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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육공동체가 가능할까?

by 달그락달그락 2007. 12. 21.

아래 원고는  다음주 전주시 교육청 교육복지사업 담당 선생님들에게 강의할 내용의 원고입니다.

교육복지공동체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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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육공동체가 가능할까?



정건희1) 관장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1. 넘지 못하는 울타리


  지난달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지방 방송은 가끔씩 청소년관련 일이나 행사 등에 따른 취재로 관련자들을 여러 번 만났지만 서울에서 연락이 온 것은 이래 적이었다. 모 학교에 폭력에 노출된 아이가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이들 일인데 돕겠다고 했다. 담당 PD로부터 세부적인 내용을 전해 듣고 몇 명의 전문가와 동행하여 학교에 들어갔다. 첫날 방송국에서 영상을 촬영한다는 말에 교감 선생님의 거부로 회의는커녕 아이들 사례와 학교의 입장조차 듣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두 번째 방송국에서 학교를 설득하고 찾아가 겨우 학교 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에도 영상을 촬영한다는 이유로 상당한 실랑이가 있었으나 주변 전문가들의 설득과 기본목적을 설명한 후 신뢰관계가 회복되어 사례에 따른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정신지체3급인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렸는데 이에 대해 학교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화가 난 학부모가 방송국에 알리며 이 일이 시작되었다. 그 전에 폭력에 노출된 아이와 그 주변 정황을 들었지만 학교 측의 설명과 내용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런데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가면서 전혀 다른 양상의 모습이 나타났다. 정신지체인 학생도 카터 칼 등으로 가해를 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자신을 보호하고자 은연중에 나온 행위 같았다. 중학교 때에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의 보호본능 같은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학교 폭력은 끔찍했다.

   이 학생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의 가해학생은 이미 자퇴했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한 청소년 중 자퇴한 아이들을 제외하고 아직도 학교에 10여 명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알아본 결과 현재 동영상의 피해학생이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문제는 학교 측이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반을 6개월 동안 담임했던 교사가 전근을 가고 9월부터 다른 학교에서 교사가 그 반을 담당해서 아직도 관련 학생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듯 했다. 학교 측과 방송국 담당자, 폭력 및 상담 전문가 등이 몇 시간여 피해학생 지원을 위한 논의를 했다. 학교 안의 폭력문제 때문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지역 전문기관과 연계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논의가 진행될수록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현재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을 계속하며 방어에 급급했고 방송국 측과 모 상담 기관에서는 잘못된 부분만을 취조하듯이 이야기가 전개됐다.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다른 부분은 일단 생각하지 말고 현재 피해를 당한 두 아이(정신지체인 아이와 동영상 안의 피해학생)만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자고 설득했다. 이후 학교 자체가 장애인, 비장애인 통합교육을 금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여러 미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시인했고 그 부족한 부분을 이번 기회를 통해 보완하기로 했다.

   먼저 가정 안에 부모와의 관계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의 가정기관으로부터 부모 상담, 도상담 지원센터에서 프로그램과 상담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우리 기관의 전문성을 살려 일단 멘토링 사업을 연계하기로 했다. 기관의 멘토링 교육을 이수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족은 아니나 친형과 같은 역할과 학습지원을 최소한 4개월 이상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의 만남을 갖고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기관의 청소년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어 또래 친구들과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친구관계를 회복시키려 했다. 지역 기업과 연계해 가정형편이 어려워 여러 활동을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가해 학생들에게는 지역의 대학에서 심리치료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2)

  근래 학교 폭력 문제에 개입해 지원한 내용의 일부이다. 이 사례의 중요한 부분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전문 기관과 연계해 어느 정도 해결점을 모색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나 학교 안의 환경에 따른 교사들의 힘겨움과 함께 무관심(교사, 부모)이 한 몫 한 경우였다. 만약 방송국에서 개입하지 않았다면 피해를 당한 청소년들의 문제를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핵심적 해결점 한 가지는 피해 아이가 방송국 관계자와 함께 동반자 사업을 하며 몇 차례 관계를 가지고 있던 상담사가 연계되어 중간 매개역할을 함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소통의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학교안의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체계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학교에서의 다양한 청소년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 연계가 그리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학교라는 조직은 현재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이다.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 해결점은 내부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일방적 입시제도로 인해 다양성에 입각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도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모두가 전문가(?)이면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들이 꼬여 있는 경우다. 따라서 현재 교육복지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자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사회와 학교의 지속적 변화를 위해 거시적 측면의 추동이 존재하나 현재를 인정하고 학교에서의 교육복지원사업이 본래의 목적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운동(movement)하는 것이다.



