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인데 자신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자랑하는 이가 있다. 동네에 작은 슈퍼마켓 하는 아저씨도 자신은 서울대 출신인데 세상을 잘 못 만나서 이렇다면서 중얼거린다. 스레드 살피다가 이런 글을 봤다. “열심히 해서 좀 더 좋은 학교로 대학원 가면 가는 거고 최종학력 쓰는 건 자연스러운 건데 그럼 뭐 한번 이름 없는 대학 간 사람은 영원히 그 타이틀만 갖고 살아야 하나? 대체 무슨 심보인 거죠. 진짜 다 좋은데 이 나노 단위로 사람 급 나누는 문화 좀 어떻게 안 되나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원 졸업하고 최종학력을 대학원 기재했는데 학벌 세탁이라고 비난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방 전문대 나와서 직장 다니면서 야간대학 졸업하고 이후 자기 분야에 최고 연구자들이 있는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받아서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떤 자가 이 사람이 학벌세탁 했다면서 비난한다면 정상인가? 고교 동창 중에 전문대 졸업하고 은행 입사해서 계속 공부하더니 지점장까지 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 보기에 학벌세탁은 커녕 최선의 삶을 살아낸 멋진 친구였다.
오래전에 전문대 겸임으로 강의할 때였다. 어떤 청년이 자신이 지방거점대학 합격했는데 개인 사정 때문에 입학하지 않고 직장 생활하다가 필요해서 전문대학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 청년이 자기와 함께 공부하는 전문대 학생들을 깔보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대학 합격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대단한 위세였다. 그 청년의 학점은 좋지 못했다.
학부 졸업장이 우리의 신분처럼 되어 버린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그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뉜 서열이 있었다. 같은 대학에 다녀도 서울 캠퍼스와 지방 캠퍼스냐를 나누어 다른 학교 학생 취급하고, 심지어 지방 캠퍼스 학생이라고 본교 대학 축제까지도 못 오게 하는 일을 한다. 대학의 학과별로 순위를 매기고, 학과 안에서까지 어떻게 입학했는지를 가지고 등급을 매긴다. 수능인지, 수시인지, 수시도 지방 무슨 우대인지 등으로 한우 등급 매기듯 순위를 매긴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등의 순위를 넘어 나노 단위로 자세히도 나누어 서열을 매기는 세상이다. 요즘은 이러한 대학서열 앞에 ‘의치한약수’가 붙은 다음 ‘서연고’순으로 간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등이 대학 앞에 순위로 붙는다는 말이다.
나는 사회에서 경쟁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행하는 어떤 일의 본질에 대한 경쟁인 거지,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내가 나온 대학이나 학벌이 최상위라고 보는 것은 그냥 코미디다. 서연고 졸업했는데 학과는 생물학 전공하고 일하는 곳은 금융권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뭐가 좋은 건가? 금융관련학과 졸업하고 관련 자격증 모두 취득하고 어학도 외국인과 대화 문제없고 실적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서울대를 졸업하든 지방대를 졸업하든 같은 대학원에서 만났으면 연구실적 좋은 학생이 더 우수한 것이고 장학금 등 지원받으면 된다. 박사과정 하면서 연구실적 바닥인데 자신은 서울대 나왔으니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 대학원은 없겠지?
구멍가게 해도 어디 대학 나왔다고 자랑하는 일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잘 모르겠다. 대학원에서 자기 전공 찾아서 공부하면 되는 것인데 무슨 학벌세탁 운운하는 코미디도 그만해야 한다. 이 나이 먹고도 처음 만났을 때 대학 어디 나왔냐고 묻는 정신 나간 사람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활동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묻지를 않는다. 사람 판단하는데 대학 졸업장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을 상종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학벌이 계급인 줄 아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망치는 사람들의 학벌을 알려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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