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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삶을 이끌어 가는 힘은 어쩌면 관계하려는 외부 필요에 의해서일 수도

by 달그락달그락 2024. 9. 8.

경상북도 구미에 다녀왔다. 구미는 수년 전 강의 하러 한번 다녀온 후 내 생애 두세 번째인가 싶다.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돈과 시간을 내어 느슨하게 모여 활동하는 신화상전’. 장자에 나오는 말이라고 들었다.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서로 전해준다라는 뜻이다.

 

분기별 정기모임과 특강이 열리고 매달 돌아가며 칼럼을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회비는 활동비로 사용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민간 단체에 나눔도 하는 독특한 단체를 만났다. 오늘 구미에서 신화상전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도종환 시인(전 장관)의 가슴 울리는 강의도 들었다.

 

 

 

몇 달 전 지역 중학교 교장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개인 후원이 가능하다며 어떤 기관에 추천할 테니 인터뷰 한번 하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최 선생님은 지역에서 뵈면서 신뢰하게 된 분이다. 교육 운동에 생각이 깊고 학교를 어떻게든 학생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여 보려고 노력하는 분이다.

 

간단하게 내 하는 활동을 정리해서 제출했고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이후 선정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1년간 매달 소정의 후원금을 받게 되었다. 감사했다. 최근 달그락 10년 되면서 내부 물품이 많이 낡아서 모두 교체 중이었다. 소액이나마 이곳저곳에서 모금하고 있었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모금하면 내부 집기는 모두 정리될 것 같다.

 

단체 이름이 신화상전이었다. 전현직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모임으로, 오늘 분기별 정기총회 등 행사가 구미에서 있었던 것. 단체 담당 선생님께서 내 하는 활동 소개를 부탁하셔서 방문하게 됐다. 네 팀()이 선정되었는데 한 팀 제외하고 모두 아는 분들이다. 오랜만에 공, 난 두 분 뵈니 좋았다. 페북으로 자주 뵀던 정 선생님도 계셨다. 사람의 인연이란 기적이 맞다.

 

시는 지금은 어떤 시간인가?’하고 묻는다. 오늘 도종환 시인의 강연 중 질문이다. 철들었다는 표현은 내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어떤 때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 내 인생에 지금은 어떤 때인가?

 

8시간 가까이 오며 가며 운전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시는 너는 왜 거기 있는가하고 묻는다고 했다. 나는 왜 여기 이 시간에 있는가? 12시가 넘었는데도 내일 하루 일정 준비하다가 왜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나? 오늘 만난 분들은 모두 우연이었을까?

 

우연이란 신이 스스로 서명을 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신의 가명이다.” 아나톨 프랑스가 남겼다는 이 글과 같은 건가? 어떤 책의 제목과 같이 우연은 신의 지문과 같은 것일까.

 

도 시인은 윌리엄 위즈워드의 깊은 고뇌가 내 영혼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라는 말을 전하면서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인용하며 작가가 이 세상의 이야기를 고르는 게 아니고, 이야기가 작가를 골라낸다고 하며 이야기 자신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라고 명령한다고 설명했다.

 

그 유명한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도 시인이 쓴 시가 아니고 꽃이 이렇게 쓰라고 흥얼거리면서 안내해 준 말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게 말이다. 내 삶을 돌아봐도 행하는 모든 일이 내 안에 무언가가 하라고 해서 움직이며 살아가는 일인가 싶다. 운영하는 조직은 비전이 나를 이끌어 가고 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청년기에 만난 청소년이 나를 이끌어서 현재 이 모양(?)이 되었다.

 

지금 두서없게 써 내려가는 이 글 또한 내가 의도적으로 쓰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어떤 이끌림에 의해서 키보드에 손가락이 그냥 눌러지는 느낌이다. 수십 년의 삶 가운데에서 오늘 하루 만에 만난 수십명의 사람들의 인연은 어떤 과학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다. 신의 지문 가운데 어느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도 시인 덕에 하루 동안 시를 많이 읽었다. 그 중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의 여유라는 이 시에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이 글이 훅 들어왔다. 멈춰서 잠시나마 요즘은 나를 무엇이 이끌고 가는지 살펴볼 일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한 날이다. 하루가 감사했고 넉넉했다. 내일은 또 내일 태양을 보련다. 계속해서 내려놓고 이끌림대로 가는 훈련이 필요한 때다.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