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가을,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었다. 쉬는 날이었는데 피곤했고 머리가 아팠다. 혼자서 대천 앞바다로 갔다. 하루 종일 하늘과 바다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무렵 먼 하늘에 새가 한 마리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갈매기도 많았는데 내 눈에는 혼자 나는 이 새만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게 이 사진이다. 아직도 가지고 있다. 강의 때마다 내 친구 조나단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시간이 흘렀다. 오늘 오랜만에 쉬는 날이다. 무척이나 따뜻한 여름이다. 대천을 찾았다. 바다를 보러 갔는데 너무 뜨거워서 잠시 그늘에서 해변을 봤다. 마늘빵 잘 하는 가까운 베이커리 집에 들렀다가 돌아오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보였다(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무지개. 찾았을까요?). 밝게 웃어 주는 친구가 있었다.
같은 장소지만 내 위치와 고민과 그 때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지금 이곳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렇다. 천국도 지옥도 내가 만드는 경우가 많다. 타자에게는 가능하면 기다려 주고, 가능하면 내려놓으며, 가능하면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 반대로 내가 나에게 하는 기대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하늘에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몰아치면서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살지 않을 때 지옥이 되곤 했다.

하늘 보면 마음이 진정되는 때가 많다. 오늘도 하늘은 높았고 뜨거웠으며, 그 사이로 지나가는 조나단이 있었다. 하얀 두루마리 걸친 선비와 같이, 어디선가 혼자서 날아와서 논의 한가운데 내려앉아 한 곳만 응시하던 친구. 누구나 그 순간을 산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면서, 내 앞에 있는 그 어떤 존재를 사랑할 때, 그 순간이 바로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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