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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계시록, 극우화된 한국 교회와 탄핵

by 달그락달그락 2025. 3. 24.

너의 신념이 너를 만든다. 네가 바라보는 세계가, 곧 네 운명이 된다.” 니체의 말이다. 신을 위해서 목숨을 건다는 이들을 많이 봤다. 내 삶을 조금 더 객관화시켜 나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가진 이상한 신념의 바탕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게 됐다.

 

넷플릭스에 연상호 감독이 만든 <계시록>이라는 영화에서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성민찬(류준열)은 개척교회 담임목사다. 어느 날 여자 청소년 뒤를 쫓아 교회에 온 전자발찌 차고 있는 권양래가 자기 아들을 유괴한 범인으로 알고 살해(?)하면서 그 모든 게 신의 계시라고 믿는다. 정확히 하면 자신의 만들어 낸 문제를 신의 계시로 돌려서 정당성을 만들고 자기 신념을 만들어 내는 자다. ‘주여, 삼창외치면서 교인들 선동하고 자기가 만든 그 신념에 더욱 깊이 들어간다.

 

 

권양래는 성범죄 전과자다. 어렸을 때 부모의 학대가 심했다. 범죄를 일으키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했던 괴물(부모) 때문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학대당하는 양래 옆에서 찬송가 부르며 기도했다.

 

 

이연희는 강력계 형사다. 과거 권양래의 끔찍한 범죄로 죽음을 맞이한 여동생의 환영에 시달린다. 동생의 죽음을 자신이 지켜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산다.

 

연희를 만난 정신과 의사는 이 말이 오늘 우리 사회에 종교를 가진 자들에게 던지는 말처럼 전해진다.

 

권양래는 비극의 원인을 괴물이라 하고, 성민찬은 신의 계시래요. 이 경위님은 자신의 잘 못이라고 생각하시고, 이게 다른 거 같지만 사실은 같은 겁니다. 사태의 원인을 하나의 대상에서 집요하게 찾으려 하는 거죠.”

 

그리고 의사는 이 세상의 비극은요. 대부분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복합적인 원인에서 발생합니다. 악마, 괴물 이런 것들 다 인간이 스스로 편의에 의해서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이 경위가 묻자 보이는 것만 봅시다라고 답한다.

 

성민찬 목사는 신의 계시라면서 악마를 찾아 죽인다고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위한 변명을 계시로 삼는다. 이연희는 여동생 죽음을 자신 때문이라면서 죄책감에 환영을 만들어 냈고, 성범죄자 양래는 자신을 학대한 괴물(부모)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모두가 자기 잘못과 죄책감으로 악마를 만들어 냈고, 그곳에서 자신이 지은 죄와 문제를 투사해 버린다.

 

모두가 자신의 선택을 통해서 일을 만들어 행하면서도 끊임없이 어떤 대상을 만들어 내면서 공격하지 바쁘다. 자신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일에 대해 괴물을 설정하고 공격하기 바쁘다. 괴물을 만들어 내서 공격하지만, 그 괴물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또 하나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선택한 고통 속에서 나(내 문제)를 직면할 힘이 있어야 악마가 발 부칠 곳이 없다.

 

우리가 살아내는 삶은 맥락이 있다. 내 눈앞에 있는 현상이 모두가 아니다. 그 현상에 쌓여 자신이 선택한 어떤 일을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악마화하는 일을 멈춰야 산다.

 

성민찬과 같은 현실 목사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그들은 악마를 세우고 생각 없이 극단적으로 교인들을 광신으로 몰고 간다. 이들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서 주여, 삼창하며 기도하자는 목사에 말에 목이 쉬어라 부르짖으며 울며불며 윤 대통령의 복귀와 나라를 위해 소리치는 이들은 어떠한 모습인가? 무속에 심취하며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장기 집권만 탐하는 자, 계엄령 일으키며 수천 명을 해하기 위해서 관까지 미리 준비한 자를 다윗이나 선지자로 비유하면서 소리치며 기도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현 시국 문제의 극우적 사고로 반성경적 숙주가 되어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살아 있는 딸아이의 어머니가 앉아 있는데 죽은 것으로 치부하면서 눈물 쏟으며 소리높여 기도하는 성민찬과 이 내용을 이해하는지 못하는지 따라서 울며불며 기도하는 교인들이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겹쳐 보인다.

 

극우 개신교의 뿌리 깊은 기복신앙과 자본주의 병폐가 찌든 설교, 그들의 부귀영화만을 위한 교회 교육을 통해 어떤 악마를 만들어 냈는지 계속해서 눈으로 확인한다. 기독교인으로 살기 괴로운 때다.

 

니체는 자신이 살던 당시 유럽 기독교 신앙을 단지 사육당할 뿐인 가축 떼로 평가한다. 프로이트는 기독교를 집단적 노이로제 현상으로 보았다. 여기에 반대하며 비판했던 나. 그러나 오늘날 상당수 극우화된 한국교회에 연결해 보면 너무 정확해서 뭐라 말하기가 겁이 날 정도다.

 

달그락달그락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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