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계의 질량은 상태 변화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고 같은 값을 유지한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우주에서는 에너지가 생성도 소멸도 하지 않고 항상 일정하다"라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같은 의미를 공유한다. 질량은 곧 에너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나온다.
질량,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일상과 결합하면서 수많은 법칙을 만들어 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
김두식 교수가 펴낸 책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모든 인간에게는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라는 말이 수년 전에 많이도 회자 되었다. 김 교수의 중학생 딸이 “엄마 아빠 같은 찌질이로는 살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면서 벌어진 온갖 일을 통해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 외에 온갖 보존의 법칙이 있다. 평생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은 정해져 있다는 알코올 총량 보존의 법칙부터, 지금 불행해도 나중에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행복 총량 보존의 법칙, 젊어서 얌전하면 나이 들어 더 놀게 되는 늦바람이 무섭다는 유흥 총량 보존의 법칙과 고통, 정력, 스트레스, 진상, 걱정, 갈등, 잔소리, 눈물 등 인간사의 모든 중요한 내용에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 돌고 돈다. 과학과 달리 사회적으로 웃자고 쓰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니 믿지는 말기를.
오후에 ‘국립청소년바이오생명센터’에서 전북지역에 청소년지도자들 대상으로 강의했다. ‘청스토리’라는 청소년활동 현장 선생님들의 학습 모임으로 일년 과정으로 7회를 진행한다. 지난해 시작해서 2기째 진행하는 전북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주관하는 지도자 역량강화 사업이다.
일년 계획으로 7회차 동안 선생님들이 일하고 있는 각 지역에 기관을 방문 하면서 시설 소개도 받고, 우리네 삶의 이야기도 나누면서 작년 개정판 낸 ‘청소년활동론’ 책으로 공부하는 모임이 됐다. 오늘 6회차로 선생님들이 청소년 현장에 ‘전문성’과 ‘직장 내 인간관계’, ‘자기 역량’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자분들과 속 이야기 나누었다.
오늘 강의하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회사, 기관 등 모든 ‘조직’에서는 반드시 ‘일 총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앞에 설명한 지랄, 음주, 행복 등 보존의 법칙과는 다른 내용이다. 오늘 교육하다가 만들어 낸 용어다.
내 보기에 모든 조직에는 일의 양이 정해져 있다. 조금씩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어느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 실무자 중 맡은 직무가 어렵거나 힘들면 바로 다른 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현장 상황 보면서 바로 바꾸어 주는 사람이 있다. 다만 그 이외에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일이 바뀌는 것이지 일의 양은 비슷해 보인다. 여기에서의 선택이 어쩌면 자기역량 강화와 전문성, 인간관계까지 설정하는 중요한 결정이 된다.
어떤 직장에 A가 입사했다. A는 상관의 안내에 따라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한다. 어려운 직무여도 집에서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그 일을 어떻게든 해낸다. 하다 보니 그 일도 재미있고 나름의 가치를 찾아 가면서 기관에 조금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웠다. 동료나 선배들에게도 일 잘한다고 칭찬받고 어려운 일 해내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B도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 들었는데 직장 생활은 월급 주는 만큼만 일해야 하지 그 이상 힘든 일을 하면 안 되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다. 담당하는 직무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상관에게 일을 바꾸어 달라고 계속 요청해서 다른 일로 바꾸었다. 하다 보니 이 일도 맞지 않고 다른 직무로 옮겼다. 이렇게 계속 이동하다 보면 나중에 회사에 누구나 할 수 있는 허드렛일을 모두 맡아서 일하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회사라고 이야기하는 사기업, 공기업, 비영리 민간단체까지 모든 조직은 연간 또는 몇 년간의 업무가 정해져 있다. 조금씩 변하면서 증가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데 잘하든지 못하든지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직장의 이유는 그 조직의 미션과 비전에 있다. 일하기 위해서 만났다는 말이다. 중요한 일, 안 중요한 일이 없다고 하지만 조직이라는 곳에는 핵심적이면서 누구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한 서브 역할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전문성’이라고 한다.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그 조직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전문성과 자기역량은 누가 만들까? 결국 자기 선택에 따라 모든 게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 인간관계 또한 자연스럽다. 갑질하는 조직의 예가 아니다. 이런 조직은 빨리 퇴사해야 옳다. ‘일 총량 보존의 법칙’을 연결해서 해석하고 싶은 조직은 그저 평범한 영리 조직이나 비영리조직 등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살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어느 모임이나 기업, 공공, 비영리기관 등 조직이라는 곳에서는 결국 성실하게 비전을 향해 꾸역꾸역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게 되어 있다. 너무 원칙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요즘 세상이 어수선하고 나쁜 놈들이 너무 크게 설치는 것 같지만 결국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성공하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나라라는 거대한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맡은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 본질을 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남는다. 행복 총량 보존의 법칙처럼 지금이 힘들어도 우리 모두에게 그만큼의 행복이 남아있음을 믿자.
그러니 어떤 회사에서 근무하더라도 그 조직의 비전이 무엇이고 내가 만나는 선후배,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일하고 있는지 조금만 돌아보면 내 하는 일에 답이 나온다.
조직에 일량은 정해져 있다. 그 일 가운데 내가 행하는 일이 어떤 일인가? 나는 누구나 하지 못하는 조금은 더 힘들고, 어렵지만 중요한 일 즉 ‘전문성’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가? 조직 내 어려운 일이지만 묵묵히 해내는 사람인가? 동료, 선후배와 비전을 붙들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인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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