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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

by 달그락달그락 2007. 5. 6.

  어제 모단체의 어린이날 행사 참여하느라 준비하지 못한 이런저런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예배 마치고 식사 후 바로 귀가했습니다.

 

서재에 있는 노트북 켜고 습관처럼 인터넷에 들어갑니다.

아이들이 글 올린 게 있어 주섬주섬 읽다가 넘어 넘어(일명 파도타기) 가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의 미니홈피에서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축의금 만삼천원”이라는 이철환님의 짧은 글입니다.

 

눈물이 핑돕니다.
돈보다 귀한 것을 또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돈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게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그것을 발견해야 하는 제 자신이 초라해 질 때가 있습니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이 말 한마디가 가슴을 떨리게 합니다.

개 밥그릇처럼 외적인 모습은 별볼일 없을지 모르나 그 안에 떠 있는 별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크고 아름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절대명제인데 그 명제를 찾기 위해 참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세상에 여러 일들에 부딪혀가며 고민하며 기도해 보지만 가끔씩 저도 알지 못한 채 내 몰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 안에서 자위하며 다시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선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합리화 시키고 맙니다.

밥그릇의 크기와 외적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발생하고 맙니다.

다시금 다잡아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밥그릇의 크기와 외적인 치장이 아닌 그 그릇에 담긴 소중한 우리의 별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더 큰 기도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from.네모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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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의금 만 삼천원"

 

                                                                                                    - 작가 이철환 -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친구가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