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견뎌야 한다

by 달그락달그락 2008. 3. 29.
 

견뎌야 한다.

 

 

어제는 새벽까지 모법인의 지역 청소년담당 실무자 분들과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모여 논의한 후 이번 해의 목표는 “전문성 강화와 소통”으로 설정 했습니다.

1월 이후 군산에서의 첫 모임이었습니다. 전문성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다가 두 가지 주제를 설정했습니다. 먼저는 지역 운동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과 YMCA청소년운동에 대한 기본 이해(1월 결의 사항)를 돕기로 했습니다.

 

지역 운동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배형원 시의원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배의원은 공무원을 하다가 사직하시고 지역 사회사업의 실천적 역할과 함께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오셨습니다. 이후 시민들의 자발적 도움으로 현재에는 시의원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십니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명예와 지위를 위해서 일하시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이 좋습니다. 어제 강의의 핵심은 “창의성, 전문성, 지속성”인 듯 합니다. 청소년운동론에 입각한 가치철학에 근접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저의 YMCA청소년운동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부족하고 미진한 활동 내용이나 실천 했었던 활동과 목적성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진행했습니다. 실무자들의 요청에 의해 강의는 두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어진 내용이라 먼 길 달려온 동역자분들이 피곤할 것 같아서 빨리 끝내려 했는데 오히려 시간을 연장해 천천히 하자는 의견에 꽤 고무되었던 듯합니다.

 

지역 현안을 나누고 연대 사업에 대한 토론 이후 자리를 옮겼습니다. 야식과 함께 지역 환경과 자신들의 고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여자 선생님께서 자신은 지금 “몸을 판다”고 했습니다. 평일에 행정업무와 지역운동에 대한 다양한 일을 하고 토요일과 주일은 청소년들 때문에 또 근무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능력은 많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만나고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다는 것을 “몸을 판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가슴이 아립니다. 몇 년 안 되는 저의 청소년운동의 시간 가운데에서 초창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얼마만큼 치열했는지 기억됩니다. 그 치열함은 현재에도 지속됩니다. 어쭙잖은 선배이지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해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데 결국 “견뎌야 한다”는 말이 결론이었습니다.

 

YMCA의 성격상 지역의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납니다. 수련시설을 위탁 운영하거나 자체 건립하는 곳은 그나마 동역자들이 있어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하나 상당히 많은 지역은 혼자서 청소년운동과 함께 타 업무까지 겸임하며 움직여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저 또한 선임간사님이 계셨는데 그만 두시고 결국 1년여 만에 혼자서 몇 년 동안 한 부서의 일을 진행했었습니다. 힘이 들고 많이 아팠던 경험이 많았으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경험했던 감동과 기쁨, 아픔과 좌절이 저에게는 너무나 큰 자생력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 아이들과 프로포절을 만들었습니다. 공부한 게 아닌 그저 아이들이 원해서 그 활동을 하고 싶어 의견 받아 작성해서 움직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역 환경의 변화를 꿈꾸었기에 바꾸고자 많은 이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정책변화를 위해 공부했고 환경변화를 위해 시의회나 국회의원 등 다양한 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만약 제 위에 선임이 있었다면 무모하게 나서고 제안의 결정 이후 만들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힘들고 너무나 어려운 일들 이었지만 강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견뎌야 한다”는 그 말 안에는 너무나 많은 내용들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실무 동역자들이 강해지기를 바랍니다. 강해진다는 의미는 세상에서 힘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가 그랬던 것처럼 나와 타인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힘입니다. 나만을 위해 살지 않고 내 주변의 아이들과 지역사회 전체의 공동체성을 위해 함께 하기 위한 추동적 힘입니다. 가슴에 사랑이 넘쳐나는 힘을 말합니다. 남을 포용할 수 있는 가슴의 크기이며 자기주동성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더욱 성장해 아픈 사람들을 안아 줄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새벽녘에 귀가해 3~4시간을 잠을 자고 출근했습니다. 오전에 강의가 있어 학교에 들렀다가 출근했습니다. 이 번 한 주도 길지만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새벽녘까지 근무한 날이 2~3일은 된 것 같습니다. 실무자들의 얼굴을 보니 피곤해 보입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고 아이들이 시설에 들어오며 만나고 소통하는 생동감 있는 얼굴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저에게는 희망이며 기쁨입니다.

 

오후에 ‘희망터’(방과후아카데미)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그만 두겠다던 아이의 할머님께서 오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 가슴이 아파집니다. 그 아이와 가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또 짧은 하루가 지나갑니다.

 

                                          

[배형원 의원 강의 중]  

 

 

 

[YMCA청소년운동의 기본 이해 강의/ 정건희] 

 

 

[실무회의/ 지역현황 공유 및 연대사업 논의] 

 

 

 

아픈 사람을 만나면.hwp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