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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뭐가 문제냐?

by 달그락달그락 2004. 2. 3.

뭐가 문제냐?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원은 서울대 사회대를 대상으로 1970년대 이후에 입학한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조사 연구하여 근래 평준화 때문에 학력세습이 고착화된다고 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평준화 때문에 우수학생들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의 청소년들이 서울대 진학이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비평준화하여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 올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결과로 이해했었다.

 

연구결과를 왜 평준화에 초점으로 맞추었으며 서울대가 공교육의 목표인 것인 냥 받아 들여야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 안에 의미 있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평준화 시절 60%이상이 서울지역 출신의 학생들이었는데 평준화하고 40%정도로 내려갔다는 등의 연구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도 여러 논란이 있었으며 엉뚱하게 해석했다고 하는 학자들이 여럿 있으니 한낮 범인(凡人)인 내가 평가하는 것은 우습게만 느껴지니 그만두자. 그렇다고 최고의 지성인 서울대에서 정운찬 총장의 생각에 맞추기 위해 평준화에 억지로 끌어다 놓았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심포지옴을 열었는데 여기에서 서울대 교육학과 모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단다. 지난달 29일 신문에 실린 글을 그대로 옮겨 보면 "고학력 부모의 자녀들이 서울대에 더 많이 들어오는 것이 뭐가 문제냐. 평준화 때문에 국내 고등학교의 수준차이를 알 수 없다." 맞다. 무슨 상관이며 무슨 문제가 있나. 그 안의 중요한 논점은 평준화 때문이 아닌 소득격차가 커짐에 따른 일반적 현상일진데 평준화가 왜 문제가 될까? 그런데 이분의 뭐가 문제냐의 이 말에 숨이 턱턱 막힌다. 학력세습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내 놓은 비평준화에도 어느 정도 토론의 여지는 있다고 보여지는데 "뭐가 문제냐?" 기정사실의 대안이나 논점은 있을 수 없다. 학력세습도 그 어떤 부분도 논의될 꺼리가 있을 수 없다.

 

똑같은 내용을 주입하고 평가해서 우열을 가지고 정리해 버리는 집체식 교육이 우리 중·고교 교육의 전부라고 말한다면 억질까? 그래도 고교시설 선생님들로부터 함께 사는 사회라며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라고 배웠었다. 경쟁을 통한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적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하며, 출발점이 다름을 서로가 인정하고 배려가 있는 그렇기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우리 교육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슴 가운데 있는 나에게는 듣기 민망한 답변이다. "뭐가 문제냐"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그저 맹목적으로 자신만이 잘 되면 그만이라고 잘 알려 준다. 그 잘 됨이 물불 가리지 말고 편하게 경제적 풍족을 누리며 사는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다수의 불평등의 문제나 어려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면 철저히 외면해도 된다고 알려 주는 듯 싶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는 지난달 28일 학과 배정 신청을 마감한 결과 인류학과 지리학과는 지원자가 한명도 없고 사회복지학과는 2명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경제학부는 233명이 몰렸고 외교학과와 정치학과는 49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경제학부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몰렸다는게 무슨 문제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내 안의 어줍잖은 가치관으론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니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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