2. 울타리를 넘어서라는 정책


   입시 중심의 학교정책과 복잡한 사회 환경 가운데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이하 교복투)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차원의 사업이 시작되었다. 교육복지사업의 정책목표는 세 가지 정도로 대별되는데 먼저 “저소득층 영ㆍ유아 및 초중등 학생의 학습 결손 예방 및 치유를 통한 학력 증진”이다. 학습에 대한 흥미와 학업 성취가 낮은 학생들에게 개별ㆍ소집단ㆍ학급 단위의 학습지도를 적절하게 제공하여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과 함께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신체 및 정서발달과 다양한 문화적 욕구 충족”이다. 이는 가정환경이 취약한 학생들에게 급식 및 의료 지원을 통해 건강한 신체 발달을 도모하고 문화 활동 및 체험의 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특기를 신장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정서ㆍ행동 발달상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ㆍ심성 계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정신 건강을 증진하고 안정적인 정서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문화복지 수준 제고를 위한 가정-학교-지역사회 차원의 지원망 구축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이다. 이를 통한 최상위 비전은 지역교육공동체 구현을 통한 취약계층의 삶의 질 제고”이다.3) 이를 위한 추진전략 중 두 가지 핵심사항이 사업의 단계적 추진과 함께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육공동체 구축에 있다. 프로그램적 추진의 성과는 반드시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다만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육공동체 구축”이라는 핵심 전략에 대한 부분은 회의적이다. 교육의 핵심 주체인 학교라는 울타리가 현실적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소통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사회와 지역사회는 철저히 나뉘어 있다. 근래 학교의 강당을 개방하는 등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지역사회와 소통의 조짐이 미미하게 보이나 현재 교육복지사업에서 추진하는 내용이 이정도의 수준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4)

   사회구조적으로 학교라는 울타리5)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울타리를 없애거나 넘어서라는 요구가 또 하나의 정책이다. 하지만 학교체계에서 교육복지사업을 통해 울타리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자칫 학교 밖 활동을 꺼리는 교장을 만나게 될라치면 지역연계보다는 내부 프로그램에 매몰되고 말 것이다.

   학교의 입시 중심의 환경 및 교장, 교감 등 결정권자의 생각 등이 많은 것을 결정하나 그렇다고 해서 전혀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산 반송동의 “희망의 사다리 운동”과 같은 사례가 존재한다. 교육복지공동체 형성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에 대해 담당 프로젝트 조정자(PC)와 소통하며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지점이 있다. 본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의 교육공동체 추진 전략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공동체”이다. 그렇다면 학교의 주체가 주도가 되어 민의 다양한 전문 단체·기관과의 연계작업 뿐만 아니라 지역시민들과의 지속적 소통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의 반송동 희망의 사다리 운동의 사례를 살펴보면 담당 실무자(PC)의 무지막지한(?) 노력을 통해 민의 힘이 추동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매개체로 형식적 절차를 통해 학교와 교육청을 주체로 만들어 체계를 구축한 사례이다.



3. 울타리를 넘어서려는 움직임


   부산 반송동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몇 가지 네트워크 해법6)은 다음과 같다.


  가. 지역 자생적 교육복지공동체의 필요성 대두


    2005년 4월 교육기관과 지역사회기관과의 교육복지 네트워크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교육복지사업 이전까지 교육기관은 지역사회와 매우 소극적이고 한정된 접촉만이 있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지역사회에 고립된 섬과 같았다. 교육복지사업 이후에는 지역사회와 훨씬 많은 접촉과 협력적 연계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이러한 연계활동도 공식화되거나 서로에 대한 공고한 신뢰감 위에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교육복지사업이 지원되는 동안 추진해야할 몇 가지 단위사업을 위해 일시적 연계활동을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지역사회 교육공동체 구현으로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지원된 교육복지사업이 2년 넘게 진행되고도 취약계층의 소외아동을 위한 연계체계가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것은 정책의 실패로 까지 인식될 수 있는 큰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지역교육청은 지역사회 교육복지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2006년 7월까지 지역사회 20여개 교육·복지·시민·종교 단체의 젊은 실무자들과 함께 6회에 걸친 모임을 가졌다. 그 결과 지역사회 빈곤아동 문제7)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 빈곤아동의 총체적 삶의 질 개선을 위하여, 지역 교육·복지·시민단체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합의는 그동안 말로만 그치고 실현되지 않았던 교육공동체, 복지공동체를 반송동이라는 좋은 땅에 실현시키자는 것이었다.


