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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사교육을 강화하는 학교자율화 정책

by 달그락달그락 2008. 4. 26.

사교육을 강화하는 학교자율화 정책

 

정건희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자유는 인간이 존재하면서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강제에 대립하며, 때로는 필연에도 대립되는 의미로 사용되어졌다. 이 ‘자율’이라는 의미가 근래 우리 학교정책에 붙어 다니며 많이도 왜곡되어졌다.

 

  현 실용(?)정부가 학교를 자율화 시킨다는 내용 중 몇 가지를 나열하면 우열반편성, 심야보충수업, 사교육의 학교 내 진입과 고교 사설모의 고사의 부활이다. 이와 함께 수능 이후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 방안과 교복공동구매 지침, 학교 안전교육활성화 방안 등은 폐지된다. 이 밖에도 어린이신문 단체 구독 금지, 전문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독서논술 교육 활성화 계획 등도 모두 폐지된다.

 

  교복 고비용의 폐해를 막기 위한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연대해 수년간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장치가 공동 구매였다. 어린이신문단체구독으로 인한 숫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역으로 단체 구독을 금지한 것인데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강제구독을 하라고 부추긴다. 실업계고의 현장실습의 문제점은 이미 수년간 대두됐다.

 

   학교자율화의 의미를 학교의 기본적 삼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의 권리가 자율화 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했었다. 학교자율은 학교의 주체가 자유로워지는 게 당연했다. 따라서 ‘학교자치’의 맥락에서 학생회의 법제화를 비롯하여 교장 임용제도의 변화 등이 중요한 학교자율화의 본질이라 생각했으며 교장과 교사, 학생과 교사의 민주적이며 수평적 소통구조는 당연히 따라와야 했다. 그런데 학교의 주체 당사자들은 대입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통제 한 체 일방적인 입시교육과 사교육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정책이 ‘학교자율화’라니 이름부터 가관이다. 억압이라는 말을 자율이라는 의미로 둔갑시켜 억압의 기능을 강화시켰다. 억압과 통제의 장치를 교묘히 강화해 사교육시장을 성장시키는 학교자율화 정책이 가히 블랙코미디 제목과도 같다.

 

   근래 새 정부 요직의 몇 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몇 마디가 아이들을 살렸다 죽였다 한다. 오렌지라는 단어 몇 마디에 사교육시장은 불과 몇 달 만에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공교육의 근심 또한 비례해서 커진다. 특목고 대비반이 초등학교에서 유치원으로 내려오는 기현상까지 맞았다. 이제 5세가 되면 특목고 준비반 유치원으로 등교하는 시대가 되었다.

 

  작년부터 학원 시간 연장 반대 운동을 진행했었다. 한 달 전 서울시의회의 의원께서 학원시간 연장을 줄기차게 추진하시며 한 말씀 하셨다. “일하다 과로로 죽은 사람은 있어도 공부하다 죽은 학생을 본적이 없다”며 학원시간은 당연히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의원의 말은 거짓이다. 지난주에도 아이가 공부하다 죽었다. 자살이다. 매년 수능과 고입이후 아이들은 자살이라는 극한 환경으로 자기의 몸을 내던진다. 몇몇 정치인들은 교육에 관련된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거짓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몇 마디 거짓말에 의해 아이들은 계속해서 죽어간다. ‘자유’와 ‘실용’이라는 몇 개의 단어가 거짓으로 포장되어 본질과는 먼 의미로 사용되어지면서 오렌지(?), 학교자율화, 사교육 팽창 등 다양한 도구를 생산해 아이들은 “죽음으로 이끄는 병”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학교자율화를 모른다. 주체가 자유가 없는데 자율화정책이라고 하니 가슴이 막혀온다. 아이들을 더욱 통제한 채 자유는 모두 사교육시장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교사들은 그 안에서 또 하나의 권력주체로 방관한다. 결국 학교교사의 역할과 학원 강사의 역할이 교묘히 갈리거나 영합해 가며 아이들을 무한 경쟁의 환경으로 내몰아가며 자유를 지속적으로 강탈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아이들만 학교와 학원에서 경쟁의 볼모로 잡힌 채 철저하게 활용되어질 것이다.

 

   최소한 자유의 숭고한 이미지를 훼손하지는 말자. “학교 자율화정책”이 아닌 “학생의 경쟁 및 통제강화 정책” 또는 “사교육 자율적 강화 정책”이라는 말로 바꾸기를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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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에 실릴 칼럼입니다.

4월- 새전북 (사교육을 강화하는 자율화 교육-정건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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