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학생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지역시민사회의 역할

11월 23일 오후 6시에 KBS군산방송국 공개홀에서 YMCA, 군산청소년문화의집, 전교조가 연계하여

진행하는 "학생 청소년의 건강한 행복추구권 실현"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표할 토론글입니다.

근래 진행되어지는 학원교습시간 연장 조례(안)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시민사회에서

함께 진행해야 할 내용을 개인적 견지에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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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학생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지역시민사회의 역할

- 학원교습시간 연장 조례(안)를 중심으로 -

정건희 관장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Ⅰ. 청소년 입시 환경의 이유

   우리사회의 청소년기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가오는 어떤 미래부터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한다. 알지 못하는 그 어떤 미래를 위해서 지금 현 순간은 모든 것을 저당 잡힌 채 입시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당위성이 발생된다. 그래서 청소년기를 지불유예기라는 말을 공공연히 지어 가며 당연시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행복론에 입각하면 현재의 삶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현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부분 대학 입학이다. 미래의 알지 못하는 그 어느 순간부터의 행복을 위한 과정에 불과할 뿐이다. 사회적 병폐라고 이야기하는 하지만 자기 자신들도 또 하나의 높은 신분을 쟁취하기 위해서 좋은 대학 간판을 걸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일 뿐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대학 이후의 자기 삶이 존재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모순이 발생한다. 소위 일류대학을 입학하고자 마음먹어도 그들이 놓여 있는 부족한 환경 때문에 도저히 넘볼 수 없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그러한 환경이 갖추어진 청소년들도 모두가 일류대에 합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위 우리 지역을 예로 들면 상위 3% 이내에 들어야 서울 일류 대학에 입학 원서 내볼 수 있는 실력이 만들어 진다. 그러한 과정가운데 97% 대다수 학생들은 그러한 입시환경에 갇힌 채 끌려가는 형국이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자신의 진로를 위한 인생의 자기성찰은 뒤로 밀려 있다. 이와 함께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에 쌓여 자살 충동과 학교중도탈락자, 잠재적 탈락자 등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습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하다보면 현재의 교육환경은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잘살기’ 위해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잘 먹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 공부한다고 한다. 공부도 구체적인 표현을 하면 대학입시를 위한 반복학습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환경에서 보이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유독 우리사회의 교육환경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상황의 경쟁적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행한 교육환경에서 최고의 피해자는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기의 우리 아이들이다. 근래 김포외고의 입시 부정 문제가 수사선상에 오르며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학교 교사와 학원 간의 거래가 있었다. 시험문제 유출을 통해 교사와 학원관계자는 돈을 챙긴다. 그에 대한 대가를 또 다른 학부모가 치른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시작부터 불법이며 반칙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가를 교사와 학원 관계자는 치러야만 한다. 하지만 전혀 불법과는 전혀 관계없는 그 학교와 관계된 중학교 3학년의 우리 청소년들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만다. 항상 청소년들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성인들이 만들어 놓고 그에 피해는 학생이라는 신분권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모두 전해 받는다.

   근래에는 학원시간까지 연장하려 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16개시·도에서 청소년의 학원교습 시간제한을 현행 밤 10시 까지에서 밤 11시까지(또는 무제한)로 연장하는 내용의 “학원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개정안‘이 각 광역시·도별로 상정되었다. 서울시나 부산 등은 부결되었지만 타 시도에서는 지속적으로 학원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려가려 한다. 학원시간이 늦은 밤에 연장이 되면 환경적으로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학원을 업으로 하시는 분과 그 주변에 관계한 분들의 수입은 늘어날 것 같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대상은 청소년기의 학생들이다. 현재에도 입시학원의 교습시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 고교생 2,838명 대상으로 지난 11월1일 한국 사회조사 연구소에서 발표한 청소년심야학습 에 관한 인식 및 실태조사 분석 중 ‘평일에 학원에서 끝나는 시간’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학원에 다닌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73.1%(일반고 77.8%)가 밤 10시 넘어 끝나는 학원에 다니고, 12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한 사람도 44.1%(일반고 47.8%)나 되었다. 심지어 밤 1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답한 사람도 6.3%(일반고 6.9%)나 되어 학원의 심야교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한밤중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지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¹⁾ 교육당국이 현재 불법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학원교습시간을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공고히 지원 하지는 못할지라도 시간을 늘려 학원의 편의만을 봐 준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들의 최소한의 건강마저도 무너트릴 심산이 아니라면 이번 조례는 반드시 폐기되어야만 한다. 특히 전라북도 또한 11시가 원칙이고 한 시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례가 교육위원회를 통과하고 도의회에 상정이 되었다. 이 조례가 폐기되어야만 하는 당위성은 다음과 같다.

