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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우리사회 교육의 이중성

by 달그락달그락 2007. 12. 13.
 

우리사회 교육의 이중성



정건희 관장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전라북도의회가 순창 옥천 인재숙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미료안건으로 처리했다. 전라북도교육청이 기숙형 학원의 운영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이번 도의회 회기에 제출한 “전라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진통 끝에 미료 안건으로 처리했다. 이와 더불어 전북지역 16개 청소년기관·단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반대 했었던 “학원교습 시간 연장에 관한 사항”도 함께 미료안건이 되었다. 미료안건 처리란 당회 회기 내에는 이 사안을 거론하지 않지만 안건 자체는 살아 있으며 다음 회기로 논의를 넘기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기숙학원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결정사항을 도의회에서 내어 놓은 논리는 간단했다. 상위법에 대한 해석이 명확하지 않기에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위법이 결정되더라도 이러한 불법을 넘나드는 여러 일들을 지속해서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농촌지역이나 중소도시의 인구유출 및 경제침체의 다양한 문제점 중 교육문제가 크게 대두된 것은 오래전이다. 교육계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던 터에 정치적 이유이건 시민들의 욕구건 간에 지자체가 나서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시민들의 호응도 얻고 있다. 사교육을 공적 자원을 통하여 지원하는 양상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군산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전국의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거나 추진하는 정책이 되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지역구의 시민들이 자녀들을 일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돈 들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지원한다고 하니 누구든 좋아하지 않으랴. 다만 정치적 목적의 홍보성 등 여러 이유로 대다수의 모든 이들에게 지원될 수 없다는 데에 한계가 있을 뿐이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교육이 언제부터인가 지역 발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자체장의 정치적 논리가 가미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교육의 주체라고 이야기는 교육당사자들이 정확한 자기 비전과 지역사회 교육의 개선책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지역 민간전문기관과 지자체 등과 주도적으로 연계하여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항이 거꾸로 간다. 민간 교육전문단체나 지자체에서 정책과 재원을 만들면 따라오며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이 언제까지 교육 주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할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안은 도교육청의 이중적인 모습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공교육 파괴 운운하며 순창의 인재숙은 그렇게 반대하면서 역으로 학원교습시간 연장은 도교육청이 제안한 사항이다. 그것도 각개의 의사수렴을 했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학원시간은 연장해 주어야 한다고 교육위원회 통과시키고 도의회까지 올라간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도교육청이 원하는 것은 학교 이외의 공적 지원을 통한 무료교육은 허락할 수 없지만 사교육비를 가정에서 지출하며 공교육을 황폐화 시키는 것은 허락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에도 입시학원의 밤10시까지로 제한되어 있는 교습시간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전국 고교생 2,838명 대상으로 지난 11월1일 한국 사회조사 연구소에서 발표한 청소년심야학습 에 관한 인식 및 실태조사 분석 중 ‘평일에 학원에서 끝나는 시간’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학원에 다닌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73.1%(일반고 77.8%)가 밤 10시 넘어 끝나는 학원에 다니고, 12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한 사람도 44.1%(일반고 47.8%)나 되었다. 심지어 밤 1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답한 사람도 6.3%(일반고 6.9%)나 되어 학원의 심야교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한밤중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지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 교육당국이 현재 불법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학원교습시간을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공고히 지원 하지는 못할지라도 시간을 늘려 학원의 편의만을 봐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정당마다 교육정책을 쏟아 낸다. 개인적으로  교육비를 몇 십억을 지원하건 특수목적고 몇 백 개를 짓건 평준화를 해제하건 비평준화를 밀고가건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와 개인적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에 있다. 엄밀히 말하면 평준화도 문제가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그 이상 최선의 정책이 있는가에 접근하면 평준화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인하여 민주사회에서 가장 평등하게 지원되어야 할 교육이 가장 불평등한 기회가 되고 말았다. 오직하면 일류대에 입학할 때 부모님 재산을 공개하고 점수를 매겨 합격시키자는 이야기까지 나올까 마는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이 일류대 입학률과 비례한다니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겠다.

  

   차라리 학교가 입시교육이나마 학원보다 낫게 했으면 좋겠다. 사교육비라도 덜 들지 않겠는가! 지역의 지자체 예산이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예산을 쏟아 붓지 않더라도 우리 교육의 근본 목적(人間愛)이 아닌 최소한 입시교육의 목적이 공교육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학원보다는 나아야지 않겠는가. 공교육 파괴 운운하며 학원시간 연장하고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사설학원을 문제시 하는 이중적인 잣대 모두를 억누를 수 있는 길은 단순하다.

  학교가 학원보다 입시교육을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런데 이것이 정답일까?

  가슴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