  나. 희망의 교육복지공동체 출범


  교육복지 네트워크 안정화에 대한 지역사회 실무자들의 동참으로 힘을 얻은 해운대교육청에서는 프로젝트조정자(P.C)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 실무자들을 모아 교육복지공동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지역사회를 설득해갈 제안서를 작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모임은 실무자들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노력으로 퇴근시간을 잊은 채 진행되었다. 어떤 날은 밤 12시가 넘도록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사업의 큰 틀은 정부차원의 희망투자전략과 그동안 사업 추진경험이 있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사업, 국내외의 아동복지 사업8)을 벤치마킹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사업들이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어서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에 그대로 접목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해운대교육청은 우선, 지역사회 내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복지 과제를 정확히 찾아내어 가능한 많은 사람과 기관들이 자신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추진방향을 정했다. 한 동안 지역사회기관 실무자들과 함께 깊은 고민에 들어갔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추진 목적과 슬로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슬로건은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밥 굶어 건강을 잃지 않게’, ‘치료받지 못해 아파하지 않게’, ‘사랑받지 못해 외로워하지 않게’, ‘공부하지 못해 꿈을 포기하지 않게’, 출발선 평등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자! 이다.


  그 후로도 계속된 고민과 노력 끝에 2005년 7월에는 반송동만의 교육복지공동체 추진방법을 담은 제안서 초안을 완성했다. 반송지역 교육복지공동체의 이름은 “희망의 사다리 운동”9)이라 명명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안서를 가지고 관련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설명하였다. ‘반송 사람들’이라는 마을신문을 통해서도 이 운동을 설명하고, 지역주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호소의 내용은 지역사회 교육기관과 복지기관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 아동과 그 가정을 찾아 그들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 노력을 하겠으니, 지역사회의 기업, 병원, 종교기관, 주민 등 여러 구성원들께서도 ‘적극 동참해주십시오’ 라는 것이었다.



