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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나에게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by 달그락달그락 2024. 9. 4.

나에게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보통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한 사람, 내 말을 수긍하고 옳다고 잘 따르는 사람, 나만 사랑하는 사람, 재정을 내게 투자하는 사람, 말을 잘 들어 주는 사람, 모두에게 평판이 좋은 사람 등을 이야기한다.

 

바꾸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가치관이 다른 사람, 내 말을 수긍하지 않는 사람, 나에게 투자하지 않는 사람, 내 말을 잘 안 들어 주는 사람, 한쪽에게만 평판이 좋은 사람은 나쁜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결이 달라도 좋은 사람일 수 있고, 같아도 싫은 사람일 수 있다. 나를 무조건 따르는 사람이 나를 망하게 하기도 하고, 내 말을 가차 없이 비판해서 얼굴 붉히더라도 나를 살리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단언한다.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성장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성장은 어떤 흔들림 안에서의 변화이고 이를 일깨우는 이는 역량과 함께 나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성장 가운데 내가 알지 못했던 좋았던 점을 알게 되고, 가능성을 찾으면서 자존감이 더욱 높아진다. 자존감이라고 하니 너는 똑똑해, 너는 잘 났어. 너는 누구보다 강해라는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착각이다. 이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게 아니고 영유아의 아이에게 우쭈쭈해 주는 말과 비슷하다.

 

자존감은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키가 160센티인데 너는 누구보다 농구를 잘할 수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작은 일 하나에도 너는 항상 최고이고 너무 멋지다라고 표현하는 게 자존감을 높이지 않는다. 자칫 상대를 망치는 일이 되기도 한다.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내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좋은 점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자존감은 시작된다.

 

자존감을 높여 주는 사람이 상대가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그 가운데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발전되고 확장된다. 물론 상대의 성장을 돕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 또한 타자를 통해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훌륭한 스승일 수 있지만 자녀에게서도 성장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성장은 고사하고 누구나 타자를 고통스럽게도 할 수도 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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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일간 제주 다녀온 후 한 달여 벼르던 머리카락을 자르고 늦은 밤 대학원 강의까지 마치고 귀가하니 12시가 넘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내내 결제하고 전화하고 행정 작업했고, 저녁까지 세 개의 회의와 모임이 계속 이어졌다. 쉬지 않고 연달아 사람들을 만나서인지 목이 칼칼할 지경이다. 이 모든 시간이 좋았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서로를 성장시키며 함께 하는 이들이었다. 늦은 시간, 글쓰기 모임에서 약속한 일이어서 몇 줄이라도 남기고자 끄적인 글이 이 모양이 되었다. 성장은 성실과 반복이라는 단어와 닮아 보인다. 이를 하도록 하는 동기는 누군가와의 약속이다. 내가 나에 대한, 나와 타자에 대한 그 어떤 관계의 약속. 그 안에서 삶의 성찰은 깊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