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이국종과 백강혁의 현실

이국종 교수가 살리는 사람들은 진실이었고, 백강혁 교수(주지훈 분)가 살리는 사람들도 대부분 사실에 가까웠다.

문제는 이국종 교수가 살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은 김강혁이 살고 있는 드라마(&웹툰) 속 사회와는 반대라는 것. 현실에서 이국종 교수는 병원장에게도 심한 모멸감을 받았고 동종업계 사람들에게도 공격받기 일쑤였다.

환자와 환자가 될 수 있는 나와 같은 시민들 상당수가 이국종 교수를 응원했지만, 그를 둘러싼 현실은 몹시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중증 환자 살리기 위해서 중증외상센터, 닥터헬기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피 흘리는 모습을 언론과 책으로 접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중증외상센터> 보는 내내 기분 좋았다가 책 안에 현실을 돌아보며 슬퍼졌다. 백강혁은 병원장에게 할 말 하고 환자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싸움을 이어간다. 비열한 실장을 집어 던지면서까지 환자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낸다.

드라마(웹툰) 모든 시간 동안 계속해서 정의만 실현된다. 악은 그 자체로 무능하고 박살이 난다. 이 드라마가 신파도 섞이고 작품으로서의 개연성과 흐름 등 그 모든 구성이 조금은 부족해도 통쾌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중증외상센터’ 설날 멍때리고 정주행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나와 같이 이국종 교수에게 관심이 많아서 책도 읽고 언론 찾아본 사람이라면 그 모든 내용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흥미롭겠다.

드라마에서 환자 살리는 일은 현실이었으나 실제 악은 모두 건재하였고 오히려 현실의 백강혁은 지쳐서 흔들렸다. 현실이 슬펐지만 그래도 이국종 같은 의사가 존재하고, 그런 의사들과 소방대원들을 통해서 사회는 조금씩이라도 진보하고 변해간다는 것을 안다.

또 다른 새해다.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었으나 여전히 정국은 혼란스럽다. 현실에서의 악은 끊임없는 탐욕을 부리며 건재하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다. 지치고 넘어지고 힘들어도 새해에 우리 자녀와 아이들, 그리고 이웃과 함께 또 다른 이국종, 백강혁이 많아지리라는 것도 안다.

이사하면서 쌓아 두었던 책을 많이도 버리면서 ‘골든아워’ 이 책은 챙겨왔다. 2018년에 흥분하며 읽었던 그때의 생생함이 다시 올라왔다. 드라마 보고 서재에 있는 책이 눈에 띄어 다시 들춰 봤다. 이국종 교수는 ‘칼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김훈의 소설과 연결 지어서 골든아워 편집 틀도 비슷해 보였다. 외상외과와 권역외상센터의 치열함이 전쟁터와 같았다.

새해 어떤 다짐이나 무엇을 이루고 싶은 분들, 설날 휴일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와 ‘골든아워’ 이 책을 추천해 봄. 새해 못할 일이 없을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 수 있을 듯. 또 새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