4. 울타리를 넘어서기 위해서


   부산 반송동의 희망의 사다리 운동에서 보여 지듯이 실제적 수평적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반송동 주민들의 소외의식과 특징적 에너지에 교복투 사업을 동기부여 했고 지역 민간단체·기관의 실제 사업 담당실무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연계체계 구축이 이 사업의 성공요인으로 보인다. 지역의 특징이 매우 잘 녹아있으며 그것을 담당 실무자가 최대한 추동한 결과라고 보인다. 지역에서 현재 교복투 사업 연계 체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 조직을 추진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울타리를 넘어서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도력 함양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프로그램 진행도 네트워킹도 그 모든 일들의 주체는 담당 지도력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복지사업을 혼자서 묵묵히 해나가며 이 글을 읽고 강의를 듣는 사람은 실무자이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사명을 가지고 리더로서의 역할이 없다면 매우 어려운 과업임에 분명하다. 상근직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며 어찌 보면 사회에서 말하는 비정규 계약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자괴감에 빠져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다면 어떠한 역할도 가능하지 않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생각을 다른 가치를 가지고 본다면 최고의 리더 자리에도 오를 수도 있다. 나의 지위가 교장이나 교감, 교사가 아니다.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지위에서 역할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교복투 사업의 목적이기도 한 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복지공동체 형성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지도력이 될 수 있다. 그 안에서 책임과 권한은 동등하게 가져갈 수 있다. 부모의 가난 때문에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억눌려 있는 아이들의 마지막 대변자라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 학교의 변화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주체적 지도자이다. 이와 함께 자신이 함께 하는 아이들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그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믿음을 갖지 않는다면 이 사업을 통한 지역 교육복지 공동체 형성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교육복지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추동을 교육복지 사업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실무자가 행해야 한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잊지 말자. 더군다나 학교와 지역의 다양한 사회기관·단체 연계의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지 않는가! 그 방향성의 위치에 따른 책임과 권리는 지역사회공동체에서 자신이 행하는 만큼 매우 커질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너무나 미천한 보잘 것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둘째, 지역사회의 수평적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관, 아동·청소년기관 단체, 시설 등의 관련 실무자와의 끈끈한 신뢰관계를 쌓지 못하면 매우 형식적 네트워크 관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실무자간의 지속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아동·청소년관련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현재 지역사회에는 사회복지협의회,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주민생활지원협의체, 청소년단체협의회, 지역아동센터협의회, 청소년수련시설협의회, 시민단체 연대회의 등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학교에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연계하지 않으면 안 될 전문 기관 단체가 많다. 어차피 교육복지공동체 형성에 목적이 있기에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관의 연계 관계를 갖지 않고 오로지 학교만을 중심으로 다른 기관의 연계를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지역의 사례 중 한 가지를 설명하면 사회복지협의회의 청소년분과의 지속적 활동을 통해 현재 군산시 위기 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제적인 사례해결을 위한 준비과정에 있다. 협의회 청소년분과에는 교복투 사업 담당자뿐만 아니라 청소년단체, 시설, 종합사회복지관, 상담센터 등 다양한 기관의 실무자들이 매달 모여 자신이 주요하게 하는 사업에 대한 공유와 연대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달 한두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 짧은 시간의 소통관계 하나가 지역사회의 다양한 역할을 행하고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자신의 성향이나 본질적 목적에 가장 합당하게 연계할 수 있는 연계체계에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교육복지사업의 내용도 함께 추동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넷째, 일단 기본적인 연대 체계가 구축되면 명확한 목적이 필요하다. 독특한 지역적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성격에 맞는 구체적인 목적을 설정하여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교육복지공동체의 구체적인 목적은 연계해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의 끊임없는 수평적 소통을 통하고 지역사회 시민들의 참여가 반드시 요구되어야 한다. 특히 관련 청소년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정보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홍보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비밀을 많이 공유한다. 관계가 소원한 사이일수록 상대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단순한 원리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많은 이들과 지속적 관계와 정보를 끊임없이 나누어야 한다. 이는 가까운 사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전화, 문자, 지역 신문, 이메일, (짧지만 굵은) 회의, 소식지 등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서 본질적 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공유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여섯째, 지속적 활동을 위해서는 지역인사의 구조적 역할 및 성과에 대한 공정한 배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장(감), 시장, 구청장 등의 핵심 인사와 함께 지역유지지도력을 발굴하고 교육복지공동체의 목적을 설명하여 지속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한 역할이 실질적으로 만들어지게 된다면 유지지도력은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소중한 일들을 찾아 내세우게 되고 그 일에 대한 임파워먼트가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실무자는 그러한 다양한 힘을 빌려 연계하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을 통한 성과배분을 잘못하면 실무 일을 추진하는 실무자와 핵심적 역할을 한 하나의 기관에게만 모두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유지지도력에 대한 배려 차원의 문제도 발생하고 다른 연계 기관의 지원체계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교복투 사업 담당자의 역할은 하나의 학교만을 중심으로 성과를 가져가려 하지 말고 지역사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지지도력과 연계되어진 다양한 기관의 성과 분배가 적절해야 한다.


