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지원과 인재를 키우는 차이
『공익과 사익의 차이』
정건희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내가 몸 담고 있는 작은 기관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오는 청소년들은 입구에서 실내화(슬리퍼)를 갈아 신는다. 신발장에 잘 정리하면 좋을 진데 들어오면서 한명이 신을 벗어 흩어 놓으면 1~20분이 안되어 입구는 벗어 놓은 신발과 슬리퍼로 난장판이 되고 만다. 이와 반대로 입장하는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신을 신발장에 잘 정리해 놓으면 계속해서 깔끔하게 놓여진다. 범죄 심리학 이론에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폐가에 유리가 한 장정도 금이 가 있거나 깨져 있으면 곧 모든 유리창이 깨진다는 논리다. 즉, 낙서,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곧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청소년운동을 수년간 해온 필자로서는 아이들의 세계에 상당히 여러 부분 적합한 이론이라는 생각이다.
근래 지역의 교육 지원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모 교원단체에서는 지자체의 교육지원 관련재단을 해산하라는 성명서까지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지역의 발전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제, 교육, 문화 등 핵심적인 쟁점 내용에 대한 여러 논란이 분분했다. 그 중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자체에서 재정을 충당하고 실제적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재육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발표한 내용을 검토해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존재한다. 지원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정책들이 소위 상위 1~3%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적순으로 상위 50등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고 각 학교별 20명 내외에게 토요일 또는 날을 잡아 국·영·수·논술 등의 전문 강사를 불러 교육을 시켜 준다는 등의 내용이 골자였다. 특수목적고에 급식비가 계속해서 무료로 지원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수억원의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교육문제를 진단하고 지원체계를 구축 한다는 데까지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동의하는 분위기다. 단, 그 집행에 있어서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집행의 주체인 지자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지원하는 대상이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에 정의되어 있다. 전제적, 독제적, 귀족적인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핵심적인 논리중 하나는 국가는 공공의 선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계층의 지원체계만을 구축하는게 아니다. 교육문제만을 놓고 자세히 살펴보자. 교육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우리 지역은 귀족적인인가? 민주적인가?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진다. IMF이후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한다고 하지만 결식아동과 청소년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근래 정부에서도 양극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예전에 비해 많이도 쏟아 부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는 공익,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가 부처마다 교육문제에 따른 사교육 조장에 대한 대안으로 방과 후 학습을 지원한다. 학교(교육부)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학교, 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방과후 아카데미 등이 그 골자다. 군산지역은 인구대비 타 지역에 비해 지역아동센터가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 지원의 내부 내용을 보면 매우 부실하다. 월 200여만의 지원금에 30여명의 아동들을 지원하며 사회복지사 등의 인건비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학교의 방과후 공부방은 학원 때문에 원래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는 분위기다. 매칭펀드로 지원체계를 갖고 있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방과후 아카데미는 아직까지도 지역에 한군대도 없는 실정이다. 방과후 아카데미는 국가에서의 예산은 있으나 도·시비에 대한 예산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실제 입시공부를 너무나 잘 하고 있으며 가정환경도 웬만큼 되는 청소년들에게 수억원씩의 또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인재육성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단, 인재를 지원하는 것과 그와 동등하게 ‘인재를 키우는 데’에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래 많은 이들이 ‘인재지원’하는 것과 ‘인재를 키우는 것’을 혼동하고 있는 듯 하다. 현재 지자체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은 이미 인재일 수 밖에 없다. 이 아이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는 건 당연하다. 단, 인재일 수 없는 환경을 가진 아이들에게도 인재가 될 수 있는 지원을 강구해 주어야 할 가장 주체적인 기관이 국가임을 명심하자. 우리 지역에서 아침에 신문돌리다가 지자체의 지원으로 대학에 진학했다는 미담 기사 하나정도는 들을 때도 된 것 같다. 현재 상위 몇%를 위해 수억원을 지원하는데 이 중 몇 백분의 일만 투자해도 인재가 아닌 그 아이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교육만큼은 계층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며 그 본래의 목적인 인간애(人間愛)가 살아있어야 하고 공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 밤 퇴근 무렵 실업계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있는데 두명이라도 일주일정도 상담과 프로그램을 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지역에서 일주일 정도라도 돌보아 주며 상담해 주고 지원해줄 기관과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자체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지원하겠다고 이메일을 드리고 귀가했다. 깨진 유리창은 한 두장일 때는 손쉽게 고칠 수 있으나 건물의 모든 유리창이 깨져버리고 흉가로 변해 버린 후 집을 리모델링 하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 하물며 청소년기 잠시 잠깐 공부에 소홀이 하거나 자신의 의지가 아닌 집안 환경으로 인하여 문제시 되는 아이들이 성장 후에 치러야할 비용은 유리창 몇장 수리하는 정도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근래 한두명이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우스꽝스러운 논리가 있다. 그럴수도 있겠다. 단지 수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한두명이 나오기 위해서는 수만명 중 한두명이 나올 수 있도록 그 수만명을 최대한 평등하게 최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새전북신문의 요청으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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