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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새해 돈만 벌지 마세요!

by 달그락달그락 2007. 12. 30.

원문: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67

 

새해 돈만 벌지 마세요!


정건희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돈 많이 버세요” 새해에 가장 많이 전해지는 덕담 중 하나다. 근래 텔레비전 광고에  돈과 관련된 광고는 비일비재하다. 남자친구에게 소개하는 자신의 집은 고가의 대형아파트여야 한다. 옛 연인이 멋있게 변한 이유가 고급 중형자동차를 타고 가는 모습에서 반추된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40평 이상의 고가의 아파트에 포도주를 마시고 긴 실크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큰집과 큰 차에서만이 행복이 오는 거라며 광고는 연일 강조한다. 이러한 광고뿐 아니라 경쟁적 사회 환경 가운데 “돈 많이 버세요!”가 가장 많은 덕담중 하나로 등극한 것은 자연스럽기만 하다.

   

   돈은 권력이다. 사람의 희망을 사기도 한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이들도 있다. 돈 되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받아들인다. 일 자체의 가치나 내용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돈으로 환산해서 많을수록 좋은 직업이라고 강조한다. 거기에 안정성까지 더하면 더 할 나위 없다. 로또 복권 사업이 시작된 후 예상 했던 것 보다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돈에 대한 간단한 논리가 작용했다. 복권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도구라고 막연히 믿는 현상의 당연스러움이다. 복권은 스트레스와 힘겨움, 환경적 절망감을 흡수하는 작용을 한다. 사람들의 고통과 불안을 흐리는 작용을 하며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제도적 법규나 환경에서 차단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돈이 핵심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Jaspers, Karl Theodor]는 "신과 인간의 접촉점을 '극한 상황'혹은 '한계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서의 한계상황은 인간의 노력으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형편과 처지를 말한다. 인간의 삶에 이러한 한계상황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 한계상황을 타파하고 넘어서려는 가장 큰 도구를 현재 돈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돈 그 자체에 대한 목적성에 대한 부조리와 문제점은 매우 크다. 그렇더라도 많은 이들이 돈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둘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자위한다. 경쟁의 사회에서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그 가치에 대한 근본 물음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 상의 인물로서 영원한 죄수의 화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문인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시지프의 신화”에서 부조리한 인간의 삶을 빚내어 표현했다. 신화에서 시지프가 제우스에게 받은 형벌은 높은 바위를 산위로 밀어 올리는 것이었다.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올리면 다시 굴러 떨어져 또다시 밀어 올려야 했다. 이러한 무가치한 반복적 행위에 대해 부조리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했다. 일생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우리 내 삶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삶에 희망을 자기 자신이 아닌 돈에 거는 이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자기 자신이 주체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돈의 많고 적음이 자신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어릴 때는 백마 탄 왕자를 떠올린다. 남자들은 자신이 직업을 수단으로 벌수 있는 돈의 양과 안정성을 고민한다. 나 아닌 다른 것에서 자신의 행복을 꿈꾸는 것이다. 그 삶은 반복적으로 시지프가 끌어 올리는 바위와도 같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바위를 올리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바위를 올리되 돈이나 주변의 백마 탄 왕자를 통해 올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그 산의 정상에 올라가 보아야 한다. 백마 탄 왕자는 중간에 내리라고 할 수도 있으며, 왕자가 키스해줄 때까지 눈을 감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지금 내 자신이 주체가 되어 그 바위를 목적지를 향해 밀어 올려야 한다. 힘에 겨워 다시 내려올 수도 있고 중간에 멈출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주체가 되어 목적지에 대한 가치를 만들고 그 바위를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사람을 통해서 가치를 찾고 그 행복을 만들어 주변을 밝히기 위한 행위의 반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적은 돈이 아니다. 수단이다. 돈의 환상에 사로잡혀 맹목적 추종은 자칫 바위를 밀어 올리지도 못하고 밀어 올리는 도구를 생각하며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곳에서 머물러 있는 모습일수도 모른다.


   진로나 리더십 강의를 대학이나 기관에서 가끔 하게 된다. 수강생들에게 “부모님에게 수십억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대부분 없다고 답한다. 그래도 수강생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 한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자. 나와 같이 소시민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단돈 한 푼 물려받지 못 한 채 서울의 강남이라는 곳에서 돈 많다는 사람들의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 최선으로 공부해서 서울대 졸업하고 대기업 입사하면 원하는 만큼의 부를 축적할 수 있을까? 계산이 빠른 분들은 계산기를 눌러보기를 바란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큰 돈(?)을 벌기에는 매우 어렵다. 그렇더라도 부를 축적한 극소수의 성공한 이들의 삶의 최상위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삶의 바른 목적에 따른 가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시지프의 그 바위를 밀어 올렸을 뿐이다. 돈은 따라 왔을 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기에 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동체적 목적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새해 “돈 많이 버세요?”라는 덕담 이후에 물어야 한다.


“돈 많이 벌어서 뭐에 쓰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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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뉴스에 실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