   일곱 번째, 청소년들이 시민권적 주체로서의 역할이 가능해야 한다.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가장 소홀히 하는 부분이다.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보호적 관점이 지배적이다 보니 오히려 청소년들의 권리를 빼앗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은 시민이다. 보호권이 강한 복지권과 자유권 즉 시민권이 공존하는 세대이다. 아동복지법상 18세 미만이 아동이며 청소년기본법 상 9세부터 24세가 청소년이라고 규정짓는다. 어디까지나 법적 나이이며 일반적으로 아동을 규정지을 때 10대 초반까지를 이야기 하며 10대 초중반부터 10대 후반까지를 청소년 시기로 일반화 한다. 따라서 10대라는 명칭은 아동과는 대별되는 뜻으로 이해된다. 청소년기에 성인으로서 가져야할 시민권적 자율권보다는 아동기 때의 보호를 중심으로 한 복지권이 계속해서 강화된다면 이는 청소년인권을 침해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청소년을 바라봄에 있어 보호권과 시민권에 대해 함께 고민하여 대안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학생이라는 신분과 함께 가정에서는 아들과 딸로서 단체에서는 회원으로서의 역할이 분명이 존재한다.10) 이와 함께 주체성도 매우 강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무조건적 보호적 복지권만을 외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따라서 청소년들을 주체적으로 지원하며 아동권적 보호만을 위해 규제하기 보다는 시민권적 권리를 긍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핵심적 사항은 이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청소년들 입장에서 청소년지원네트워크의 고민은 거의 없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다고 여기는 측면도 있으며 이러한 조직체계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 어차피 성인들의 의식 수준에서 전달하는 사회 정책적 체계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다. 그렇더라도 청소년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체적 대상인 청소년을 제외 한 채 일방적인 성인들만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국가청소년정책적의 주요한 부분이 청소년들의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는 대상에서 주체로의 기본적 전환에 대한 발상이며 매우 중요한 시각이다. 관련 아동·청소년지원 네트워크에도 지원을 받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모니터와 함께 그들로부터의 다양한 제언을 들을 수 있는 체계적인 조직적이고 주체적 구조가 필요하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지원 네트워크의 틀도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11)




5. 넘어야 하는 내 안의 울타리


   지역에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이 선정된 지 2년여가 되어 간다. 모 중등학교의 담당 실무자와 가까워 졌다. 담당 실무자분이 많은 경험과 활동이 있어서 열심히 했으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도 연계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교장이 은퇴하고 새로운 교장이 임용되었다. 일순간 많은 역할들이 달라짐을 알게 되었다. 담당 실무자가 말은 하지 않지만 지역사회 연계에 대한 부분을 매우 어려워한다. 학교 내에서의 프로그램적 지원은 가능하나 학교안의 사례가 지역사회와 연계되어지는 것은 어려워하는 모습이다. 사업의 본질적 목적조차 알지 못하는 이가 최고 상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일을 찾으려고 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그 안에서 아이들 바라보며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 안타까움만 커진다. 현실이다. 가야할 목적과 방향이 설정되어 있으나 그것을 지지해야할 대상들이 힘겹게 한다면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이다. 그래도 가야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본래의 목적이 우리와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민간 기관에서 학교에 개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입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교육복지 사업 담당자(프로젝트 조정자,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과의 소통은 너무나 쉽다. 추구하는 목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사문제가 개입할 여지도 없으며 상관에게 눈치 봐야할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안의 행정체계가 외부기관과의 실제적 연계를 힘겹게는 할 수 있으나 그 이유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또한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만들고 연대하고 조직하고 움직였으나 기대효과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더라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주관의 양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더 많이 수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바닥에는, 주관은 궁벽하고 객관은 평정한 것이며, 주관은 객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객관은 주관을 기초로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각자가 저마다의 삶의 터전에 깊숙이 발목 박고 서서 그 ‘곳’에 고유한 주관을 더욱 강화해가는 노력이야말로 객관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곳’이, 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전체와 튼튼히 연대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12)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다. 연대의 틀은 이처럼 주관이 객관화되는 현상일수 있다. 사회적 환경에서 청소년지원을 들이대기보다는 모든 것이 경제 논리에 매몰되어 있는 이때에 내가 움직인다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둘, 셋이 같은 목적으로 움직인다 해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주관의 한명 한명이 모두 움직일 때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가능해 진다. 그렇다 해도 지역이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와 운동(Movement)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미 변해 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에서 우리 청소년들과 나 자신을 진실로 위하는 시각으로 변해져 있다.

   그래서 이 운동은 소중하고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일 수 있다.


   세상이 변하지 않았는가?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미 변해 있다.

   나는 더 크게 변해있다.

   청소년복지지원, 보호, 육성, 인권이든 그 어떤 주제를 통하여 참여하든지 세상은 변해 간다.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함께 참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너무나 가치 있지 않은가!

   

   삶의 소중한 가치를 생명의 그 모습 그대로의 성장에 두고 지원하는 역할을 함께 나누는 조직이 연대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13) 그 연대의 한가운데 주체적 입장으로 내가 서 있다는 것만큼 소중한 일도 드물 것이다. 바로 그 자리에 함께 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울타리를 넘어 가져야 할 가장 기초적 가치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육공동체가 가능할까(정건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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