Ⅱ. 새벽 등교, 달밤 학원, 새벽 귀가

  1. 법대로만 하자

  

     현행 진행하고 있는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과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지도 모르는 학원교습시간 연장은 학생의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한다. 건강권은 헌법 제36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다고 명시되어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34조 제4항에서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또한 청소년기본법 제5조제2항에서도 청소년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다. 청소년기본법 제5조 청소년의 권리와 책임에서 “청소년의 기본적 인권은 청소년활동․청소년복지․청소년보호 등 청소년육성의 모든 영역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자기발전을 추구하고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모든 형태의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다고 되어 있다.

   이와 함께 교육기본법 제12조의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내용은 본래 학원법의 취지와도 맞다. 근로기준법 제70조 2항에서 ‘18세 미만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6시’근로 제한하고 PC방 노래방 출입제한 등 청소년 관련 법규에서 모두 밤 10시를 제한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학교와 사회는 이와 달리 법적 가치조차도 무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새벽에 등교하고 이제 달밤에 학원가서 새벽에 귀교하고 또 새벽에 등교하라며 강요하는 형국이다. 학원법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진행하는 조례에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학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에서 규정하고 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은 “학원의 교습시간에 대하여 교육감이 학교의 수업과 학생의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학부모 및 관련단체의 의견을 들어 시․도의 조례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교육감은 학부모 및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신설 2006.9.22>”고 명시했다.

   즉, 현재 진행하는 학원교습시간 연장을 위한 조례가 법적 구속력과 효력을 거두기 위해서는 헌법과 함께 청소년기본법,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 들을 받아들여 진행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그러한 과정이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교육위원회에 통과하여 현재 도의회에 있는 조례에 교육감이 학부모 및 관련 단체의 의견을 어떻게 물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나 정보가 미흡하다.

   과연 12시까지 학원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학교의 수업과 학생의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2. 학원교습 시간 연장으로 인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문제

    

   먼저 청소년들의 건강을 더욱 해치게 된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현재 법적으로 불법임에도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10시 이후에 학원에서 교습을 받고 있다. 학원교습시간을 연장하게 되면 여기에 날개를 달아 주는 모습이다. 현재 10시까지의 규제 속에서도 불법적으로 학원 수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당연히 잠잘 시간이 부족하고 식사시간 또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집에 가는 시간도 너무 늦어 불안하다고까지 하소연 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부족한 수면을 채우려 할 것이다. 학생들의 건강은 더욱 상할 수밖에 없다.

   둘째로 학교 공교육이 현재보다 더욱 황폐화 될 것은 자명하다.

   현재 10시까지 규제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학원에서 10시 이후까지 교습을 실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원에서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짧은 수면시간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졸음과 싸워야 하는 학생들이다. 공교육을 강화해야 할 교육 당국에서 학원시간 연장을 자연스럽게 상정한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현재 학원시간이 10시까지이므로 그 이후에 벌어지는 불법들을 더욱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고민하지는 못할지라도 학원 교습 시간을 연장해 공교육을 더욱 피폐화 시키려 하는지에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이다. 12시 넘어서 까지 학원에서 학습하고 귀가해 취침하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학교 수업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셋째 사교육비의 더 큰 증가를 불러올 것이다.

  현재 사교육비 시장의 엄청난 증가로 가뜩이나 가계의 부담이 큰 현실에서 야간자율학습 이후의 사교육을 더욱 강화해 가정의 힘겨움을 더욱 크게 하려는 조치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경제적으로 하위 계층의 청소년들은 더욱 더 학습에 의욕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현재 상위 20%와 하위 20%의 사교육비 차이가 최소 10배 이상이다. 이러한 통계를 차지하고라도 현행 학교교육과정에서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청소년기에는 입시공부 이외에도 최소한의 균형 잡힌 식생활이 필요한 때이다. 사회성, 민주성 등 수많은 내용이 접목되어 교육받고 성장해야할 시기이기는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다. 청소년기 건강이 평생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과도한 입시위주의 병폐를 더욱 극대화 시키고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학원시간을 연장하는 조례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3.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건강한 변화를 위하여

   먼저 우리나라 헌법과 함께 각종 법에서 정한대로만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헌법, 청소년기본법, 교육법,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학원의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정당성이 부여될 수 없는 기준들이다. 최소한의 기본적 상식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이 조례는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학원심야 교습시간을 제한 할 경우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이 존재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학원업을 하시는 분들과 아이들을 학원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이다. 헌법31조에 교육받을 권리와 이로부터 도출되는 부모의 자녀교육권과 학원사업자의 영업의 자유인데 이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 될 수 있을 것이다.「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제16조는 학원의 교습시간을 정하는 기준으로 ‘학교의 수업과 학생의 건강’을 명시하고 있다. 건강권은 헌법 제36조제3항에 의해 보장되고, 헌법 제34조제4항은 국가에 대하여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학원심야교습제한은 청소년의 건강권과 복지향상이라는 기본권 및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부모의 자녀교육권, 학원의 영업의 자유가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헌법적으로 허용될 것이다. 다만, 성인이나 야간에 공부할 수밖에 없는 일하는 청소년을 위한 기회는 열어놓을 수 있는 조치는 필요하다. ²⁾

