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힘들다. 모든 직장인이 일을 힘들어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직장인, 프리랜서 등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 일이 언제나 재미있고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면서 행복만 넘친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일을 생각하면서 가슴 설레고 행복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피곤에 쩔어서 일어나고 직장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먹고사는 문제와 자아실현 등 여러 이유로 출근해서 일을 한다.
오늘 회의가 많았다. 법인 국장단 회의를 주재했고,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과 연구소의 전 직원 월간 실무회의도 진행했다. 회의 가운데 센터에서의 힘겨움 때문에 눈물을 보이는 분이 계셨고, 오후에 연구소 선생님 한 분도 자기 맡은 일의 부족함 때문인지 눈물을 보였다. 누가 화를 내거나 비난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하는 일을 잘 하고 싶은데 해결하기 쉽지 않은 벽을 만나기도 했다, 어떤 분은 일정 착오인지 실수인지 일이 잘 안되는 것 때문에 힘들어했다. 대부분 자기 속 내를 들어내면서 힘겨운 이야기와 현재 진행되는 중요한 일들을 쏟아 냈다. 동료들이 그대로 수용해 주면서 위로해 주기도 했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서로 나누어 보고 해결하려고도 했다. 종교가 있는 이들은 기도해 준다고까지 하는 사람들.
내 보기에 대부분의 일은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고 선생님들 모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이상 할 수 있음에도 어떤 벽을 만났을 때의 막막함이 있었다.
힘들어하면서도 왜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전혀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살았는데 이 조직과 네트워크에서 만나서 깊게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울고 웃으며 함께 일을 추진하고 있나?
딱 두 가지였다.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긍정적인 어떤 변화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션과 비전 이 이유였다. 힘들어하면서도 만나야 할 청소년들 생각하면 힘이 났고 그들의 어떤 변화를 볼 때 가슴 뛰는 그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소중한 삶 자체였다. 함께 시간 내어서 몇 시간을 울고 웃고 나누는 관계는 조직과 네트워크에서 함께 만들어 가면서 추진하는 비전이 같아서다. 리더십과 멤버십이 요구되는 이유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라는 말이다.
힘든 일 있을 때 펑펑 울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복이다. 그 울음이나 힘겨움을 받아 주면서 위로하고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것도 복이다. 오늘 어떤 분은 자격시험에 합격했다고 단톡방에 안내됐다. 서로가 응원하며 축하해 줬다. 울고 웃고 나눌 수 있는 그 관계는 동지이며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오후 회의하다가 상태 안 좋은 내 모습을 보고서 몇 분이 분위기도 쇄신할 겸 나가서 회의하며 대화하자고 해서 장소를 사무실에서 카페로 옮겼다. 그리고 하던 회의 안건은 모두 날아갔고 토요일 행사 이야기하다가 수다 떨다 끝난 회의.
마지막 회의 일정 중 사진 한 장 박자는 정 선배(막내 두 번째인데 별명이 정 선배인)의 제안으로 찰칵. 오전부터 많은 회의 때문에 힘겨움이 조금 있었는데 마지막 모임에서 샘들의 밝고 경쾌한 긍정적인 모습 때문에 모두가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저녁에 길위의청년학교에서 청년 작가들 모여서 글을 쓰는 모임이 시작됐다. 2, 30대 청년들 서로가 작가님이라고 부르는데 보기 좋았다. 자기 삶의 평온함에 대한 내용이 글의 주제다.
우리가 평온하게 살고자 하는 일은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내 보기에 평온한, 평안함은 삶의 거친 파도나 바람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가고자 하는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갈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여긴다. 그 안에서 평온함은 자연스럽다. 가만히 무의 경지에서 평온함은 어떤 종교적 시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삶의 평온함은 끊임없는 흔들림에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과 이상을 붙잡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의지하면서 뚜벅뚜벅 걸어 가면서 살아 내는 일이다.
하루가 길었고 생각이 많았고 청년들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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