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불안을 내려 놓고 매 순간을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by 달그락달그락 2026. 1. 2.

12일 새해 첫 출근날, 선생님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주에 2, 3번은 식사하는데, 오늘은 근처 갈비집을 가서인지 회식 분위기였다. 식사하고 사무실에 들어와 밀린 업무 중이다. 마무리하고 새해 준비하는 일들이 많다.

 

어제 새해 첫날 가족과 산책 후 1985년에 나온 백 투 더 퓨처라는 영화를 봤다. 1985, 영화광이던 나는 지역 소극장 아카데미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10대 시절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것은 영화와 소설이었다. 소극장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었고, 뒤에서 일어서서 봤다. 두 시간여를 서 있었는데도 힘든 줄 몰랐고 재미만 넘쳤다.

 

어제 밤에도 영화를 보는데 어릴 때의 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그러난 화면 한편에서 밀린 일들과 결산, 정리해야 할 목록들이 가슴 한켠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익숙한 감정이다. 돌아보면 청소년기 때에도 늘 그랬다. 입시 공부 이외에 영화를 보거나, 만화방에 있거나, 친구들과 빵집에 있을 때에도 마음 한 구석은 늘 불편했다.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때에도 비슷했다.

 

요즘에도 책을 읽다가도 업무와 관계없는 일이면 불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이뿐만 아니다. 매일 루틴처럼 끄적이던 현장 활동에 대한 성찰 글을 쓰지 않으면 몇 자라도 써 두어야 편해지곤 한다. 강박이다. 맡은 일은 잘하고 싶은 마음만 크다.

 

그제, 2025년 마지막 날 오후에 병원에 다녀왔다. 며칠간 머리 한쪽이 너무 아팠다. 늦은 밤 최근 일을 하다 멍하게 침대에 앉았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라고 해서 가 보니 리빙룸 테이블 위에 딸기 몇 개가 올려진 못생긴 케이크에 초 하나가 서 있었다.

 

 

새해를 같이 맞아야 한다면서 큰아이가 대보름 빵에 딸기와 초를 꽂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교회도 못가고, 거실에 모였다. 대보름 빵이 아직도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촛불 끄기 전에 소원을 빌라고 해서 일단 마음이 평안하고 건강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2026년 이틀째다.

 

불안의 이유는 내 부족함을 탓하는 내 안의 나 때문이다. 무언가 계속 활동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사회적인 가치를 붙잡고 하는 일이고, 시민들의 후원금을 통한 활동이기에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크다. 세금을 받아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운영할 때도 그랬다. 세금이니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어제 늦은 시간 영화를 보다가 한쪽은 불안했지만, 주인공인 마이클 J. 폭스20대 그 맑고 밝았던 모습을 보면서 좋았다. 1991, 29세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30년 넘게 투병 중인 배우. 병세가 악화되었지만 긍정적이고 활발하게 파킨슨병 재단을 만들어 모금, 인식 개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자신은 여든까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마이클의 영상을 찾아봤다.

 

사람의 살고 죽음, 기쁨과 고통, 즐거움과 불안, 강박 그 모든 감정과 기분은 환경과 타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자기 자신의 내적 힘에 의해서 조절되고 만들어진다. 마이클제이폭스의 삶도 그랬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이번 한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 내용에 푹 젖어 있어야겠다. 일이 아닌 다른 글을 쓰더라도, 그림을 그려도 그 안에 깊이 들어가서 감상하련다. 사무실 선생님들이 일이 아닌 회식이나 잠시 여행, 산책 그 무엇을 하자고 해도 가능한 참여하고 그 순간만큼은 그들의 눈만 봐야겠다. 아이들이 촛불 켜고 대화하자고 할 때, 외식하자고 해도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의 맑은 눈과 입만 보고 좋아해야겠다.

 

일은 성과를 넘어서서 그 순간의 감사와 감동을 계속해서 더 찾아내야겠다. 어떤 모임이나 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해도 그 안에서 사람들의 삶을 더 깊게 보려고 해야겠다. 그 삶의 맥락을 살피고 변화보다는 공감과 수용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더 깊게 가지련다.

 

어떤 변화나 성취는 내가 아닌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관계에서 나오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너무 조급해하면서 불안해하고 내가 나를 닦달하는 일은 최대한 지양해야겠다.

 

보름달 위에 촛불 하나 보면서 생각이 많았고, 어제 늦은 밤 영화를 보면서도 그 불안을 내쫓느라고 고민도 많았다. 오늘 밤 회식 비슷한 식사를 하면서도 선생님들과 청소년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도 그랬다.

 

새로운 한 해다. 행하는 만큼 그렇게 살아 낸다. 조급증과 불안 내려 놓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그 순간에 감사하며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