   이와 함께 지역에서 학생 인권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들과 관련학계가 연계에 했으면 한다. 최소한 지역적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진 실제적인 내용을 법적 구속력에 의해 지역 조례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상징적이며 실제적 반영의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다. 또한 청소년·교육·시민운동 단체가 연대해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인권의식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지원이 요청된다. 교육의 삼주체를 학교, 학생, 학부모라 공공연히 칭한다. 교육과 관련한 정책과 의견을 구할 때 학교와 학부모는 보이나 학생들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들의 정책과 의견을 만들어 갈 때에 언제나 소외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시민사회에서 진행해야할 핵심과제의 가장 큰 부분은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문제를 그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주도적 참여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Ⅲ. 주체의 인식으로부터 오는 변화를 꿈꾸며

   일요일 오후다. 청소년문화의집에 찾아오는 아이들이 꽤 된다. 평균 주말 200~300여명이 지속적으로 찾아온다. 시설이 그리 크지 않아 복잡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고 이야기 한다는데 작은 흥분을 가지고 출근하는 날이기도 하다.

   청소년밴드 동아리의 모회원인 아이가 데스크에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에 앉았다. 보자마자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장난 비슷하게 쏘아 보며 지나친다.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몇 달 전에는 학교급식 영수증을 컴퓨터로 조작하는 것을 못하게 했더니 화를 내며 나간 기억이 있는 아이였다. 매번 작은 실수들을 끊임없이 지적해도 잘 듣지 않고 장난으로 넘기던 아이었기에 더 화가 낳는지도 모르겠다. 앉아 있는 피시에 가서 뒤통수를 툭 건드렸다. 나는 장난으로 건드린 거였는데 이 아이는 내가 쳤다며 얼굴을 붉혔다. 뒤통수를 툭 건드렸는데 아이는 때렸다고 반항하며 “이 씨” 하며 고개를 돌리고는 일어나 나가 버리려 했다. 수십 번은 이야기 했었는데 지키지 않았던 여러 일들이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편하게 이야기 하려 했는데 이 아이가 자신이 나에게 취한 행동은 생각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니 갑자기 나또한 흥분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안에 대해서 여러 번 지적하고 실수를 전달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머리를 건드린 것을 다른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본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이 아이가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반 강제적으로 사무실에 데려다 앉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듣지 않고 나가 버렸다. 다신 오지 않는다고 했다. 갑자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김혜자 씨의 글이 생각 났다. 동아리방에 자신의 물품을 챙기러 가는 아이들 쫓아가서 다른 아이들을 내 보낸 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머리를 건드린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인정하나 내가 머리를 친 것은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더 이상 밴드 활동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자기도 나오기 싫었지만 친구들 때문에 나오게 되었노라 며 이야기 하고 가방을 들고 휑하니 나가 버렸다.

   결국 내 잘못이었다. 어떤 아이는 장난삼아 몸싸움 하다가 심해져 심하게 몸에 멍이 들어도 웃으며 넘기는 아이들이 많다. 인간 관계론이나 의사소통론에서 스킨쉽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이들과 대화 할 때 동성인 경우 자주 어깨도 툭툭 건드리고 처음 볼 때 인사로 머리나 어깨 배를 손으로 장난스레 데기도 한다. 사람들은 상대적이다. 전에 다른 아이 같았으면 머리 한 대 툭 건드린 건 지나가는 장난으로 여기기고 하겠지만 이 아이는 절대로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 행위는 이 아이에게는 폭력인 셈이다. 방법이나 내용이야 어찌 됐건 이아이가 분내고 화를 내는 행위자체는 인정을 해야 했다. 내가 머리를 툭 쳤기 때문에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건 나의 잘못이다.

   절대적으로 상대방인 인식하는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 나 또한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어른이라는 생각을 근래에 가끔 하게 된다. 아이들 수준에서 막 대하는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도 예전과 달리 저 아이가 왜 그럴까 하는 생각에 가슴에서 ‘욱’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

   조금은 엉뚱한 연계고리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이 이 아이처럼 자신이 갇혀 있는 힘겨운 환경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분간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폭력도 그렇고 그들이 가장 힘겨워 하는 입시환경도 그렇다. 그 어려움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렇게 또 하나의 잘 못된 시각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만 하려는 목적이 추동되어진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다. 지속해서 문제투성이의 교육적 패러다임은 순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학교안의 청소년들과 학교 밖의 청소년들이 현재와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들이 현재의 모순 덩어리인 이 입시지옥과도 같은 환경의 잘 못을 인지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성인들이 바꾸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자기들만의 고정관념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에 어려움은 몇 배가 된다. 청소년들에게 우리사회 환경의 부조리한 면들을 보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잘 못된 것은 ‘잘 못되었노라’고 잘 된 것은 ‘잘 되었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자기 주체성이 존재하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