는 부분을 많이 보게 됩니다.

 

화초는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주면 주는 만큼 그렇게 성장합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유행 따라 모든 것들이 자신들의 뿌리와는 관계없이 변해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옷, 머리 모양, 직업도 유행 따라 흘러갑니다.

그렇게 살아야만 행복하다고 자위하지만 내면을 보면 참으로 힘겹습니다.

 

어제는 다른 날보다 회의가 많았습니다.

오전 부서회의 오후 모법인 기관장 회의, 이후 사회복지협의회 실무위원회와

이후 모법인 이사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가 많으면 회의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며 소중한 성과가 나온다는 믿음에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꼭 필요한 내용 한 가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부분입니다만 절제된 회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사회를 마치고 지역에 장애청소년 대안교육과 방과후 학교를 하시는

선생님을 우연하게 회관 앞마당에서 만났습니다.

 

협의회나 지역복지 관련해서 근래 자주 만나지만 속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친분은 아니었으나

살아가는 방법이나 고민점이 저와 닮아 있어서 좋은 분이라는 인상은 받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연하게 만나 회관 앞에 걸터앉아 두 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모기가 제 몸을 대상으로 만찬을

즐기는지도 모른 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자연스레 가슴 안의 이야기도 나눕니다. 지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이야기부터

오래전부터 고민해 오던 대안학교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뿌리가 튼실한 분을 만난 느낌입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저를 돌아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유행을 타기 보다는 본질에 가까운 삶이어야겠습니다.

가치에 따른 본질은 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으나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변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성장을 위한 노력, 아픔을 딛고 이겨내야 하는 고통의 감내,

다양성 안에서 타인을 인정하고자 하는 노력 등…….

변하고 성장해야 할 무수한 일들이 많습니다.

 

청소년운동(movement), 청소년사회사업(social work) 이러한 타이틀이 제가 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본질에 다가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정한 본질에 가까운지 항상 고민이며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환경이 그래도...

제 모습이 그렇더라도...

 

제 옆에서 항상 지켜봐 주는 파란 화초들처럼 그렇게 가슴의 중심은 변하지 않고

천천히라도 다가가야겠습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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