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효진은 친구가 사격 잘한다는 말에 중학교 때 사격을 시작했으나 부모님이 반대했다. 내 주변에 종종 있는 일이다. 부모님 하신 레퍼토리도 비슷하다. “공부는 어중간해도 되지만, 운동은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라며 딸을 나무랐던 것. 그러자 반효진 “1등 하면 되지”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진짜 올림픽 금메달을 따 버린 것.
양지인의 스토리 알고 한 참 웃었다. 양지인은 중학교 1학년 때 남원하늘중 재학 시절 수행평가로 사격을 경험했는데, 잘 맞아서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시작했다.
사격계 내부에선 김예지보다도 양지인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대표팀이 올림픽 전에 ‘금1·은2·동3′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양지인 금메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양지인의 장점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다. 특별한 루틴도 없고, 뚜렷한 꿈과 목표도 없다”고 한다. 인생 좌우명이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다.
이 말에 빵 터졌다. 어떻게든 되겠지. 양지인의 이런 성격이 실제 사격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게 무슨 분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격 동작도 단순하고 간결하며, 총을 들었을 때 흔들림이 매우 작다”고.
그런 양지인도 이번 경기 뒤 인터뷰에서 “겉으로는 티가 안 난다고 하는데 속으로는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달달 떨었다고 했다.
반효진, 양지인 두 청소년 이야기 듣다 보면 일단 하고 싶은 거 해 보는 게 답이다. 우리네 삶과 닮았다.
엄청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금메달 따면 되지라고 욱(?)하고 높은 목표 세워도 어찌 됐건 하고 싶은 거 해 볼 만큼 한번 해 보는 것. 루틴이 있건 없건, 목표가 있어도 없어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면서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을 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전체 스코어는 생각하지 말고 눈앞의 한 포인트에만 집중합시다.” 신유빈 선수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현정화 선수가 해설하면서 남긴 이 말에 삶의 과정이 담겨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내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길수도 있지만 신유빈 선수처럼 동메달 결정전에서 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환하게 웃어 주변서 자신을 이긴 일본 선수를 응원해 주는 이 모습에 가슴이 더 따뜻해 진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 깨달음을 알려 준 선수 대부분이 청소년들이라는 것. 그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이겨도 져도 재기발랄 밝고 환한 그들의 얼굴에 왜 이렇게 행복함이 넘치는지. 최선을 다했고 너무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그 순간을 즐겼다는 방증이겠지. 우리네 삶이이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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