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엔진을 가진 수퍼카. 500km 넘는 속도를 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SSC 투아타라’보다도 더 좋은 수퍼카가 있다. 이 차의 핸들을 잡은 사람이 북한으로 향했다. 고개 돌려 보니 평양이다.
차 시동이 꺼졌다 켜졌다가 하는 고물차가 있다. 100km는 고사하고 7, 80 내기도 버겁다. 핸들을 잡은 사람이 한국으로 향했다. 시간이 한찰 걸렸지만 졸다 깨니 서울이다.
아무리 좋은 엔진을 가진 차여도 운전하는 사람의 방향이 불구덩이면 그곳에 빠진다. 낡아 빠진 스쿠터를 타더라도 방향이 천국이면 그곳으로 가기 마련이다.
우리네 모든 일이 그렇다. 영리, 비영리를 넘어 모든 회사와 기관은 조직은 그 안에 방향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철학과 가치, 이상을 붙잡는 이유다. 비전이 우리를 이끌고 간다. 하늘 붕붕 떠다니는 헛소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조직이 가야 할 곳이다.
방향은 신경 쓰지 않고 엔진 상태만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시간이 갈수록 조직 내에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기관장, 사장 등 대표에게 있다. 비전(방향)을 붙잡지 않고 엔진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갈 길이 아닌 엔진만 보게 된다.
고려 망하기 전 정도전은 "죽기를 각오한 자의 충언만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인임은 "힘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허한 건 없지요, 세상을 바꾸려거든 힘부터 기르세요. 고작 당신 정도가 떼를 쓴다고 바뀔 세상이었으면 난세라 부르지도 않았습니다."라고 일갈한다. 이인임이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명대사로 회자되는 글이다.
점심에 두 분과 식사하고 차도 마셨다. 3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 귀가하다가 이사장님과 대화 중 바다처럼 활동하면 좋겠다고 했다. 소금 3%만 있으면 짠맛이 나는 바다처럼 세상에 우리가 가고 싶은 그 방향대로 ‘달그락’ 거리면서 함께 할 수 있는 3%의 시민들이 연대하고 조직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신호등에 멈추더니 계산기 두드려 보고 7,800여 명 정도만 모으면 되겠다면 쿨하게 말한다.
우리가 가지려는 힘은 이인임이 말한 권력투쟁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과 싸워서 권력을 부여잡아 그 힘으로 무엇을 바꾸어 내려는 생각이 없다. 정치권력을 갖고 싶지도 않다. 우리 안에 힘은 사회적 이상에 있다.
사회적 약자들 특히 청소년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면서 꿈꾸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 그들과 함께하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사회에 투영되도록 하는 일, 그 과정에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감동하는 일들이 넘치는 사회적 관계를 넓히고 싶다. 마중물, 마중불이 되어 우물이 쏟아지고 성냥 하나지만 불이 붙어 처음에는 미미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도 보고 싶다.
새롭게 준비하는 10년의 여정 가운데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마중물이고 마중불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그렇게 작지만 물을 내려서 조금이라도 끌어 올렸고, 비사표 성냥 하나지만 작게라도 불을 밝히려고 노력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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