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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일'을 하는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08. 2. 18.
 

‘일’을 하는 이유


정건희 관장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지난 몇 년 간 “일하는 청소년” 지원 사업을 했었다. 아르바이트 하는 청소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른 여러 문제들의 대응활동으로 시작 되었다. 나중 청소년문화동아리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일자리 창출사업까지 연계되기도 했었다. 민간차원에서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해 사회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고자 하는 게 주요한 내용이었다. 이 후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다양한 실태를 조사를 몇 차례 했었는데 청소년들이 진로나 어떠한 직업적 가치를 고민해서 일을 하기 보다는 대다수 소비를 분출하는 도구로서 치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자료를 내 놓자 관심을 갖는 대다수의 분들이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의 소비 문화적 역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물론 학업에 대한 차질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들의 소비문화의 환경은 기성세대가 조성했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행하며 그러한 관점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청소년이 소비문화의 주체라며 이름 붙여 놓은 대상은 경제논리에 철저히 매몰되어 있는 기성세대들이다. 그들이 경제 논리를 통해 청소년에게 소비의 틀을 제공했다. 소비를 부추기며 그러한 문화를 제공하고 돈벌이 수단의 가장 큰 대상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뒤에서 그들이 소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비판한다. 웃기지도 않은 입시환경과 소비환경을 조장해 놓고 그들을 이용하는 기성세대가 이러한 청소년 소비문화의 문제점을 운운하는 태도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소비생활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점과 경제적 여유에 대한 긍정성이 가장 크다. 물론 경제적 이득에만 집중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소비문화에 철저하게 노출되어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청소년기 일에 대한 자기 가치를 세워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일’은 매우 중요하다. 평생토록 생리적 욕구를 채우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은 일을 하며 산다. 여가를 즐기는 것도 일이며 학습을 하는 것도 일이다. 노동도 일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더 크게 보면 생리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도 하나의 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의 포괄적 개념보다는 많은 이들이 일을 단순히 노동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청소년들이 일에 대해 접근하며 개인적으로 행하는 일 자체를 노동이라는 정의와 같이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노동(勞動)’은 경제활동에서 재화를 창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적 자원 및 그에 따른 인간의 활동을 뜻한다. 흔히 자본, 토지와 함께 생산의 3대 요소로 불린다. 노동은 보수를 대가로 한다는 점에서 취미, 여가와 같은 인간의 다른 활동과 구분되며 경제적 대가 이상의 가치를 상실한 채 전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 부분이 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형성하는 주요한 요인일 수 있다. 단지 자신의 일을 대가로서 모든 것을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결정지어 버리기 때문이다. 최소한 청소년기 노동의 대가를 재화의 취득에만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을 그 대가로서의 경제적인 산물만 만들어지면 된다는 인식은 ‘일’의 개념과는 다르다. 일은 여가, 학습, 노동이 복합된 개념이어야 한다. 재화 이외에도 더 많은 가치가 녹아 있다. 그 ‘일’이 어쩌면 우리 삶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인데 그 일 자체를 하나의 재정적 성장의 도구만으로 사용해 버린다면 얼마나 힘겨운 삶이 될 것인가!

   일을 행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행하는가. 대학에 가려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도 모두가 자신의 삶에 중요한 수단과 목적이 동시에 맞물려 있는 일을 행하기 위해 삶을 영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일 자체가 삶의 가치가 녹아 있지 않고 단순히 자기 삶을 영위하는 재화를 획득하는 수단 이상의 가치가 없다면 그 삶은 참으로 힘겨운 삶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청소년기부터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나 내용은 없이 일방적으로 경제적 부의 척도로서 만의 일을 고민한다면 얼마나 삭막한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질 것인가? 우리는 현재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일은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일방적인 사회 환경 또한 최소한 청소년들에게만은 좋은 돈벌이환경을 조성해 주며 그에 대한 권리만을 강조해서도 안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최소한 청소년들의 일은 “노동과 학습, 여가” 이 세 가지가 통합되어야 옳다. 청소년기에 이 세 가지 기준이 통합된 자기 가치를 찾게 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과 지속적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 ‘일’을 하려는 지에 대한 기본 목표의 고민과 꼭 할 수밖에 없는 논리의 개발 등 일을 접근할 때의 기본적 가치 설정을 위한 시간과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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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0일 새전북신문에 실릴 칼럼입니다.

19일 인권위에서 있는 청소년 노동권 토론회 원고를 쓰면서 정리했습니다.

2월- 새전북 (일을 하는 이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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