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유는 사랑과 행복이다. 살아가는데 그 어떤 게 있을까 싶다. 돈, 명예, 권력 모두가 좋다고 하지만 인간사 모든 일의 본질은 자기만족과 사랑에 따른 행복에 있다. 그 행복은 나를 통해 타자로 이어진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사랑받고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행복의 역설’이다.
<폭싹속았수다>는 우리 민중이 역사의 굴곡마다 삶을 살아 내면서 가장 가까운 이들과 어떻게 사랑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 냈는지를 보여주는 현실 동화다. 지랄(?) 같은 사회에서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메뉴얼이다.
드라마는 ‘애순’ 이에서 시작해서 ‘관식’으로 끝났다. 울어서 눈은 탱탱 부었고, 내 옆에 작은 휴지통에는 눈물 콧물 묻은 티슈가 가득했다. 매주 그랬다. 관식의 애순에 대한 사랑이 어떠한 혁명을 일으켰는지, 50년대를 관통하면서 성장한 한 여성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주체적인 삶을 살아 냈는지, 그 안에서 세 이모가 공동체를 일구면서 어떻게 그 끈끈한 인간애를 붙잡고 서로의 곁을 내주면서 살아가는지, 부씨 성을 가진 ‘학씨’가 별명인 그 시대 어디에나 있었던 가부장적인 아저씨의 삶 또한 가슴으로 다가왔다. 자식이 어떠한 존재인지, 금명이의 태도와 삶에서 내 모습도 보였고 우리 딸의 모습도 보았다. 금명의 결혼에서 영범이 아닌 관식과 같이 책임질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판타지의 한계가 어쩌고, 금명이 가족을 떠난 주체적인 삶이 안 보여 페미니즘적이지 않아서, 제주의 사삼도 민주화 운동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는 ‘헛소리’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작가와 감독이 의도하는 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우리 삶에 가족과 이웃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았고 우리 모두에 대한 ‘헌사’였다.
내 부모 세대에 대한 헌사였다. 애순이와 금명이를 중심으로 한 그 시대 여성의 삶에 대한 헌사였고,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에 대한 헌사였으며, 부모에게 표현 못 하지만 가슴에 사랑만큼은 넘치는 자녀에 대한 헌사였다. 2, 30대 그 뜨거웠던 연인에 대한 헌사였으며,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그 짧은 시간에 대한 모두의 삶에 헌사였다.
우리는 ‘인연(因緣)’과 ‘화합(和合)’의 세상에서 산다. 커피 한잔을 내려 마셔도 그 안에 수많은 인연과 화합이 녹아 있다. 커피 원두를 어떻게 가져왔고, 바리스타의 기분 따라 볶는 시간과 온도도 다르다. 사장님이 나에게 추천해 준 커피를 가져왔고, 아침에 내릴 때 내 기분에 따라, 물의 온도와 주방에 환경까지 모두가 다른 상황이 만들어진다. 인연과 그 모든 화합이 지금 내가 내려 마시는 이 커피 한잔에 담겨 있다.
<폭싹 속았수다> 마지막 네 편을 주말 이틀에 걸쳐 나누어 보면서 울었다. 한 달여간 주말이면 어김없이 울고 웃었다. 마지막 장면이 애잔해서 스마트폰 들이대서 찍었다(이 사진). 남기고 싶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고, 가족이 만들어졌으면 그 안에는 무섭고도 지치는 환경에 저항하는 사랑이 있었으며 그들을 둘러싼, 마을에 공동체가 살아 있었다. 그거면 됐다. 인연과 화합에서 오는 인간의 삶이다. 그 수 많은 인연에서 선택은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고 그와 그녀에 대한 행복이었다. 많이 울고 많이 웃기에 충분했다.
우리 모두의 삶에 “폭싹속았수다”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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