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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청소년문화의 이중적 활용

by 달그락달그락 2007. 10. 31.

원문: 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7993

 

 

[오늘과 내일]청소년문화의 이중적 활용

2007년 10월 31일 (수)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완연한 가을이다. 유행가 가사마냥 “잊혀진 계절”이 떠오르고 단풍을 보며 나름대로 우수에도 젖어본다. 그리고 지역은 축제 판이다. 학교 축제, 지역축제 등 예전에 비해 축제가 많기도 하다. 이런저런 다양한 축제에 빠지지 않고 들어 가 있는 게 청소년의 문화공연이다. 비보이(B-boy), 안무(댄스), 그룹사운드, 노래 등은 거의 필수 코스처럼 지역축제에 들어가 있다. 학교 축제도 마찬가지다. 시화전이나 다양한 그림 등을 전시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무대에서의 다양한 문화 활동이 주 내용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 중에 자발적 동아리활동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체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표출하는 주체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청소년 동아리활동이 참여의 자발성과 주체성에 있기에 학교에서 진행되는 C.A(Club Activity)와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동아리 활동 중 춤이나 밴드 동아리 활동은 예전에 비해 청소년들이 많이 행한다. 학교나 지역축제 등 행사장마다 섭외해 많은 인기도 누린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학교나 지역사회 어디에서도 꾸준히 이러한 문화 동아리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은 매우 드물다. 단지 학교의 축제 시기나 지역의 기관 단체들의 다양한 행사 시기가 되어 한두 번 사용될 뿐이다.

중·고교에서 논술동아리나 독서 동아리 등은 부모들이 권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밴드나 댄스 동아리를 자녀들이 행한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적극 찬성한 부모들은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없다. 초기 극단적 마찰을 겪고 홍역 아닌 홍역을 몇 차례 치룬 이후에야 마지못해 시간을 두고 행하게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동아리활동을 자치적이고 자발적으로 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 되니 선후배의 사소한 관계로 그나마 자발적으로 존재했던 동아리를 해체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러한 문화 활동 자체가 입시에 문제시된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학교 축제나 지역축제, 기관행사 등 다양한 공연들이 있을 시에 반드시 찾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청소년을 둘러싼 우리의 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자발적 동아리활동을 할 수 없는 구조이나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문화동아리활동을 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욕구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현재에도 활동하는 10년이 넘어가는 오래된 댄스동아리가 있다. 수년전에 모 업체가 개업을 한다며 오픈 행사 기념으로 이 동아리 리더에게 춤을 요청했던 모양이다. 아르바이트도 할 겸 응했다고 한다. 한겨울이었고 업체 앞에서 나레이터 모델마냥 근 7시간여 춤을 추었는데 아이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돌아간 금액은 고작 3만원 이었다. 8명이 한겨울에 움직인 대가치고는 너무나 부족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와 함께 하는 동아리 아이들의 섭외는 중간에서 협의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세워 여러 활동을 지속했다.

성인들의 청소년 문화를 이용하는 이중성이 너무 싫었다. 자신들의 자식은 절대적으로 이러한 밴드나 댄스 등의 문화동아리 활동을 하면 안 되는게 대다수 부모들의 심정이라고 한다. 학교나 지역사회 어디를 가더라도 문화 활동 공간이나 자치 활동할 수 있는 그들만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에서도 군산청소년문화의집을 제외하고 자발적이고 자치적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은 전무하다. 하지만 반면에 청소년관련 행사나 축제는 늘어만 간다. 그래서인지 본래 축제의 본질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축제이면 그 대상이 주체여야할진데 연예인이나 성인들 문화공연 만들어 놓고 객체로서 보는 정도로 행하는 공연도 청소년의 축제라고 이야기 한다.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목적성이 없이 그저 그 시간에 꿰어 맞추어진 시간을 진행할 뿐이다.

수년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음악활동 등 문화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며 소위 일류대라는 곳에 합격하는 아이들을 많이 봐왔다. 정체감 형성의 매우 중요한 시기에 무엇하나에 몰입하며 자신의 가치를 고민할 수 있을 때 청소년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어른(부모)들이여! 최소한 청소년들의 문화 활동을 이용하지는 말자.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 나름의 문화적 감수성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자.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정건희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10월(청소년문화의 이중적 이용-완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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