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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학교폭력을 학교가 모른다

by 달그락달그락 2007. 11. 9.
 

원문: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17

     (뉴스앤죠이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을 참고하세요.)


학교폭력을 학교가 모른다


월요일이다. 군산YMCA청소년문화의집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고 월요일은 휴무다. 그래도 가끔씩 출근은 한다. 오늘이 바로 그 가끔의 하루다. 11시에 약속이 있다. 학교에서 폭력에 노출된 아이를 성인(대학생) 멘토와 연계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딱히 장소를 잡을 데가 없어 우리 기관에서 하기로 했다.


2주 전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지방 방송은 가끔씩 청소년관련 일이나 행사 등에 따른 취재로 관련자들을 여러 번 만났지만 서울단위 중앙에서 연락이 온 것은 이래 적이었다. 모 학교에 폭력에 노출된 아이가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이들 일인데 돕겠다고 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전해 듣고 몇 명의 전문가와 동행하여 학교에 들어갔다. 첫날 방송국에서 영상을 촬영한다는 말에 교감 선생님의 거부로 회의는커녕 아이들 사례와 학교의 입장조차 듣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두 번째 방송국 PD가 학교를 설득하고 찾아가 겨우 학교 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에도 영상을 촬영한다는 이유로 상당한 실랑이가 있었으나 주변 전문가들의 설득과 기본목적을 설명한 후 신뢰관계가 회복되어 사례에 따른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정신지체3급인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렸는데 이에 대해 학교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화가 난 학부모가 방송국에 알리며 이 일이 시작되었다. 그 전에 폭력에 노출된 아이와 그 주변 정황을 들었지만 학교 측의 설명과 내용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런데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가면서 전혀 다른 양상의 모습이 나타났다. 정신지체인 학생도 카터 칼 등으로 가해를 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자신을 보호하고자 은연중에 나온 행위 같았다. 중학교 때에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의 보호본능 같은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학교 폭력은 끔찍했다.


학교폭력을 학교가 모르다니


이 학생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의 가해학생은 이미 자퇴했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한 청소년 중 자퇴한 아이들을 제외하고 아직도 학교에 10여 명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알아본 결과 현재 동영상의 피해학생이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문제는 학교 측이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반을 6개월 동안 담임했던 교사가 전근을 가고 9월부터 다른 학교에서 교사가 그 반을 담당해서 아직도 관련 학생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듯 했다.


학교 측과 방송국 담당자, 폭력 및 상담 전문가와 필자 등이 몇 시간여 피해학생 지원을 위한 논의를 했다. 학교 안의 폭력문제 때문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지역 전문기관과 연계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논의가 진행될수록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현재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을 계속하며 방어에 급급했고 방송국 측과 모 상담 기관에서는 잘못된 부분만을 취조하듯이 이야기가 전개됐다.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다른 부분은 일단 생각하지 말고 현재 피해를 당한 두 아이(정신지체인 아이와 동영상 안의 피해학생)만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자고 설득했다. 이후 학교 자체가 장애인, 비장애인 통합교육을 금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여러 미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시인했고 그 부족한 부분을 이번 기회를 통해 보완하기로 했다.


먼저 가정 안에 부모와의 관계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의 가정기관으로부터 부모 상담, 도상담 지원센터에서 프로그램과 상담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우리 기관의 전문성을 살려 일단 멘토링 사업을 연계하기로 했다. 기관의 멘토링 교육을 이수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족은 아니나 친형과 같은 역할과 학습지원을 최소한 4개월 이상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의 만남을 갖고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기관의 청소년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어 또래 친구들과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친구관계를 회복시키려 했다. 지역 기업과 연계해 가정형편이 어려워 여러 활동을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가해 학생들에게는 지역의 대학에서 심리치료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3년 전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경찰서와 여러 기관이 합심하여 가해 청소년들을 소탕(?)한 시기가 있었다. 경찰서 간에 경쟁이라도 한 듯이 이 지역에서 몇 건 저 지역에서 몇 건 하며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통계치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되며 가해 청소년들을 범죄인 취급하듯 다루어지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마음놓고학교가기추진위원회라는 경찰서 산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문제가 있어 보여 어떻게든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해보려고 자체 위원회를 꾸려 경찰서 안의 위원으로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형식적인 발족행사 이외에 그 어떤 내용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해도 마찬가지였다. 국가에서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학교에서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청소년들 간의 학교폭력 문제는 가해자건 피해자건 거시적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모두가 피해자다. 피해자는 우선순위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임에 분명하다. 이와 함께 가해청소년 또한 거시적 측면의 사회 환경 측면에서 피해자다. 가해 청소년의 가정환경을 보게 되면 매우 힘겨운 상황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가해 청소년들 중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해왔거나 가정환경 자체가 좋지 못한 청소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폭력의 상당한 부분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서로 간 죄의식이 경감되어 더욱 흉포화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인문계학교나 특수목적고보다도 실업계학교에서 더 많은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소년들이 학교에 흥미가 없다. 시간을 내어 실업계 고등학교 수업장면을 한번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20~30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으나 반절은 고개를 숙이거나 아예 누워 잠을 자고 있고 몇몇은 휴대폰을 가지고 장난을 한다. 정작 수업을 집중해서 듣는 학생들은 몇몇 소수에 불과하다. 패배의식도 강하고 학교에서 흥미도 없으며 그들 수준으로 재미난 일들이 없다. 학교 공부를 통한 성취욕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고민 등은 찾아볼 수 없다.


가해자도 피해자다…교사와 학생 간 수평관계 필요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 폭력적 힘이라도 없다 보면 학교 생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이 있을 정도다. 인정받는 가장 단순한 아이들의 논리가 폭력인 샘이다. 그들 사이에서 통용되어지고 가해청소년들이 내보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러한 청소년들을 단순한 봉사활동이나 정학 등의 벌칙만을 반복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얼마만큼의 수치심과 힘겨움을 겪고 있으며 자살까지도 생각할 정도의 어려움에 쳐해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해를 입힌 청소년들은 어떤 법적 구속 안에서의 처벌 중심의 단편적 처방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해 한 청소년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현재 자신이 행한 폭력이 얼마나 상대에게 해를 입히는 것인지 알려 주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시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가장 중요한 건 현재 학교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상에 불과한 헛구호일 뿐이다. 실현가능한 부분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한 데로 현실적인 접근을 해보면 최소한 담임교사와 아이들 간의 수평적인 지속적 소통관계가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만 하고 있어도 상당히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이번 사례에서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례를 접하며 관련된 아이들을 만난 게 불과 2~3주 정도인 필자보다도 담당교사와 학생부장 등의 학교 관련자들이 가해·피해 학생들의 상황을 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 구조적으로 보면 학교만의 문제일 수 없다. 모든 사회구조가 자유 경쟁구조다. 사회적 양극화는 깊어지고 있으며 실제적인 정부지원의 공적 지원체계가 성장한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형식적인 단순한 땜질식 처방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실제적 지원이 절실한 때다.


정건희/ 군산YMCA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입력 : 2007년 11월 07일 (수) 10:39:09

최종편집 : 2007년 11월 08일 (목) 14:40:56



  필자는 군산YMCA청소년문화의집(http://www.ksyouth.net/) 관장으로, 지역 현장에서 청소년운동을 수년째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중심으로 문화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교회와 청소년들의 실제적인 연계고리를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