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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거짓말의 원칙

by 달그락달그락 2008. 4. 21.

거짓말의 원칙

 

정건희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다. 회장 출마를 하기 위해서는 반 학생들 중 최소한 2분의 1정도가 동의를 해야 회장에 입후보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몇몇 입후보한 학생들은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회장에 출마할 수 있었는데 한 학생의 회장 후보는 반 친구들 중 서너 명만 동의해 입후보하지 못했다. 그러자 학운위의 임원인 어머니가 나섰다. 반을 옮겨 달라고 교장선생님께 부탁해서 반이 변경 됐다. 다른 반으로 이동한 이 학생과 학운위의 임원인 어머니는 학생들에게 피자와 여러 선물공세 끝에 회장에 입후보 할 수 있었다. 학생회장은 혼자서만 출마할 수 없으며 부회장도 동반 출마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그래서 부회장 후보를 선택해야 했다. 최종 부회장 후보로 함께 하게 된 학생은 학운위에서 어머니와 친한 분의 자녀였다. 선거 중 어머니의 친구는 선거 유세하는데 사용하라며 음식 값을 많이 대겠노라며 장담했고 실제 피자 값과 장난감 등 학생들에게 지원한 여러 물품과 음식 값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회장 후보가 된 후 강당을 새로 신축할 수 있도록 교육장님과 약속했다고 자신했다. 교육장이 자신의 아버지와 친분 있는 분이라 했다. 자신이 학생회장이 되면 운동장에서 행해야하는 체육활동과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등 을 강당에서도 할 수 있도록 강당을 신축하겠다며 강조했다. 그러자 반대편 후보들도 강당 신축을 가능하게 해보겠다며 공약을 내 걸었다. 결국 반을 옮겨 선거를 치른 학운위 임원 자녀의 학생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회장으로 선출한 학생은 현재 반의 친구들이 맘에 들지 않고 아는 친구도 없어서 예전의 친한 친구들이 있는 반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 학생의 어머니는 곧장 교장 선생님에게 전했으나 담임선생님과 주변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다음 날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회장으로 행할 수 없는 공약의 남발이 문제가 되어 여러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교육장은 중앙 부처로부터 많은 예산을 지원받으면 강당을 신축할 수 있으나 현재의 재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후보를 도왔던 주변 친구들 중 부회장을 하고 싶어 열심히 활동을 했던 친구들도 문제제기를 했다. 도무지 친구관계도 원만치 못하고, 학업성적도 좋지 않고, 당선된 회장을 선거기간 동안 특별히 도운 것도 없고 그저 이름만 올려놓았는데 어떻게 부회장이 되었느냐며 항의했다.

   가상의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판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서울의 뉴타운 개발공약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공약은 국회의원이 장담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며 대다수 거짓임이 판명되었다. 공천 받지 못해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된 의원들이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탈당 때부터 한나라당에서는 절대 돌아 올수 없다고 했으나 근래 언론에서 보도되어지는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때가 되면 돌아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최대한 많은 국민들의 정치적 뜻을 반영하고 다수득표정당에 대한 횡포도 막고 국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여 한 표가 갖는 평등성도 살리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당의 비례대표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비례대표 후보가 특별당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의 대표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후보들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모 당의 비례대표 당선자가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시민의 한사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정치를 바라보자니 가슴이 아린다. 이곳에 원칙은 없다. 명분은 오직 금배지를 다느냐 못 다느냐에 국한된다. 거짓말도 서슴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신이 만약 앞에서 가상의 회장 선거가 이루어진 학교의 학부모라면 당신의 자녀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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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간신문(군산뉴스)에 실릴 칼럼입니다.

4월-군산뉴스 (거짓말의 원칙).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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